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들이 본 ‘신경분리’ 1년

지난해 농협은 금융과 경제 부문으로 나누는 ‘신경분리’를 단행하면서 경제부문을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팔아주는 ‘판매농협’으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부문 성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정권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현재의 농협으로는 진정한 판매농협을 이룰 수 없다”고 지적했다.

4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농협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 1차 보고자료를 보면 지난해 농협 경제사업 신규투자는 684억원으로 2012년 목표치(2570억원)의 26.61%에 그쳤다. 원예조합공동사업법인 육성(38억원), 농산물 대형판매장 신설(50억원), 인삼가공센터 구축(131억원), 종묘사업 인프라 구축(38억원) 사업 등 11개 과제는 집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경제사업활성화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지난 정부가 농협 신경분리를 치적으로 내세우려다 보니 농협 신경분리 스케줄을 정해서 밀어붙였고 그 결과 사업계획, 투자계획이 조율이 안된 채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1년이 지난 지금 농협 경제부문의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투자 계획, 절차, 성과 평가에 있어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농업계 인사는 “농협이 판매농협을 부르짖은 것은 이미 20년 전부터였지만 농민 조합원은 판매농협을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농협은 여전히 제도화, 관료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민이 주인이 돼 아래에서 의견이 올라가는 상향식이 아니라 정부에서 내리꽂는 톱다운 방식이 되다 보니 농협이 농민의 손에서 점점 떠나가고 있다”며 “신용경제부문은 완전히 자본에 넘겨줬고, 농민 조합원의 목소리는 아주 미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농협이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에게는 최대한 싸게 사려고 하고 소비자에게는 마진을 남겨서 팔려고 한다. 협동조합이 아니라 상업자본의 논리에 빠진 지주회사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은 법 개정이 늦어져 지난해 9월 투자계획이 확정돼 시간이 부족했다”면서 “조합원 생산물을 50% 이상 팔아주는 판매농업 정착은 2020년을 목표로 유통망을 확충해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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