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열 기자의 ‘소셜미디어’ 활용법

 ▲ 고재열 기자가 '소셜미디어와 뉴저널리즘'을 주제로 강연 중이다. 뒤에는 고 기자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독설닷컴> ⓒ이태희

뉴스 유통 민주화의 유공자, 트위터

“블로그가 발달하면서 이젠 누구나 기자, 칼럼니스트가 되었습니다. 소수가 독점하고 있던 뉴스 생산방식이 민주화한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뉴스 유통은 기성언론과 포털사이트가 좌우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꿔놓은 게 바로 트위터입니다.”

저널리즘의 영역이 점점 확산되고 있다. 기자가 뉴스생산을 독점하던 시대를 넘어 이젠 시민, 연예인, 정치인 누구나 ‘기자’가 되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트위터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저널리즘이 이처럼 폭발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올드미디어는 설 자리를 찾느라 분주하고 인터넷매체도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들은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시사인> 기자이자 파워블로그 <독설닷컴> 운영자인 고재열 기자는 ‘소셜미디어와 뉴저널리즘’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트위터를 하면서 사회적 존재감을 키우라”고 역설했다. ‘정도’가 아닌 ‘사도’를 걷고 있다고 소개한 고 기자는 “트위터는 뉴스유통의 민주화 차원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소셜미디어의 성공사례와 활용방안을 털어놨다.
 

블로그를 넘어서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은 미디어 지형을 크게 흔들어 놨다. <오마이뉴스>의 탄생으로 전문 기자들의 독점적인 영역에 시민기자들이 발을 들여놓았다. 하지만 고 기자는 “<오마이뉴스>는 자체 편집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뉴스생산이 완전 민주화가 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블로그는 취재부터 편집까지 모든 판단을 작성자 스스로 한다. 따라서 뉴스생산의 민주화 차원에서 블로그가 한층 더 발달한 것이다.

“가장 활성화한 메타블로그 ‘다음뷰(Daum View)’는 등록된 블로거만 18만명으로 뉴스의 ‘이마트’인 셈입니다. 여기서 수많은 블로그 글들이 유통됩니다. 특히 포털사이트 메인 홈페이지에 글이 실리면 30~40만명이 읽을 정도로 엄청난 효과가 나타납니다. 결국 ‘이마트’의 1층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블로그의 성패를 좌우하죠.”

그는 블로그 모형의 한계로 뉴스 유통의 민주화도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포털사이트 메인페이지에 실리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편집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거기에다 메인페이지에서 기성언론 뉴스 바로 아래 칸을 차지했던 <다음뷰> 위치가 아래로 내려가고 사람들의 관심이 많던 ‘시사’면이 자동으로 노출되지 않으면서, 블로그 뉴스의 유통량은 상당수 떨어졌다.
 

▲ 고 기자 강연을 경청하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이태희

트위터, 뉴스의 패자부활전

그에게 트위터는 하나의 돌파구였다. 트위터는 유통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했다. 그는 “포털사이트에서조차 주목받지 못했던 뉴스들이 트위터라는 사각링에서 패자부활전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각자 판단에 따라 사람들을 팔로우(follow, 트위터에서 다른 친구를 자신의 관심인으로 등록하는 것)하고, 알릴 만한 콘텐츠가 있다면 알아서 전달합니다. 이를 강제할 수단도 없고 포상할 수단도 없이 스스로 유통이 이뤄지는 것이죠.”

트위터 덕분에 ‘패자부활’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김용철 변호사가 쓴 책, <삼성을 생각한다>이다. 삼성의 문제점을 구석구석 꼬집었지만, 일부 언론을 빼고는 광고조차 실리지 못했다. 결국 첫 주말 판매부수가 이삼백 부에 지나지 않았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출간 배경과 상황을 알리자 반응이 빛의 속도로 나타났다. 사나흘 뒤, 인터넷서점 종합판매순위 1위로 올라간 것이다. 소셜미디어가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사건이었다.

“트위터 상에서 콘텐츠 확산 속도가 매우 빠릅니다. 뉴스가 알려지고, 반응이 생기고, 제도가 바뀌거나 행동이 실행되는 등 일련의 과정이 빛의 속도로 이루어집니다. 특히 블로그와 달리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콘텐츠가 전파되기 때문에, 이용자 간의 유기성은 상당한 것이죠.”

