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철회 우선과제… 국회 조세개혁특위 역할 주목

국회의 세법 개정 논의를 계기로 증세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여야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금액 강화 등에 합의하면서 이번 세법개정은 31일 국회 본회의 통과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세법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세금 관련 내용은 상당 부분 반영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을 실천하기에 재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병목 한국조세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30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세율을 올리지 않고 박 당선인이 목표로 한 재원을 조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위해서는 연간 27조원씩 5년간 총 135조원이 필요하다. 박 당선인은 이 가운데 48조원을 세제개편 및 세정개혁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세법개정을 통해 내년에 추가로 확보되는 세금 수입은 연간 1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예컨대 이번에 논란 끝에 도입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도 부유층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지만 이를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세금은 연간 3000억원밖에 안된다. 박 당선인은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루 세금을 줄여 당장 내년에만 4조원의 세금을 더 걷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새로운 세목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만큼 현 정권에서 이뤄진 부자·대기업 감세 정책 폐기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8~2010년 법인세 총감면액은 21조2484억원이며, 이 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재벌·대기업의 감면액은 총 10조8562억원으로 전체 법인세 감면액의 51%에 달했다. 참여연대는 국회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성명서에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감세정책으로 취약해진 국가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민생·복지정책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부자감세 철회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가 세법개정에 합의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에 조세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해 증세 논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조세개혁을 위한 논의기구까지 만든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여야 모두 현행 조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특위 참가자와 인원 등 세부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특위가 꾸려지면 소득세와 법인세 등 국가 조세정책의 골격을 이루는 세금에 관해 ‘제로 베이스’에서 밑그림 그리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미 민주통합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은 “박 당선인이 추진하는 비과세 감면 축소도 재원 확보 여력이 거의 없다”며 “단계적으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증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은 “현재 영국 등 재정위기가 닥친 유럽의 국가들은 세출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해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 못했던 국민의 합의와 신뢰를 구축하면 세출 구조조정으로 큰 세수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오창민 기자와 함께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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