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7년 새 13%나… “직불금 도움 안돼”

강원 철원평야에서 벼농사를 하던 김모씨는 지난해 논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고추농사로 전업했다. 김씨는 “쌀값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경영비는 매년 올라 수익이 나지 않는다. 비료값만 해도 5년 전 한 포대당 4000원 하던 것이 지금은 1만5000원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철원평야에는 최근 비닐하우스 농가와 한우 농가가 늘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벼농사에서 전향한 농가들이다. 김씨는 “농가들이 벼농사로 수익이 나지 않자 작물을 바꾸고 논은 매물로 내놓고 있다”며 “임대하려는 논은 줄어 오히려 임대료는 올랐다. 논을 임차해 크게 농사를 지으려고 해도 재미(이익)가 없다”고 말했다.

전남 장성의 농민 이모씨는 지난해 논의 절반을 갈아엎고 잔디를 심었다. 이씨는 “쌀농사는 짓기도 힘들고, 남는 것도 없다”며 “논 1마지기(660㎡)에서는 일반벼 기준으로 보통 쌀 4~5가마니(80㎏)가 나온다. 쌀값은 가마니당 17만원 선으로 아무리 쌀값이 올라도 마지기당 100만원은 어렵다”고 말했다. 비료·농약 값, 농기계 임차료와 기름값 등을 빼면 잘해야 50만원 정도 남는다. 흉년이라도 들면 이마저도 어렵다. 그러나 잔디를 심으면 그나마 마지기당 90만~100만원의 수익은 보장된다.

쌀 농가들이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14일 농협경제연구소의 ‘쌀 농가 소득실태’ 보고서를 보면 쌀 판매 수입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쌀 농가들의 농가소득은 2005년 2265만원에서 2011년 1971만원으로 7년간 13% 하락했다. 농가소득 중 농업외소득을 제외한 농업소득도 2005년 981만원에서 2011년 650만원으로 33.7% 하락했다. 같은 기간 물가가 20% 넘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농가들이 체감하는 소득 하락 폭은 더 큰 셈이다. 비료·농약비·위탁영농비 등과 같은 경영비는 크게 올랐다. 쌀 재배 면적은 매년 감소해 2007년 95만㏊에서 지난해 84만㏊로 5년 새 10% 이상 줄었다.

쌀 시장 개방으로 정부가 새로 도입한 쌀소득보전직불금(직불금) 제도는 농가에 큰 도움이 못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쌀의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그해 쌀의 평균 수확기 가격과의 차액 85%를 현금으로 직접 보전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김영록 의원(민주통합당)은 “정부가 2005년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도입했지만, 해가 갈수록 쌀 재배 농가 소득은 감소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동안 정부가 쌀 농가 소득을 보전해준 것이 아니라 17만원 이하로 쌀값을 묶어두기 위한 물가정책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쌀소득보전직불제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협경제연구소 황성혁 부연구위원은 “쌀 농가의 경영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쌀소득보전직불제의 고정직불금 단가를 인상하고, 쌀 목표가격 설정 시 쌀값 변동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의 범위 안에서 쌀 목표가격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