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5> 시사보도의 기준 ②

이번에는 어느 지방신문사가 연합뉴스의 기사 및 사진을 복제해서 신문에 쓴 사례를 통해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이 사건은 복제한 기사 및 사진 중 일부가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사례(대법원 2006.9.14. 선고 2004도5350 판결)입니다.

먼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열거한 저작권법의 취지를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원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다. 시사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사건의 피고인은 경북 포항시에 있는 한 신문사의 편집국장인데, 2002년 7월 29일 피해자 연합뉴스의 기자가 송고한 기사를 사전 허락 없이 같은 달 30일 자신이 만드는 신문에 전재했습니다. 이후에도 피고인은 2003년 1월 24일까지 모두 다섯 차례 기사와 사진을 피해자의 사전 허락이 없이 전재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1심 법원은 피고인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고(대구지방법원 2004.7.30. 선고 2004노1396 판결), 2심 법원도 이를 인용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합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관련 기사와 사진을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수준을 넘어선 것’과 ‘넘어서지 않은 것’ 으로 구분합니다. 대법원은 ‘넘어서지 않은 것’에 대해 ‘정치계나 경제계의 동향, 연예·스포츠 소식을 비롯하여 각종 사건이나 사고, 수사나 재판 상황, 판결내용, 기상 정보 등 여러 가지 사실이나 정보들을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표현 형식을 통하여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의 신문사가 전재한 기사와 사진 중 전자에 해당하는 것도 일부 있으나 상당수는 후자에 포함되므로, 원심은 전자에 해당하는 것만 가려내어 저작권 침해죄를 인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복제권 침해행위로 인정한 것은 저작물의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심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원심이 파기 환송된 후 검사는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서 공소장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법원은 일부 기사와 사진에 대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립니다.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사의 내용에 사실을 기초로 한 작성자의 비판, 예상, 전망 등이 표현되어 있다. 또 그 길이와 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를 작성한 기자가 그 수집한 소재를 선택, 배열,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자신의 일정한 관점과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소재를 선택하고, 이를 배열한 후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투, 어휘를 선택하여 표현함으로써 작성자의 개성이 드러났다.”(대구지방법원 2006.12.28. 선고 2006노2877 판결)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결과 환송판결의 의미는 각각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시사보도’의 정의 또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있지요. 즉, 대법원에 따르면 ‘정치계나 경제계의 동향, 연예·스포츠 소식을 비롯하여 각종 사건이나 사고, 수사나 재판 상황, 판결 내용, 기상 정보 등 여러 가지 사실이나 정보들을 언론매체의 정형적이고 간결한 문체와 표현 형식을 통해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반면 환송판결은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인 시사보도’를 판단할 때의 고려사항으로서 ‘작성자의 비판, 예상, 전망 등이 표현되어 있는지의 여부’와 ‘소재의 선택·배열·표현을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함에 있어서 작성자의 관점과 판단기준에 근거하여 소재를 선택·배열하였는지의 여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어투와 어휘를 선택하여 표현한 것에서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났는지의 여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 김기태 세명대 교수
거듭 살피건대, 어떤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창작성에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물 작성자의 권리 못지않게 공공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저작권법은 공익적 차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특별한 창작성보다는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알게 할 목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대중매체에 싣는 단순한 시사보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대중매체에 실린 저작물이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닌 칼럼이나 사설, 또는 분석기사나 해설기사, 각종 문예물이나 그림, 만화, 도표 또는 투고 등과 같이 기자 또는 투고자의 견해가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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