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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뒤통수치는 ‘담합’ 배상 된서리
중간소비자 피해구제...집단소송과 징벌적손해배상도 추진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12월 05일 (수) 21:18:15 임종헌 기자 mydreampaper@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최근 대법원에서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대기업들은 제빵업체에 손해를 배상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원자재 생산기업이 부정경쟁 행위를 했을 때 최종소비자 뿐 아니라 중간소비자에게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첫 판결이라고 하는데요, 우선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살펴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지난 3일 대법원이 발표한 내용인데요, 제빵업체인 삼립식품이 밀가루 생산업체인 씨제이(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CJ가 12억4000만원, 삼양사가 2억3000만원을 삼립식품에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이 확정됐습니다. CJ와 삼양사는 지난 2001년부터 5년 동안 다른 6개 밀가루제조업체들과 함께 도매가격과 공급물량을 담합해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2006년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받은 일이 있는데요, 이 담합으로 손해를 본 삼립식품이 배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법률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담합과 관련해 중간소비자에 대한 배상책임을 인정한 국내 최초의 사례로, 향후 관련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특히 현재 공정위가 담합업체에 부과하는 과징금이 처벌효과를 발휘할 만큼 크지 않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감면제도) 등을 통해 감액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렇게 소송을 통해 거액을 배상하게 될 경우 실질적인 담합 예방의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 그렇다면 밀가루를 쓰는 다른 제조업체, 예를 들면 제과회사나 라면회사 같은 곳에서도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겠고, 다른 제품의 담합 피해 기업들도 줄줄이 소송을 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제:
우선 밀가루 가격 담합과 관련해서는 제과, 라면 등 다른 가공식품업체와 동네 빵집들도 같은 논리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담합이 적발된 게 지난 2006년이라 소송제기 시한이 지나지 않았는지 등 현실적인 제약조건에 따라 실제 소송 여부가 달라질 것입니다. 사실 담합피해 중간소비자의 소송자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요, 2007년 설탕업체의 담합 판정에 따라 샤니, 파리크라상, 삼립식품 등 3개 제빵업체가 CJ제일제당, 대한제당, 삼양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서로간의 합의에 따라 해결됐기 때문에 판결로 이어지진 않았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근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한 전자, 정유, 액화석유가스(LPG), 우유, 치즈, 커피와 관련해서도 중간소비업체들이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과점, '끼리끼리' 문화에 낮은 처벌수위도 문제

김: 그렇다면 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라면 등을 사먹는 최종소비자들은 어떤가요. 최종소비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없나요.

제: 원칙적으로는 담합 때문에 바가지를 쓴 최종소비자들이 당연히 피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죠. 그러나 개인의 피해를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고, 소송에 드는 비용이나 시간에 비해 배상액이 크지 않기 때문에 최종소비자들이 나설 동기가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단체와 전문가들은 담합에 대한 제재효과를 높이기 위해 우리나라에도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집단소송제는 담합 피해를 당한 당사자 중 일부가 대표로 소송을 내서 배상판결을 받으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들에게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증권분야에만 도입돼 있는데 이를 담합피해 구제 등에도 적용하자는 것이죠. 또 징벌적손해배상제도는 피해금액의 3배 이상을 배상하도록 해서 처벌의 효과를 높이는 것인데요, 지금은 하도급거래의 기술탈취에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두 제도는 박근혜, 문재인 두 유력대선주자도 공약으로 거론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추진하고 있어서 조만간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배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도 함부로 담합을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김: 그런데 지금까지 여러 사건들을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유독 담합을 통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적발된 경우도 있지만 적발되지 않은 사례도 많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이렇게 우리나라 업계에 담합이 만연한 이유는 뭘까요.

제: 우선은 독과점 산업이 많아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근 문제가 된 밀가루, 설탕, 전자, 정유, 라면, 우유, 비료, 농약 등을 보면 대부분 상위 몇 개 기업이 시장의 70~80%를 지배하고 있는 독과점 산업들입니다. 대기업 몇 곳이 짜고 가격을 높게 정하면 소비자들은 꼼짝 없이 바가지를 쓰게 돼 있는 구조죠. 경제력 집중의 폐해인 셈입니다. 또 기업들의 ‘끼리끼리’ 문화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동종기업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협의체 혹은 친목모임을 운영하면서 자주 만나고, 이런 만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보교환과 담합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때로는 관련 정부부처가 행정규제 등을 통해 가격담합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고요. 우리 기업인들에게 공정경쟁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천민자본주의적 사고가 아직 팽배한 것도 문제로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해도 처벌수위가 낮은 것 역시 문제입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1년 가격담합 13건에 부과된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2%에 불과했습니다. 법정 상한인 10%에 한참 못 미쳐 처벌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또 심각한 담합 행위자는 검찰에 고발하게 돼 있지만 실제 고발을 통해 형사 처벌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김: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 나가서도 담합을 하다가 처벌을 받는 경우가 꽤 있던데요.

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는 담합에 대한 처벌이 엄격합니다. 담합을 중대범죄로 보고 벌금을 많이 물리는 것은 물론 이를 주도한 기업관계자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EU등에서 제재를 당한 사건은 모두 12건이고, 부과된 벌금과 과징금은 약 2조4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관련 임직원 15명이 기소됐고 이 중 12명이 징역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엘지(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가격담합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총 수천억원대의 벌금을 물었고 삼성전자는 디(D)램 가격 담합으로 역시 수천억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CJ제일제당은 조미료 가격 담합 등으로 미국 유럽 캐나다 등 5개 지역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고요.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제시장에서 담합이 문제가 돼 외국 정부에 벌금을 많이 낸 상위 10개 세계기업 리스트에 우리나라 기업 4개가 포함돼 있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담합, 경제력에 비해 높은 물가수준의 주요 원인…적극적인 소비자 행동 필요

김: 최근에는 은행의 양도성정기예금증서(CD)금리 담합, 증권사의 채권수익률 담합 등 금융권의 담합도 문제가 되고 있더군요. 담합으로 인한 국가경제적 폐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담합(카르텔)은 둘 이상의 사업자가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돼야 할 가격, 생산량 등을 서로 짜고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죠. 한 마디로 기업간의 경쟁을 제거해서 소비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소비자로서는 적정 가격보다 높은, 바가지를 쓰는 것이고요. 우리나라에는 독과점과 담합이 워낙 많아서 물가수준이 경제력에 비해 높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민들 살기가 더 어렵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담합하는 기업들은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개선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에 소홀해도 쉽게 돈을 벌 수 있으니까 결국 장기적으로 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그렇다면 담합을 근절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제: 지금도 소비자단체가 주도하는 소비자소송이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피해를 본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이들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집단소송도 대개 소비자단체나 법무법인 등이 주도하게 되므로, 담합피해를 당한 경우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손 쉽게 피해구제도 받고 기업들의 나쁜 관행을 고치도록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는 적극적인 신고인데요,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경쟁업체 간에 가격이 거의 같고, 값을 올리는 것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폭으로 해서 소비자의 선택 여지가 없다면 담합 혐의가 있는 것이죠. 그럴 때는 소비자단체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서 조사하게 하는 것도 적극적인 소비자의 역할이라고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2월 5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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