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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테러보다 무서워요”
[현장] 21·22일 서울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기후안보회의
2013년 03월 24일 (일) 10:59:13 김희진 임종헌 기자 journalisthj@naver.com

“안보라는 개념은 대개 군사적 차원에서 거론됩니다. ‘기후’와 ‘안보’는 접합점이 없어 보이죠. 하지만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위협, 자원 배분의 문제 등을 생각하면 안보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 하나가 거의 가라앉아 (주민들이) 호주나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손성환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지난 21일 기후안보회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 말이다. 2014년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개최지 미정)에 앞서 서울 서초구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호텔에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 기후안보회의가 열렸다. 외교통상부가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ESCAP) 등과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회의에서는 닐 모리세티 영국 기후변화특사 등 참가자 130여명이 22일까지 이틀간 아태지역의 해수면 상승 등 현안과 국제사회의 대안 등을 논의했다. 

   
▲ 아시아·태평양지역 기후안보회의가 열린 서울 제이더블유(JW)매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 ⓒ 임종헌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섬나라 투발루

남태평양 중앙의 섬나라 투발루는 평균 해발고도가 3m에 불과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국토 전체가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10년 간 해수면 상승으로 수도였던 푸나푸티섬과 사빌리빌리섬 등 2개 섬이 이미 바다 아래로 잠겼고 주변 다른 섬들도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변화가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예다. 투발루에서는 지난 10년간 약 1만1000명의 주민 가운데 2000여 명이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떠났고 매년 추가 이민이 이뤄지고 있다. 파카소아 틸레이 투발루 외무부 사무국장은 “투발루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아시아 북부의 카자흐스탄은 물을 확보하는 일이 핵심적인 외교 과제다. 영토 전반에 사막화된 지역이 많고 지역별 물 공급의 불균형도 심각한 가운데 수자원의 45%가량이 국경지역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수자원 협상이 국가 외교의 핵심이라고 아비쉐프 이슬람 카자흐스탄 환경부 수자원위원회장이 설명했다.

   
▲ 기후변화안보회의 총회 발표자들. 왼쪽부터 앤드류 미첼 영국 외무부 번영국장, 파카소아 틸레이 투발루 외무부 사무국장, 피타야 뿌까만 타이 천연자연환경부 차관, 손성환 기후변화대사, 디판카르 타룩다르 방글라데시 치타공주 국무장관, 아비쉐프 이슬람 카자흐스탄 수자원공단 회장, 스테판 아우어 EEAS 대표. ⓒ 임종헌

영국과 유럽연합 대표는 기후변화로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앤드류 미첼 영국 외무부 번영국장은 “영국 정부는 글로벌기후펀드 등을 통해 개도국에 기후변화와 관련한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테판 아우어 유럽대외관계청(EEAS)대표도 “권위주의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이 중요하다”며 “지구온난화가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대처하는 일에) 유럽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이 아닌 실천 필요’ 공감하지만 각론엔 이견

‘기후 및 자원 안보 도전요인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주제로 한 원탁회의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놓고 의견 차이가 드러났다. 국제연합(UN)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과 지역사회 등 작지만 실천력이 뛰어난 단위에서부터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회성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IPCC)’ 부의장과 키라파르티 라마크리시나 국제연합아시아ㆍ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동북아지역국장은 UN이나 IPCC 같은 세계기구가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부의장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간한 보고서 ‘글로벌 리스크 2013’과 ‘IPCC 4차 평가보고서’를 소개하며 “기후변화는 발생확률과 파급력이 모두 큰 리스크에 해당한다”며 “기후변화와 테러리즘의 진행과정이 굉장히 유사한 만큼, 기후변화도 대테러정책처럼 글로벌 차원에서 대응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키라파르티 국장은 “인류는 2009년 만든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 합의문(장기적으로 지구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억제)을 지킬만한 기술을 이미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 시행한 정책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평가해서 조금 더 효과적인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다이용에 관한 국제법으로 자리 잡은 UN해양법을 예로 들며 “기후변화 정책에 대한 다자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기후변화안보회의 원탁회의 발표자들. 왼쪽부터 댄 스미스 IA 사무총장, 박영우 UNEP 아태지역사무소장, 이회성 IPCC 부의장, 힌리히 퇼켄 독일 투자진흥청 기후환경정책과장, 스테판 아우어 EEAS 대표, 키라파르티 라마크리시나 UNESCAP 동북아지역국장. ⓒ 김희진

스테판 아우어 유럽대외관계청 대표와 국제평화운동단체 ‘인터내셔널 얼러트(IA)’의 댄 스미스 사무총장도 국제적 정책합의의 필요성을 부인하진 않았으나 지역사회에서 적용 가능한 정책에서부터 단계를 높여나가는 ‘아래에서 위로’ 방식을 선호했다. 아우어 대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2020년까지 환경기금 1천억 달러를 조성하려면 대중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먼저 지역적인 기후변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미스 사무총장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문제 파악부터 대응까지 빠르게 이어질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우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아태지역사무소장도 “국가 단위 프로젝트도 필요하지만, 지역사회 기반 활동이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민사회와 지역사회가 구상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실행력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또 지금까지의 기후변화 관련 프로젝트가 철저히 선진국 입장에서 기획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논리가 아닌 생존논리에 바탕을 둔 개발도상국 시각으로 접근해야 좀 더 효과적이고 분명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특히 “UN이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자기들끼리 경쟁하고 중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UN주도의 기존 활동에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행동이 시급하다는 데는 발표자 모두 의견을 함께 했다. 키라파르티 국장은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탄소 로드맵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희망이 있다”며 “G20이나 UN안보리 회의 등에서 보다 실천가능한 기후변화 프로젝트를 도입하고, 기후변화약소국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기후기금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독일 영국 이어 한국에서 회의 개최 의의

지구온난화의 위협을 새로운 ‘안보이슈’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모색하는 기후안보 회의는 2011년 독일에서, 2012년에는 영국에서 열렸다. 손성환 기후변화대사는 “선진국이나 중진국의 경우 국내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개도국은 법률적 혹은 사회적 인프라가 부족해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며 “아‧태 지역 기후안보회의가 한국에서 열렸다는 것은 우리가 아‧태 지역을 대표해 기후변화 대응을 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자평했다. 

닐 모리세티 영국 기후변화 특사는 “지구온난화는 글로벌한 이슈이지만 인구 밀도가 높고 사회기반이 열악한 아태 지역은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며 “우리가 빨리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삶의 터전과 식량 등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손성환 기후변화대사(좌)와 닐 모리세티 영국 기후변화 특사(우). ⓒ 임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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