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이명박시대’ 지켜본 프레스TV 기자 프랭크 스미스

“한국 언론은 망신창이가 됐어요. 하지만 그게 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만은 아니죠.”

캐나다에서 온 프랭크 스미스(48) 기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08년부터 이란 국영 뉴스채널 <프레스(Press) TV>의 한국특파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코리아 헤럴드>에서 일했으니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취재한 셈이다. 그는 지난 5년 여 동안 방송사 파업과 해고 사태 등 ‘한국 언론의 수난기’를 지켜봤다. 지난 9일과 지난 해 5월 등 두 차례에 걸쳐 <단비뉴스>와 인터뷰한 스미스 기자는 특정 정권의 압력에 앞서 한국 언론의 ‘구조적 결함’에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지난 5월 25일, 서울 효자동에서 열린 '일본경제' 관련 세미나 참석 후의 Frank Smith 기자. ⓒ 강신우

정부와 재벌 변호하는 유력 언론들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등 공영방송 사장들이 오직 대통령의 뜻에 따라 결정되고, 그 방송사의 콘텐츠는 친정부적 편향성을 갖고 제작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소속 기자들은 자기 검열에 빠지거나 ‘PD수첩 사태’같은 직접적 차단까지도 당하죠. 한국의 언론노조가 힘이 있었다면 이런 기득권층의 권력남용을 견제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많은 언론인들이 언론정상화를 요구하다 해고 등 징계를 당했는데도 언론노조는 이를 막지 못했고 낙하산 사장은 건재하지 않습니까.”

‘강력한 언론노조’의 부재와 함께 그가 꼽은 또 하나의 구조적 결함은 언론사들의 재정구조다. 공영방송들은 예산, 인사 등에서 정부의 입김을 벗어나기 어렵고 이른바 ‘조중동’ 등 유력언론들은 거대 광고주인 재벌을 변호하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주요 언론사들이 정부와 재벌을 변호해주는 집단이 되어 있다는 사실이 특정 정권의 권력남용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얘기다. 그는 미국의 <폭스뉴스>가 ‘공정하고 균형 잡힌 보도(Fair and Balanced)’를 내세우지만 보수편향의 임원진이 기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등 각 나라 언론마다 제각기 극복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PRESS TV의 인터넷 홈페이지 'presstv.ir'의 메인 화면. ⓒ PRESS TV

스미스 기자가 일하는 <프레스 TV>는 이란국영방송(IRIB)이 지난 2007년 7월에 만든 위성뉴스채널로 24시간 영어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을 포함, 프랑스 일본 인도 등 25개국 거점도시에서 특파원들이 국제뉴스를 전송한다. 뉴스 외에 다큐멘터리, 토론프로그램 등도 위성채널과 인터넷 홈페이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세계 시청자에게 방송된다. 서양 매체들과 다른 독자적 시각으로 보도한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예산이 풍부한 편은 아니어서 스미스 기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인력이 제작 건수에 비례해 보수를 받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스미스 기자는 지난 2000년 처음 한국에 와 서울대 등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그러다 캐나다로 돌아가 정치학공부를 한 뒤 2007년 다시 입국했다. 저널리즘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코리아 헤럴드>에  입사해 취재와 편집의 첫걸음부터 배웠고, 이듬해 <프레스 TV>로 옮긴 후에는 취재와 촬영, 편집 등 방송제작의 전 과정을 혼자서 해내고 있다. 최근엔 ‘한국뉴스프로덕션(KNP)'이라는 회사를 만들어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스미스 기자의 일을 돕던 김경호씨가 KNP의 사장이 됐고, 후배기자 조세프 김이 뉴스리포팅을 맡고 있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취재할 때 아쉬움이 많아요. 통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취재 내용이 조정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자로서 한 사건에 대한 나의 시각을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특혜라고 생각해요.”

   
▲ 스미스 기자의 2012년 1월 31일자 '한국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존투쟁' 리포트. ⓒ Frank Smith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는 강정마을 다큐

지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한국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이란이 서울특파원에게서 기대하는 뉴스는 무엇일까.

“북한이죠. 북한과 동맹국인 이란은 북한핵, 한미관계, 한국 정치 등에 관해 많이 다뤄주길 원합니다. 이란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한국과 관련된 뉴스 중 북한 이슈가 가장 많이 다뤄지는데, 바로 그 점이 한국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기도 하죠.”

스미스 기자는 그동안 1백 여 건이 넘는 리포트를 만들면서 북한관련 소식이나 정치적 사안 외에도  표현의 자유가 걸린 ‘미네르바’ 사건, 한진중공업 사태, 강정마을 등 사회적 이슈를 다양하게 다루려고 애썼다고 한다. 스승의 날에는 한국 학교의 ‘교실붕괴’ 현상에 대해 취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레스 TV>에 제안서를 보내고 채택이 되면 리포트를 제작하는 방식 때문에 답답한 부분도 있다고 한다.

“석가탄신일에 기독교인인 이명박 대통령 하에서 일고 있는 ‘불교 배제’ 논란 등에 대해 취재하고 싶었는데 회사 측이 ‘연성뉴스’라며 거부하더군요. 그럴 땐 화가 나죠.”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공방을 다룬 강정마을 다큐멘터리를 꼽았다. 사회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진실을 드러내는 저널리스트의 본분을 다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기자란 놀라운 직업(amazing job)”이라고 덧붙였다.

스미스 기자는 오는 3월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에 입학해서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정치문제를 공부할 생각이다. 장차 기회가 된다면 동아시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 일은 기자가 아닌 다른 역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 통역을 위해 김동현 전 단비뉴스기자(현 TV조선 수습기자)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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