기사거리도 트위터로 수집한다

 ▲ 기자와 동시에 '파워 트위터리안'인 고재열 기자 ⓒ 이태희
뉴미디어가 활성화하면 올드미디어는 사라지게 될까? 고 기자는 “기성 미디어가 대중교통수단이라면, 소셜미디어는 ‘자가용’이라고 말했다. 자가용이 있다고 대중교통이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각자의 역할을 하며 두 미디어군이 공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가용이 개인적인 공간으로 기능이 분화한 것처럼, 소셜미디어도 새로운 기능으로 분화한 것이다.

그는 취재할 때, 트위터를 적극 활용한다. 먼저 아이템을 수집할 때 용이하다. 사람들에게 취재할 만한 내용이 없는지 질문을 던지면 팔로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준다. 항상 정보가 자세하게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1차 수집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사 광고를 하게 되고 때로는 자기가 속한 매체의 구독으로도 연결된다고 한다. 트위터를 통해 기획·취재·광고·판매까지 모두 이루어진 셈이다.

한편으로 기성 미디어와 경쟁상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이슈선점에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이슈를 누가 먼저 ‘선빵’을 날리냐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선빵’은 인식의 틀이 됩니다. 누가 먼저 이슈를 치고 나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한번 인식된 틀은 쉽게 바꾸기 어렵죠. 오프라인에서 막강한 매체력을 지닌 ‘조중동’ 과 이 공간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영향력은 무엇보다 ‘선빵’에 달려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도 신속, 수정도 신속

매체들 사이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례가 많았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음란사이트가 널리 확산되고, 광고성 정보가 넘치다보니 양질의 정보가 가려지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고 기자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악화’가 자연히 걸러진다고 말했다. 실제 트위터상에서 누군가 자기를 근거없이 모욕한 적이 있어 무응답으로 대응했는데, 사람들이 알아서 그 사람을 '언팔로우‘(unfollow, 관계 끊기)하면서 그 스스로 점점 고립돼 가더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트위터가 기적적인 공간으로 남아있습니다. 잘못된 정보가 빨리 유통도 되겠지만, 수정도 빨리 되곤 합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가 계속 수정 보완되는 것이죠.”

팔로워 3만7천명인데 스마트폰도 잘 몰라

고재열(@dogsul) 계정의 팔로워 수가 3만7천여 명이다. 250만 명의 팔로우 수를 가지고 있는 뉴욕타임즈(@nytimes) 계정과 비교하면 적은 숫자다. 하지만 그가 팔로워들과 대화하고, 그의 글을 누군가 전달하는 활동지수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트위터 활동량만 따지면 그는 세계 15위권에 들 정도로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역설적이지만 그는 인터넷 기술이나 스마트폰 기능을 잘 모른다. 일부 기능만 쓸 줄 알지, ‘얼리어댑터’처럼 자유자재로 기계를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한다는 게 큰 장벽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키워나가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그가 이 자리에 오게 된 지 고작 2년밖에 안 됐다고 한다.

“트위터는 좌뇌, 우뇌가 아닌 ‘합뇌’의 공간입니다.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씨줄날줄로 엮는 것처럼 연쇄적으로 만들어가는 공간이 바로 소셜미디어입니다. 트위터를 시작하세요.”


저널리즘스쿨의 특강은 <인문교양특강> <사회교양특강> <저널리즘특강> <문사철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거야말로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보도와 칼럼, 방송제작, 매체창업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해왔습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언론사의 핵심간부와 논객들이 한 특강을 <단비뉴스>가 중계합니다. 단, 공개를 원하지 않는 몇 분의 강의는 제외됩니다. <저널리즘특강>은 지난 2008년에도 개설된 적이 있는데 강사와 강의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내용을 종합했습니다. 이 특강은 우리 저널리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흥미롭지만, 학생이 쓴 기사를, 함께 강의를 들은 이봉수 교수(특강 진행자)가 데스크를 봄으로써 ‘강연/연설기사 쓰기’ 수련을 겸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히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