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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으로 떠받치는 경제, 결국 무너진다
가계 기업 정부 등 총부채 지속증가...장기침체·금융위기 우려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11월 28일 (수) 23:01:08 임종헌 기자 mydreampaper@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진행자):
가계와 기업, 정부부채를 합한 우리나라의 총부채가 크게 늘어서 국가경제의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총부채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전체 가계, 기업, 정부가 진 빚이 국내에서 1년간 생산된 부가가치의 총합, 즉 국내총생산(GDP)의 2.3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 총부채는 지난 6월말 현재 2962조원으로, GDP의 234%였습니다. 이는 지난해 말의 2859조원, GDP대비 231%에 비해 103조원 가량 늘어난 것인데, 2000년 152%에서 2004년 162%, 2007년 202%, 2010년 215%로 증가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총부채 수준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의 2010년 기준 356%, 이탈리아 310%에 비해 아직은 낮은 편에 속하지만, 문제는 빠른 속도로 빚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계부채 지난 5년 간 40% 급증, 기업부채 · 정부부채도 악화

김: 총부채를 구성하는 가계부채, 기업부채, 정부부채 각각의 증가추이를 살펴볼까요? 아무래도 가계부채의 증가속도가 가장 빠르죠? 

   
제:
맞습니다. 가계부채가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계신용, 즉 금융기관 대출금에 카드, 할부금융사의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은 지난 1999년에서 2010년 사이 연평균 11.7%씩 늘어났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의 연평균 GDP증가율 7.3%나 가처분 소득증가율 5.7%를 훨씬 웃도는 것입니다. 버는 것에 비해 빚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죠. 가계부채를 GDP대비 비율로 보면 2007년 말 81.5%에서 올해 2분기 말 88.5%로 증가했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 5년간 40%가량 늘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일본 독일은 각각 5.4%, 5.8%, 0.6%씩 줄어 대조적입니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이후 빚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 반면 우리는 오히려 늘렸다는 것이죠. 금액으로 보면 지난 3분기 가계신용이 총 937조 5000억 원입니다. 전기보다 13조6000억 원 늘어나 또 다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4.4분기의 8.1%, 올해 1분기 7%, 2분기 5.8%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5.6%로 조금 둔화됐습니다. 

김: 기업부채도 많이 늘었습니까?

제: 기업부채의 경우 비금융 법인을 기준으로 2010년말 GDP대비 104.2%였는데 올해 2분기 말에는 108.1%로 상승했습니다. 금액으로는 1369조 원이고요.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부채비율을 많이 낮췄는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후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수출과 내수가 모두 위축되면서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엘지(LG)경제연구원이 비금융 상장사 623곳을 대상으로 이자보상배율,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조사했는데요, 이자보상배율이 100%보다 낮아  서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올해 상반기 현재  26.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년 전의 21.6%보다 악화된 것입니다. 특히 건설업은 65.7%가 이자보상배율 100% 이하라고 하는군요. 이런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면 신용공급이 줄고, 실물경제가 더 위축되고, 기업부실이 더욱 확대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 가계와 기업의 부채는 심각하지만 우리나라 정부부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제: 일반적으로 GDP대비 부채 수준이 가계 85%, 기업 90%, 정부 85%를 초과하면 GDP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우리나라는 가계와 기업의 경우 이 수준을 이미 넘었지만 정부는 이 보다 낮은 수준이죠. 공식통계를 기준으로 정부부채는 2007년 말 GDP대비 28.3%에서 2011년 말 35.1%, 올해 2분기 말 37.2%로 증가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 GDP대비 부채비율이 100% 정도인데 비하면 아직 낮은 편입니다. 그러나 2000년의 11%에서 11년 만에 37%로 늘어난 속도가 걱정스럽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하나 걸리는 부분은 결국 정부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공기업부채가 급속히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낸 보고서를 보면 국가채무 작성에서 제외된 지방자치단체 채무와 51개 공기업 채무를 포함시킬 경우 우리나라 국가채무 수준은 1006조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81%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떠맡은 수자원공사의 부채비율이 2007년 15.9%에서 2011년 말 116%로 급증하는 등 공기업부채의 증가속도가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스페인 아일랜드 등도 금융위기 이전에는 재정이 비교적 건전했지만 은행부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가부채비율이 단기간에 높아졌다고 하죠? 우리도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데다 기업부채도 최근에 상승하는 추세고 공기업 부채 문제도 있어 잠재적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
가계, 기업, 정부부채 모두 내막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상황이군요.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계부채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 왜 계속 악화되는 것일까요.

제: 정부가 이런 저런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고, 경기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산층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금융위원회 자료를 보면 내수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는 자영업자의 부채규모는 올 3월 말 기준 430조원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16.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 8.9%의 2배에 해당합니다. 금융감독원 추정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600만여 명 가운데 월소득이 100만원도 안 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170만 명에 이릅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드니 빚을 갚기 어렵고 오히려 사업자금, 생활비 조달을 위해 빚을 더 써야하는 상황인  것이죠. 정부와 금융권의 대책도 대출조건을 완화하거나 채무조정 등을 해주는 내용이 중심인데, 실효성은 높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원리금상환 부담 때문에 쪼들리는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으로 우리은행이 10월말부터 트러스트 앤 리스백(신탁 후 임대)을 시행 중인데, 호응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자를 낮춰주는 조건으로 자기 집 처분권을 은행에 넘긴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 커…빚에 의존한 성장 지양해야

김: 이렇게 총부채가 빠른 속도로 계속 늘어나면 우리 경제 전반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제:
가계 기업 정부 부문의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면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많은 가운데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역자산 효과’, 즉 가만히 않아서 재산이 줄어드는 효과 때문에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돼 내수부진을 겪게 될 가능성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부문의 상황 악화, 예를 들면 유럽재정위기 악화 등으로 충격을 맞게 되면 재정부담이 일시에 커지면서 경제위기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 정부 정책은 저금리기조, 부동산경기 부양 등을 통해 결과적으로 부채가 더 늘어나게 하는 쪽에 치우쳤던 게 사실이고, 금융회사들도 가계를 대상으로 대출 세일에 바빴습니다. 따라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 정부와 금융회사들이 책임의식을 갖고 부담을 나눠지면서 적극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김: 그렇다면 증가하는 부채를 줄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로버트 라이시를 포함한 미국의 비판적 경제학자들은 미국사회의 소득양극화와 이를 무마하기 위한 부채의존 성장정책이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감세와 규제완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빈부격차가 커지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구매력이 약해지니까 빚을 얻어 집도 사고 물건도 사도록 정책적으로 부추긴 것이 자산거품 증가와 금융위기로 이어졌다는 얘기죠.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가계부채 등 총부채 증가문제도 이와 마찬가지로 빚에 의존한 성장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가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안은 정부가 소득불균형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고, 빚에 의존한 성장을 지양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그동안 수십 차례나 부동산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와 금융규제완화 등을 단행했는데, 이렇게 대출 받아 집 사도록 부추기는 정책은 이제 그만 둬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단기적으로는 서민금융창구를 확대하고 신용회복과 사금융피해를 방지하는 등 어려운 서민을 집중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자영업 지원 등으로 소득기반을 강화하고 주거와 학자금 의료 보육 등의 긴급한 수요 때문에 서민들이 빚을 지지 않도록 복지제도를 확충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또 기업부채가 금융시스템 부실로 연결되지 않도록 금융사들이 관련 신용평가와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는 무리한 국책사업으로 공기업 등의 채무를 더 이상 늘리지 말고, 지자체와 공기업을 포함한 국가종합채무관리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국회가 엄격한 감시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고요.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1월 28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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