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마피아' 의혹 KAIST 장순흥 교수, 인수위원으로 발탁

▲ 부산광역시 기장군 장안읍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고리1호기). 1978년 4월 29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2007년 6월 수명이 만료되어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정부가 2008년 1월에 10년 재가동을 승인하면서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2012년 2월부터 완전 정전사고와 비상발전기 가동 중단, 사고은폐, 불량부품 비리 등이 연달아 터지며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민규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처럼 짝퉁이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 국장은 7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원자력 발전 공약을 두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원전 확대정책을 얘기한 적 없고, 대선 공약도 안전위주였지만, 인사로써 '원전 공약은 짝퉁'이란 걸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장순흥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교육과학분과 인수위원으로 발탁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후보 공약집에서 '안전우선주의에 입각한 원전 이용'을 약속함과 동시에 원전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원전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돼 원전 정책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민 여론을 수렴, 향후 20년간의 전원믹스(전체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 원자력 등 비재생가능에너지와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를 원점에서 재설정하고, 추가로 계획한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하에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순흥 교수의 등장은 박 당선인이 '원전 확대'로 입장을 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서울대 핵공학과(현 원자핵공학과) 출신인 장 교수는 원자력안전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원전 찬성론자'다.

탈핵을 주장하는 원전반대론자들은 장 교수를 '핵마피아'의 일원으로 꼽기도 한다. 양이 국장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인 강창순 서울대 명예교수가 핵마피아의 거두라면 장순흥 교수는 현재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겨레21>, <시사인> 등 몇몇 언론 또한 장 교수를 '핵마피아' 중 하나로 소개했다. 장 교수는 언론 인터뷰나 여러 토론회에서 원전 찬성론을 꾸준히 말해왔다. 지난해 8월 24일 <뉴시스> 인터뷰에선 "한국 전기요금이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것은 원전이 잘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전을 많이 지어 전력 돌리는 데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공약에선 '안전', 인사는 원전찬성론자로... 박근혜, 말과 행동이 다르다"

▲ 반핵부산시민대책위가 2012년 11월 29일 오전 10시 남천동 새누리당 부산시당사를 찾아 고리1호기 폐쇄와 신규원전 추가 건설 백지화 관련 대선공약채택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정민규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장순흥 교수의 발탁을 '원전 문제가 있건 말건 내 갈 길 가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로 읽었다. 그는 새누리당의 기존 입장이나, 박 당선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 최초의 원전 건설을 주도한 점을 감안할 때, 애당초 박 당선인의 원전정책에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적어도 현재의 원전 비율을 유지하는 정도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선택은 장순흥 교수였다. 안 소장은 "그는 중립적인 인물도 아니고 계속 찬성론자들을 대변해온 사람"이라며 "원전을 우려하는 쪽에겐 (박 당선인의 원전 정책이) 인수위 발표 전에 기대했던 것보다 잘못 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원전 비중을 재조정해야 하는데 박 당선인의 공약에는 이 계획이 담겨있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생각 역시 비슷했다. 그는 박 당선인의 원전 정책은 "이율배반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는 '원전 추가증설을 재검토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총선 때 민병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을 비례 1번으로 선정한 데 이어 장순흥 교수를 인수위원에 임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당선인은 장 교수 발탁으로 '원전 확대 의지'를 내비친 것 외에는 에너지·환경 정책의 작은 조각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다. 양이원영 국장은 "에너지 체계가 어떠냐에 일자리, 산업, 경제 문제까지 연관되어 있는데 관련 정책이나 공약은 급하게 나왔고, 인수위에 담당자도 없다"고 비판했다. 하승수 위원장은 "월성 1호기, 고리 1호기 등 당장 노후 원전 문제를 푸는 일이 급한데 언급 자체도 없다"며 "현재 상황을 보면 과연 앞으로 5년 동안 에너지 정책과 환경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박소희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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