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교수 ‘문화/과학’에 기고

“그의 노래와 퍼포먼스의 정신세계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관심 받고 싶은 수컷의 몸부림이다. 말하자면 수컷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이라 할 수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최근 발간된 계간 ‘문화/과학’ 겨울호에 게재한 ‘내가 아는 싸이에 관한 모든 것’이란 제목의 글에서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스타가 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사진)의 ‘음악적 무의식’을 이렇게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싸이의 남성성은 마초적인 취향을 갖고 있고, 성적으로 여성에게 매우 공격적이며, 수컷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가사들이 많다”며 “물론 그의 랩에는 물질만능주의, 성 물신주의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기조에 깔려 있지만, 마초 본성은 가사 곳곳에 튀어나올 정도로 감추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싸이의 ‘수컷 나르시시즘’이 “그가 시련을 겪던 시절이건, 흥행가도를 달리던 시절이건 일관되게 나타난다”고 본다. “암컷들은 돈 많은 수컷들을 만나 거드름 피우기를/ 떵떵거리며 살기를 바래 싹수는 노래”(양아치) 같은 가사에서는 속물적인 여성을 제물로 삼아 자신의 마초적 공격본능을 정당화하려 하기도 한다. 간혹 그것은 “막 나가는 남자, 잘 노는 남성성의 강박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의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갈 데까지 가보자’라는 말은 잘 노는 마초를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다만 “생각과 사상은 마초적인데, 표현과 스타일은 유희적인 것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이 싸이의 특징이다. “그의 외모와 신체, 그리고 키치적인 퍼포먼스의 특별함이 그의 고유한 수컷 나르시시즘의 마초적 본성에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가부장주의의 권위로 구성된 그의 부모세대들의 마초주의와는 다른 느낌을 전달한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싸이의 태생적·선천적 특징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싸이는) 못생긴 얼굴, 뚱뚱한 신체, 조폭 같은 인상에서 마초적 이미지가 물씬 풍겨나오지만, 어릴 때부터 잘 놀았던 날라리”라며 “가부장적인 가족관계와 놀기 좋아하는 본성은 그가 유년시절부터 유희적 마초의 성향을 갖게 하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싸이를 단순히 양아치, 딴따라 가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그의 음악은 상당히 견고하고, 개성이 강하며, 유행의 코드를 잘 읽을 줄 안다”고 밝혔다.

탄탄한 샘플링 기술, 유머러스한 라임 스킬, 잘 만들어진 후크 멜로디를 지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일렉트로닉과 랩의 결합이라는 미국 팝시장의 주류적 음악형식을 채택했다는 점, ‘말춤’처럼 갈 데까지 가보고 싶은 내면의 욕망들을 서양인들의 기준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싸이스러운’ 국지적 B급 문화로 만들어냈다는 점 등을 ‘강남스타일’ 현상을 읽는 코드로 설명하기도 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황경상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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