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복인사당한 파업참가자 65명에 대해 "전보발령 무효" 결정

 

▲ 파업 참가를 이유로 부당인사를 받았던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21일 법원 '전보발령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는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남긴 글. ⓒ 허일후

"아…드디어…."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허일후 MBC 아나운서가 2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benhur81)에 잇따라 남긴 글이다.

지난해 7월 파업을 끝낸 후 아나운서국이 아닌 미래전략실로 갔던 허 아나운서는 이날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장재운 수석부장판사)가 "MBC노동조합 소속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65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전보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힌 것이다. 허 아나운서와 함께 미래전략실로 갔던 박경추·김완태 아나운서, 지역총국에 배치받은 김수진·왕종명 기자도 곧 제자리로 돌아갈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지부(아래 MBC노조)는 파업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갔지만, 조합원 상당수는 원래 자리를 찾지 못했다. 해고나 정직을 당하거나 MBC아카데미 교육 발령을 받았고, 기존 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배치됐다. 그 가운데 드라마전용 세트인 용인드라미아개발단, 신사옥건설국과 미래전략실 등으로 전보발령당한 65명은 2012년 8월 2일과 2013년 2월 8일에 걸쳐 법원에 전보발령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MBC노조 조합원들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사측의) 전보발령은 정당한 이유 없는 권리남용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재판부 "기자, PD, 아나운서와 관계없는 업무... 사측 결정 무효"

재판부는 우선 조합원들이 기자나 PD, 아나운서인 만큼 이들을 용인드라미아개발단이나 신사옥건설국 등으로 배치할 필요성이 적다고 봤다. 또 직종 특성상 전문성을 인정해야 하는데도, 사측의 갑작스러운 전보발령으로 해당 조합원들이 업무상으로나 생활에서 큰 불이익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기존 보직에 복귀할 경우, 파업 기간 중 채용된 직원들과 불화를 일으킬 우려가 커서 파업 참가자들을 전보발령했다'는 사측의 주장은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사유'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이 전보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피신청인의 권리남용으로, 무효"라고 결정했다.

박재훈 MBC노조 홍보국장은 2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늦었지만, 너무 당연한 결과"라며 "김재철 사장의 보복인사가 그동안 어떠한 제동장치 없이 계속됐는데, 법원이 이번에 분명히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별도로 가처분신청을 낸 '신천교육대'의 43명은 아직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박 홍보국장은 "재판부가 다르지만 (이번 결정이 나온 만큼) 신천교육대의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 적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누리꾼들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복귀 후 샌드위치 만들기 등을 교육받고 있는 서울 신천동MBC아카데미를 삼청교육대에 빗대 '신천교육대'라고 부르고 있다.

MBC노조는 또 이날 회사에 '원직 복귀를 서둘러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회사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에 간접강제(법원 결정에 따르도록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것)를 신청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사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홍곤표 MBC 홍보국장은 "우리도 오늘 오후 늦게 (법원 결정을) 알게 됐다"며 "회사 관계자들의 협의를 거쳐야 하기에 지금 당장 회사 입장을 전달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측은 항고할 수 있으나, 항고만으로 이날 결정의 효력이 집행정지되지는 않는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박소희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