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씨 유족 "기자회견 뭐하러 했나"... 한홍구 "논란에 기름 끼얹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를 바로 세우고 있다. ⓒ 권우성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졌다. 김지태씨는 1960년 4·19혁명 때 부정축재명단에 올랐고, 1961년 5·16 때 부패혐의로 징역 7년형을 받자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먼저 재산헌납 뜻을 밝혔다. 법원도 '(재난헌납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족들 패소 판결을 낸 것으로 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21일 오후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 김지태씨의 유족 등 관계자들은 "법원 판결을 잘못 알고 있고, 기존 입장과 다른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 직후 "법원 판결을 잘못 말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외에는 변한 내용이 없어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자 명예훼손으로 박근혜 고소하겠다"

 

▲ 정수장학회의 원 소유주인 고 김지태 이사장의 차남 김영우씨가 12일 염창동 한나라당사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업무상횡령과 탈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남소연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설립한 고 김지태씨의 차남 김영우씨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박 후보의 기자회견을 한마디로 "아주 실망스럽다"며 "그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무엇 때문에 (기자회견) 예고까지 하며 입장을 정리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김지태씨가 부정부패를 저지른 결과 징역 7년형을 받았고, 그걸 피하기 위해 재산헌납을 했다'는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그럼 부정부패 있는 사람을 7년형에 처했다가 (재산헌납한다는) 도장을 찍고 바로 풀어준 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법원 1심 판결문에 '강압은 인정된다'고 분명히 쓰여 있는데도 거꾸로 말하는 분한테 무슨 말을 하겠냐"며 "(박 후보를)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지난 2월 24일 고 김지태씨의 유족 6명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등 청구소송에서 "고 김지태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김씨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증거가 없어 무효는 아니지만, 취소할 수는 있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 20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취소하지 않아 취소권은 이미 소멸했다"고 판결했다.

"정수장학회 스스로 '부일장학회 계승'이라는데 아니란다"

 

▲ 한홍구 교수. ⓒ 장재완

한홍구 정수장학회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성공회대 교수)는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와 별개로 새로 설립됐고, 김지태씨 재산만으로 세워지지 않았다고 말한 박 후보에 대해 "진짜 잘못 알고 있다"며 조목조목 따졌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부일장학회 관련 자료를 검토한 한 위원장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부일장학회가 강제 헌납됐다'고 밝히는 등 정수장학회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는 "정수장학회에서 낸 <정수장학회 30년>이란 책에 '부일장학회에서 5·16 장학회로, 이후 정수장학회로 법통적 연면성이 이어진다'는 내용이 있다"며 "즉 정수장학회가 부일장학회를 승계했다는 것인데 그걸 아니라고 하니까 참 답답한 얘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의) 돈이 들어오긴 했지만, 다 합쳐봐야 10%도 안 되는 등 모금에 실패했다"며 "현재 재산에서도 <부산일보>와 MBC 주식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야말로 김지태씨에게서 빼앗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태씨를 두고 1960년 4·19 혁명 당시에도 부정부패 논란이 있었다는 박 후보의 주장 또한 "1959년 자유당 정권이 김씨 회사 직원들을 잡아갔을 때 그들을 빼내려고 (자유당 정권쪽에) 돈을 줬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확정됐다"며 "(박 후보의 발언은) 사실과 달라 엄청나게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결론적으로 "(오늘 기자회견이 정수장학회 논란의) 불을 끄려고 했는데, 기름을 끼얹었다"며 "이전에 사과한 것들의 진정성까지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용마 MBC 노동조합 홍보국장은 "박 후보는 최근에 정수장학회가 정치공방의 주제로 등장한 것에 대한 분노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가 왜 정치적 이슈로 등장했는지, 다시 말해 최필립 이사장과 김재철 MBC 사장이 MBC 등의 주식을 매각하려는 행태 등에 대해선 전혀 얘기하고 있지 않다"며 "(박 후보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기자회견을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MBC가 잘 돼서 문제? "박근혜, 내용도 모르고 기자회견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 후보 앞에는 발표할 원고가 표시되는 프롬프터가 설치되어 있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후보는 "김지태씨가 헌납했던 1962년 당시 <부산일보>는 자본이 무려 980배 잠식돼 자력 회생이 힘든 부실기업이었고, MBC는 라디오방송만 하던 작은 규모였다"며 "(두 언론사가) 너무 커지자 지금 같은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도 말했다.

이 홍보국장은 이에 대해 "MBC는 자본금 10억 원에서 출발한 후 재평가가 안 된 걸로 안다"며 "어쨌든 부일장학회 지분 자체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박 후보가) 내용을 너무 모르고 정수장학회를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역시 "당시 사정은 그랬지만 <부산일보>는 정수장학회가 키워준 게 아니라 직원들이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스스로 컸다"고 반박했다. 발언 내용 자체도 "강탈 논란이 나올 때마다 정수장학회가 자신들의 입장이라고 밝혀온 것을 그대로 다시 반복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필립 이사장은 누구나 다 아는 (박 후보) 측근 중의 측근이고, 나머지 이사 중 2명은 박 후보 자신이 임명했다"며 '2005년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자신과 정수장학회는 무관하다'는 박 후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입장을 내놓겠다고 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던 이 위원장은 "박 후보 지지자들에게도 큰 실망을 줬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법원이 (부일장학회 헌납 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말하며 기자회견을 마쳤던 박근혜 후보는 "'강압이 없었다'는 발언은 잘못한 것"이라며 "강박의 정도가 의사결정할 여지를 박탈할 만큼의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결이었다"고 번복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박소희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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