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탐구생활 Ver.2.0 완벽한 콤비 탄생 예고, '육권커플' 육상효와 김인권을 주목하라

 

▲ 영화<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강대오 역의 배우 김인권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김인권은 참 재미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배우 김인권과 단 10분이라도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다보면 그의 진지함과 배려에 그동안 가져왔던 코믹한 사람이란 선입견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자신에게 맡겨진 코믹극이라면 누구보다 '처절하게' 웃기는 배우 중 하나다.

영화 <강철대오 : 구국의 철가방>(이하 <강철대오>)을 통해 그는 육상효 감독의 완벽한 페르소나로 자리 잡았다. <방가? 방가!>에서 '다문화 사회'라는 우리의 어두운 곳을 유쾌하게 짚어낸 육 감독의 시선이 <강철대오>를 통해 1980년대 민주화 항쟁 시기로 향했다. 김인권은 육상효 감독이 만든 광장에서 철저히 뛰어놀아야 했다.

중국집 철가방 강대오(김인권 분)가 한 여대생 예린(유다인 분)을 사랑하게 되면서부터였다. 폭력과 거짓, 억압과 고통이 있던 어두운 시대였지만 대오에게만큼은 순간순간 설레는 감정의 나날들이었던 것. 김인권은 "코믹과 희극성을 오버해서 드러내기보단 예린의 사랑을 얻겠다는 목적만 두고 촬영에 임한 것 같다"며 현장에서의 마음가짐을 말했다.

 

▲ 영화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 포스터. ⓒ 스페이스M(주)
▲ 배우 김인권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보여준 강대오를 재연해주고 있다. ⓒ 이정민

<강철대오>엔 '인간'이 있는 작품, 인간의 순수가 무엇이더냐

김인권은 <강철대오>를 두고 민주화 항쟁에 방점을 찍기보단 미국 자본주의, 미국 중심의 경제적 종속관계에 중점이 있는 영화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미국문화원이 배경인 것과 대오가 하필 중국집 배달부라는 설정도 그와 연결지을 수 있다면서 말이다.

"제 대학시절 때만 해도 등록금 때문에 돈 모으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요. 과외를 일주일에 3일씩 할 때도 있었다니깐. 돈의 노예가 되기 시작한 거죠. 요즘은 취업에 다들 목숨 걸고, 뭔가 하나라도 스펙을 쌓으려고 하잖아요. 이럴 때 대학생 때의 그런 순수함을 조금이라도 일깨우면 좋은 거죠.

그러고 보면 요새 할리우드 영화들에 인간이 없어졌어요. 캐릭터들이 무미건조하잖아요. 신화에 의지한다거나 선악과 정의를 얘기하고 그러는데 인간적인 맛이 없어요. 논리적으로 맞추고 그걸 과장하면서 재미를 극대화하지만, 따뜻함이 사라진다는 느낌? 예전 영화들 <레인맨>이나 <프리티 우먼> 같은 사람 냄새 나는 작품이 잘 안 나오는 거 같아요.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거기에도 멜로 라인은 있어요. 그런데 배우라도 감정을 진하게 보이면 좋겠는데 그네들도 쿨해 그냥. 애잔함이 없이 논리만 남아있어요. 이러다 보면 영화에서 인간미가 없어진다는 거죠. 그 와중에 <강철대오>가 그런 순수를 되짚는 작품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웃음)."

 

▲ 영화<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강대오 역의 배우 김인권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 이정민

코미디에 대한 김인권의 철학, 그리고 육·권 콤비의 전성기 알려라

지난해 영화 <퀵> 때 김인권은 "코미디 연기가 배우로서 최고 경지 같다"고 표현했었다. <강철대오>를 통해 김인권은 그 말을 여전히 기억하면서 해내려고 했음을 고백했다. 더불어 육상효 감독이 "항상 김인권은 1순위"라고 한 말을 기억하자. 할리우드에 팀 버튼과 조니 뎁이 있다면 한국엔 육상효와 김인권이 있다 자부할 때가 올 수 있는 셈이다.

