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으로 업무 차질, 사고 경험 혹은 사고 낼 뻔” 76%

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은 ‘잠 도둑들’이라는 책에서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현대인들은 점점 더 잠을 뺏기고 있다고 개탄했습니다. 경쟁과 효율을 내세우며 ‘더 일하라’고 몰아세우는 사회가 잠을 뺏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심신의 질병과 사고에 점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한국인의 수면 실태’를 알아봤습니다.

차미연(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214명입니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 은 974명, 남성은 1240명입니다. 

차: 먼저 “여러분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얼마나 됩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적정 수면시간 만큼 못 자는 인구 68.7%

제: 네, ‘6시간에서 7시간’이라는 응답이 37.4%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이 ‘5시간에서 6시간’으로 25.2%, ‘7시간에서 8시간’이 23.2%로 뒤를 이었습니다. ‘5시간 이하’로 아주 적게 자는 사람도 6.1%가 있었고요, ‘8시간에서 9시간’이 6%, ‘9시간 이상’ 푹 자는 사람들도 2.1%가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인의 적정 수면시간을 7~8시간으로 보는데, 종합해 보면 그 만큼 못 자는 사람들이 전체의 68.7%나 됐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수면시간이 줄고, 여성보다 남성의 수면시간 적었습니다. 직업별로는 사무직이나 생산직 같은 회사원의 수면시간이 자영업자나 주부보다 짧았습니다.

차: 다음으로 “여러분에게 가장 바람직한 수면시간은 얼마라고 생각하십니까”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네, ‘7시간에서 8시간’이 50.3%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전문가들이 꼽는 적정 수면시간과 일치하는 의견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6시간에서 7시간’이 28%, ‘8시간에서 9시간’이 11.7%, ‘5시간에서 6시간’이 6.9%, ‘9시간 이상’이 2%였고, ‘5시간 이하’도 1.1%가 있었습니다. 태생적으로 조금만 자도 괜찮은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적정 수면시간을 7시간 이상으로 꼽은 사람이 전체의 64%였는데, 앞 질문에서 본 것처럼 실제 수면시간이 7시간 이상인 경우는 31.1%에 불과합니다. 충분히 못 자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죠.

가장 큰 ‘잠 도둑’은 직장 업무와 가사노동, 공부 

차: “여러분이 수면 부족을 겪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우선 ‘직장 업무 등 일이 많아서’라는 응답이 21.9%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불면증 등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가 16%, ‘공부나 자기계발 때문에’가 14.5%, ‘개인적인 오락 때문에’가 13.3%였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서핑 등으로 밤샘하시는 분 많죠. 다음으로 ‘육아 등 가사노동 때문에’가 9.9%, ‘술자리 등이 많아서’가 9.3%였습니다. 반면 ‘수면 부족을 겪지 않는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는데요, 뒤집어 말하면 전체의 90%가 일시적이든 만성적이든 수면부족을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직장 업무 등 일이 많아서’라는 응답은 30~40대 남성층에 많았고, 여성 중에는 ‘육아 등 가사노동 때문’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20대는 ‘공부와 자기계발’을 꼽은 응답자가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차: “수면 부족으로 인해서 평소 업무에 지장을 주거나 사고가 난 적이 있는가”하는 질문도 드렸는데요.

제: ‘있을 뻔 했다’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고 ‘있다’는 응답이 34.7%로, 전체의 76.3%가 ‘업무 지장 혹은 사고를 겪었거나 거의 낼 뻔 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반면 ‘없다’ 는 답은 23.7%에 그쳤습니다. 업무 지장이나 사고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생산기술영업직이나 자영업 등 직접 몸을 쓰는 경우가 많은 직업군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불면증 해소 등을 위해 비용을 들인 적 있다” 29.6% 

차: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단잠을 자기 위해 비용을 들인 적이 있습니까”하고 여쭤봤는데요. 
 
제: ‘불면증 해소를 위한 책이나 숙면에 도움 되는 도구 등을 구입한 경험이 있다’는 답이 21.9%, ‘치료를 받거나 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가 7.7%로 전체 응답자의 29.6%가 나름 대로 심각한 대응을 한 적이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없다’는 응답이 70.4%였는데요, 일시적, 혹은 가벼운 불면증일 경우 방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수면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들인 경험은 연령별로 50대 이상, 직업별로 볼 때 자영업자 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차: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수면 부족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제: 네, 그렇습니다. 적정 수면 시간은 개인별로 다르다고 하지만, 일단 ‘7시간 이상’을 꼽은 사람이 전체의 64%인데, 실제로 이 만큼을 자는 사람들은 3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죠? 또 응답자의 30%가 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돈을 쓴 경험이 있다는 것도 시간이 부족하거나 불면증 등으로 충분한 잠을 못자는 인구가 상당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이 부족한 이유로는 직장 업무나 가사 노동 등 ‘과도한 일’과 공부 등 자기계발 부담을 꼽은 경우가 총 45%입니다. 과중한 업무 부담과 경쟁 압력이 수면 부족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각한 것은 ‘수면부족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겪거나 사고를 당한 일이 있다’는 응답이 34.7%, ‘겪을 뻔 했다’는 응답이 41.6%로 현실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습니다.

OECD 최장시간 노동 줄이고 적정 수면 배려해야 

차: 실제로 졸음운전이 교통 사망 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수면 부족으로 인한 사고와 산업재해의 위험이 심각하다고 하죠?

제: 네.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거나 하루 4~5시간씩 자면서 1주일을 지내면, 심신의 상태가 혈중 알코올 농도가 면허취소기준인 0.1%인 것과 비슷하게 된다고 합니다. 국내 통계를 보면 지난 2007년부터 2009년 6월까지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중 졸음운전이 원인이 된 사고가 23%로 가장 많았고, 이 기간 중 교통사고 사망자 664명 가운데 32%가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수면부족으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각종 산업재해는 물론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지난 89년의 엑손발데즈호 기름 유출 사건, 86년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도 담당자의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실수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편에 속한다고 하는데요,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요?

제: 수면 부족은 각종 사고의 위험을 높이고 업무의 효율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당뇨, 비만, 심장질환, 우울증의 원인이 되고, 수명도 단축한다고 합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건강관리 비용을 높여서 국민 경제적 부담을 증가시키게 되고요. 그런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긴 것이 광범위한 수면 부족과 연관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번 조사에서도 사무전문직과 생산직 등 회사원들의 수면 부족이 가장 심각했는데요, 잠이 1시간 부족하면 업무효율이 30%나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법정 휴일 휴가를 보장하면서 실질적인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근무 관행을 바꿔 가야할 것입니다. 또 24시간 영업을 하는 유통업체 등이나 주야간 교대근무 사업장도 갈수록 늘고 있는데 야간근무자의 수면과 건강관리에 대해 체계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8월4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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