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금리정책 합리화하고 독과점·유통왜곡 등 개혁해야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본격적인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요즘 배추와 무, 대파 마늘 등 김장용 채소와 양념값이 크게 올라 주부들의 걱정이 크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김장채소값은 지난 2010년에 폭등했다가 지난해에는 안정된 편이었는데, 최근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으로 품질이 좋은 배추, 즉 상품 배추의 소매가가 1포기당 3689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0% 가량 올랐습니다. 무도 한 개에 2414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1% 올랐고, 대파와 생강, 깐마늘 등도 각각 80~14%가량 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하네요. 김장재료 중 건고추와 굴 정도만 지난해 보다 10% 내외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수입 농산물도 중국의 작황 부진 등으로 지난해 보다 올라서 국내 농산물 가격안정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9월의 생강수입가격이 지난해 대비 거의 2배 수준이었고요, 냉장 마늘과 건고추도 각각 지난해 대비 140%가량 뛰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각 가정의 김장비용은 지난해에 비해 적어도 20% 이상은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정부가 주요 생필품가격의 급등을 막고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면서 올해 초에는 물가관리실명제까지 도입했는데, 효과가 없었던 겁니까?

제: 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이 쌀 배추 돼지고기 공공요금 교육비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주요 생필품가격을 책임지고 관리하라고 특별지시해서 농수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 간부 등이 이름을 건 물가관리실명제가 도입됐죠. 그러나 물가관리실명제가 도입된 올해 1월에 비해 배추값이 최근 200%가량 오르는 등 제도가 무색하게 됐습니다. 물가관리는 환율·금리 등 거시정책과 유통구조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80년대 군사독재시절처럼 개별 물가를 억눌러 통제하겠다는 발상으로는 애당초 잘 될 수가 없는 일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특별 관리하겠다던 52개 생필품 물가,  20% 인상돼

김: 이번 정부 들어서 품목별 물가관리의 원조는 이른바 ‘MB물가’라고 하는 주요생필품 가격 관리제도인데요, MB물가는 다른 품목에 비해 안정이 됐나요? 

제: 결과는 반대로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특별 관리하겠다던 생활필수품 52개 품목 물가가 대부분 2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200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쌀ㆍ쇠고기 등 52개 생필품, 즉 MB물가 품목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20~30%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4%인데, 이를 웃도는 품목이 전체의 약 60%인 32개나 된다고 합니다. 특히 농축수산물과 일부 가공식품들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가격이 내려간 MB물가 품목은 무상보육이 도입된 보육시설이용료와 휴대전화 통화료, 대학교 납입금, 밀가루 등 4개 품목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초 한 언론사가 역대정부의 물가관리 성적을 분석한 일이 있는데요, MB정부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은 3.2%인데 반해 물가는 3.6%가 뛰어서 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 웃돌았습니다. 반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상회했어요. 결국 MB정부가 물가관리에 가장 실패한 정부라는 결론입니다. 

김: 품목별로 가격 상승을 억누르는 물가관리가 결국 실패했다는 얘긴데요, 이런 식의 물가관리가 통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제: 주요 생필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거시경제적 요인, 대외변수, 유통구조상의 문제 등으로 다양한데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기 보다는 행정력에 의존해서 개별 품목 가격을 억누르려다 보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예를 들어 농축산물 가격은 기상상황에 따른 작황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재배면적과 유통물량을 과학적으로 조절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기상재해 탓만 했죠. 특히 배추의 유통비용이 소매가의 70%에 이를 정도로 유통구조의 왜곡이 심한데 농협을 통한 계통구매 등 근본적 유통혁신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농산물과 에너지 등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환율이 물가는 미치는 영향이 크고, 금리정책으로 돈이 얼마나 풀리느냐에 따라 거시적인 물가안정이 크게 좌우되죠. 그런데 정부가 수출대기업에 유리하고 물가관리에는 불리한 고환율·저금리 정책을 지속해 온 것이 물가관리 실패의 요소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들 중 2000년 이후 가장 가파르게 물가가 오르고 있는 나라의 하나로 꼽히는데요, 우리나라가 특별히 다른 나라에 비해 물가불안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요인들이 있나요.

제: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4%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가 올 들어 상반기까지는 지난해 높은 상승률의 기저효과 등을 반영해 다소 안정적인 편이었고 최근 들어 다시 불안감이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 이후를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OECD 34개 회원국 중 8위를 기록할 만큼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특히 농축산물 등 먹거리 물가와 집세, 에너지가격, 교육비 등의 물가수준과 상승률이 높아 서민가계에 큰 압박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가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사료포함)이 지난해 기준 22%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농수산물 수입의존도가 높다는 것, 에너지 역시 수입의존도가 높은데 최근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라는 것, 주택 등 부동산가격이 비싼 편인데다 최근 전월세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추세인 점 등이 작용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고환율·저금리 정책과 같은 거시경제운용도 물가안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고요. 

물가불안 해결하려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등 수입의존적 구조에서 탈피해야

김: 지금까지가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물가불안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많은데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제: 농수축산물과 에너지의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최근 세계적인 기상재해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국제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달 후에는 국내가격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가격 역시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고, 구리와 금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상승 추세입니다. 모두 국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들이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버스 지하철 전력 등 공공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해 질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3차 양적완화’에 나서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돈이 많이 풀리고 있고,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추는 등 돈을 푸는 추세 아닙니까. 이렇게 풀린 돈은 물가불안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이 있죠. 최근 조사를 보면 국내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기대심리, 즉 앞으로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정도도 높아서 이것이 개인서비스요금 인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앞으로 물가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대책,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 지금처럼 대다수 국민의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가 오른다는 것은 실질소득을 깎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내수 위축으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는 악재죠. 불안정한 물가를 근본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거시경제운영에서 물가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적정한 환율과 금리수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우선 필요할 것입니다. 동시에 생활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농수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효율화, 과학화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기상요건과 작황 등에 대한 신속한 모니터링 체계를 갖춰 생산량을 조절하고, 지나치게 다단계인 농수축산물의 유통구조를 생산자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개혁이 필요해요. 또 근본적으로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수입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농정이 전환돼야 농촌의 소득안정과 도시의 물가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만성적인 에너지가격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이 가능한 신재생에너지개발에 적극투자해서 석유 등 수입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국내 에너지 공급회사들의 독과점을 개선해서 가격을 낮추는 정책도 필요하고요. 또 서민들이 큰 부담을 느끼는 전월세가격, 교육비, 의료비 상승과 관련해서는 공공임대주택 보급확대와 임대차보호 강화, 공교육 강화, 의료보장확대와 포괄수가제 도입 등 복지확대와 제도개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10월 24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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