"<방가? 방가!>가 시작이었죠. 감사하죠. 감독님이 작품 구상하실 때 항상 제게 얘기를 해주세요. 전 재촉을 하죠. '다음 영화는 뭡니까?' (웃음) <강철대오> 이후를 고민 중이신 것  같아요. 감독님 역시 <강철대오>를 <방가? 방가!>의 연장 개념으로 생각하세요. <007 스카이폴>처럼요.

감독님의 페르소나요? 제가 원하죠, 우리나라에도 페르소나가 생겨야 해. 관객들도 찾아보고 마니아도 생길 수 있고요. 전 감독님의 도구일 뿐이에요. 육상효 감독님은 일반적인 영화감독이라기 보단 작가로서 사회참여 의식이 있어요. 저야 연기하면서 그걸 잘 보필하는 거죠. 김기덕·홍상수 감독도 국위선양을 하시는 분인 만큼 대우받아야 하지만,코미디로 사람을 웃기고 울리면서 외국노동자와 현대사를 짚는 감독님도 큰 역할을 하시는 거예요."

"100살이 돼서도 자빠지며 사람 웃기고 싶다"

<퀵> 때보다 더 고생한 게 바로 <강철대오>란다. 액션이 주였던 만큼 합이라도 맞추고 촬영했던 <퀵>과는 달리 <강철대오>는 막무가내로 뛰어야 했고, 사람들과 부딪혀야 했다고. 보조 출연자들 사이에선 군중 신에서 서로 부딪히는 장면을 찍을 때 진짜로 욱해서 다투는 일도 있었단다. 동료 배달원으로 등장하는 배우 박철민은 손등에 뼈가 보일 정도로 다치기도 했고, 김인권 역시 오토바이를 타다 한쪽 무릎이 다 쓸릴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

"코미디 영화는 여전히 제겐 최고 경지에요. 찰리 채플린 영화를 두고 코미디 영화라고 부르진 않잖아요. 성룡의 영화를 또 액션 영화라고만 하지 않듯이 코미디의 경지는 위대합니다. 송해 선생님처럼 저 역시 오래 관객들과 호흡하고 싶어요. 100살이 넘어서도 자빠지고 넘어지며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제 연기의 완성형일 것 같아요."

애정을 담은 만큼 <강철대오>에 대한 생각도 각별했다. 김인권은 <방가? 방가!>의 뒤늦은 흥행을 기억하면서 <강철대오> 역시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 배우 김인권이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보여준 강대오를 재연해주고 있다. ⓒ 이정민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하면서 이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때 이른 농담일지도 모르죠. 예전엔 군부독재시대였지만, 이젠 자본의 독재시대잖아요. 그런데 예전엔 억압을 느꼈지만 지금 우리는 억압을 안 느끼고 살고 있으니까요. 영화에서 대오에게 설명하는 학생도 그러잖아요. 자기도 이해 못하는 용어들을 쏟아내면서 '쉽지?' 라고 묻는데, 우리 시대에도 분명 어려운 이야기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님이 분명하게 메시지를 얘기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니까요. <방가? 방가!>도 시간이 흐르니 나중엔 좋은 영화가 돼 있더라고요. <강철대오>는 그때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시작했으니까 이 영화의 향이 점점 퍼지면 나중엔 큰 울림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렵니다(웃음)."

김인권은 개인주의적이 돼가는 사람들 틈에서 배우는 쿨해지면 안되겠다며 화두를 던졌다. "배우는 그냥 핫도 아니고 쏘핫이 돼야죠. 감정의 용광로가 되는 거예요. 다들 쿨해져가는 세상에서 뜨겁게 살면 나중에 인간문화재가 되는 거 아닌가 몰라요(웃음)."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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