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즐겁게 사회를 배우는 ‘제천 장애학생 계절학교’

“들고 있는 공을 한 명씩 선생님 앞에 있는 공에 가깝게 굴려 보세요.”

“다시, 한 명씩!”

선생님의 시작 신호가 떨어지자 아이들은 서로 앞다투며 공을 굴렸다. 아이들이 정해준 규칙을 어기자 선생님이 설명하고 반복하기 10분 가량 지났을까. 아이들은 한 명씩 차례대로 공을 굴렸다. 기준점이 되는 공에 가깝게 붙인 아이는 환한 미소를 띠고 그렇지 못한 아이는 아쉬워했다. 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선생님의 기분 좋은 잔소리가 하나가 되는 이곳은 ‘장애학생 겨울 계절학교’ 교실이다.

▲ 공이 굴러가는 모습만 보고도 즐거워할 만큼 명랑한 장애학생 계절학교 학생들. ⓒ 안형준

자립과 협동 가르쳐 사회 일원으로 자리잡게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천지회에서 주관하는 장애학생 겨울 계절학교가 제천시 드림스타트센터에서 7일 열려 25일까지 3주간 운영된다. 장애아동의 학부모 모임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2008년 출범해 2011년부터 여름과 겨울에 계절학교를 운영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은 특수체육과 인지교육을 통해 자립심과 협동심을 배운다. 전산월 제천지회장은 “아이들에게 자립과 협동을 가르쳐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의 부모인 전 지회장이 계절학교를 열게 된 계기는 학교에 장애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2시간 가량만 운영돼 부모가 사회활동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와 돌보는 부모의 고충은 계절학교가 생겨 한시름 덜게 됐다. 하지만 계절학교에 다닐 수 있는 학생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 체육 활동을 하며 작은 사회를 체험하는 학생들. ⓒ 안형준

발달장애 아동 제천에만도 740명이나 되지만…

“지금 제천시에 발달장애를 겪는 아동이 740명입니다. 하지만 장소와 교사 부족으로 현재 아동 6명, 성인 6명, 총 12명밖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아동 부모와 후원자들의 모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이 반드시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려는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계절학교는 올겨울에도 열릴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을 수 있게 봉양읍 생활안전협의회에서 사랑의 쌀 20포를 기부했다. 쌀뿐 아니라 간식과 음식재료까지 모두 지역주민이 제공한다. 또한 제천지역 봉사단체 ‘좋은 사람들’에서 하루 네 명씩 나와 아이들의 맛과 영양을 책임진다.

"인내심 끝에 성장하는 모습 보면 희열"

계절학교에서 특수체육을 담당하는 김상규(32)씨는 수업을 마치면 목이 쉰다. 수업시간 내내 아이들에게 설명을 반복한 탓이다. 하지만 김씨는 자신이 하는 일이 행복하다.

▲ 특수체육교사 김상규씨는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안형준

이 일이 재미가 없으면 힘들어요. 장애아동은 많은 관심과 인내심이 필요하죠. 하지만 1년, 2년이 지나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일반 아이들을 가르칠 때보다 희열을 더 많이 느껴요.”

대학에서 특수체육을 전공한 김씨는 인천지역 방과후 학교에서 장애아동을 가르치다 제천으로 왔다. 대도시나 거점도시는 특수교사 수가 많아 장애아동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지역은 교육환경이 열악해 안타까운 마음에 내려왔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장애아동에게 체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체육을 통해 아이들이 협동하고 자립하는 방법을 배우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아동에 대한 법률개정 필요

▲ 학생들이 카드를 보고 정답을 말하는 인지학습을 하고 있다. ⓒ 안형준

전국장애인부모협회는 계절학교뿐 아니라 장애아동의 사회적 권리에 대한 운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장애인 활동보조사업, 방과후 재활보조, 장애아동 차별금지법 등 사회복지제도와 법 개정을 통해 장애아동이 떳떳한 사회구성원이 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결과 발달장애인법이 국회에서 입법됐다. 전산월 지회장은 “이제 시작일 뿐, 궁극적으로 장애아동이 완전히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나둘 만들어 갈 겁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계속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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