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 최용배 대표, "앞으로 과정 많이 남았지만 최선 다하겠다"

 

▲ 영화 <26년>의 마지막 촬영현장. 배우 진구와 이미도가 자신이 맡은 분량을 위해 호흡을 맞춰보고 있다. ⓒ 이선필

무더위와의 싸움 이전에 보이지 않는 외압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영화 <26년>은 제작 준비 단계에서부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촬영 과정에서도 마음을 쉽게 놓을 수 없던 영화였다. 오죽했으면 원작자인 강풀이 "<26년>이 극장에 걸릴 때까지 안심할 수 없겠다"고 했을까.

영화의 제작을 맡은 영화사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를 만났다. 마침 10일은 <26년>의 마지막 촬영이 있던 날. 지난 2008년 최초로 기획돼 제작이 무산됐던 <26년>이 4년이 지난 2012년 가을 무렵 기적적인 크랭크업을 맞이했다.

지난 7월 19일 크랭크인을 했던 <26년>은 10일을 끝으로 모든 공식 촬영을 마친다. 이렇게 1980년 광주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 단죄 프로젝트를 소재로 한 <26년>이 관객 앞에 한 걸음 더욱 다가가게 됐다.

"처음엔 제작비만 잘 마련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 영화 <26년> 스티커가 붙어있는 릴케이블. ⓒ 이선필

총 52회차 촬영을 약 두 달의 기간 동안 끝냈다. 본래 60회차는 찍어야 될 분량이었지만 줄이고 줄여 현재의 구조를 만들어 냈다. 다행히 태풍으로 잠시 촬영이 지연된 것 빼곤 모든 과정이 순탄했다. 하늘도 도운 셈이었다. 마지막 촬영이 있던 10일 오전도 준비하는 시간 동안 소나기가 오더니 촬영 시작 무렵이 되자 맑은 하늘이 보였다.

"이렇게 영화 촬영이 끝나는군요." 최용배 대표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촬영은 끝나지만 아직 거쳐야 할 중요한 과정이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후반작업과 개봉일까지 진행될 작업이 촬영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개봉일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하지만 영화의 본격적인 모양새를 다듬는 시기인 만큼 최 대표는 끝까지 잘 해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 영화 촬영이 드디어 끝나네요. 오랜 시간 거쳐 준비하고 고생한 만큼 심경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제작비만 잘 마련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앞으로 남은 과정이 많습니다. 올해가 장마와 무더위가 있었던 전형적인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을 시작하고 무더위가 가장 힘든 부분이었지 비는 잘 피해갔습니다.

8월 태풍이 왔을 땐 세트촬영을 했어요. 작년이나 재작년처럼 비가 매일 왔다면 큰일 날 뻔 했죠. 비가 안 오는 날엔 기온이 37도 38도였는데 그것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비가 오는 것보단 나았죠."

"촬영 협조해 주신 시민들에게 감사, 배우들과 스태프는 최고였다"

 

▲ 영화 <26년>에 참여하는 계엄군 복장의 배우. 영화의 첫 장면에서 곽진배(진구 분)의 엄마(이미도 분)가 지닌 과거의 상처를 드러내는 역할을 맡았다. 단역 내지 조연으로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이 배우는 실은 영화의 무술지도를 맡은 김병오 무술감독이다. ⓒ 이선필

- 촬영을 하면서 가장 생각이 났던 분들, 고마웠던 분들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대전과 광주 지방 촬영을 많이 했는데 협조 요청을 하러 가면 이 영화를 미리 알고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제작두레'(영화 <26년> 제작비 지원 프로젝트) 회원이라면서 말을 건네는 분들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냥 쓱 지나가다 <26년> 촬영 현장인 걸 알고 돌아와서 음료수를 놓고 가신 분들도 많았고요. 촬영 현장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우리 동네에서 촬영하는 게 자랑스럽다'며 글을 올리시는 분도 계셨어요.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영화가 알려지고 있다는 점이 좋잖아요. 그런데 의미까지 알아주시니 감사하고 감동적이죠."

- 출연 배우들에게도 하실 말씀이 있을 거 같아요.

"촬영 시간 엄수에 대해선 배우들 전원이 최고였어요. 그 어떤 영화 때보다 훨씬 진지했고요. 고맙죠. 영화의 빡빡했던 스케줄을 이렇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배우들의 협조가 컸어요. 스태프들이야 완벽하게 움직여 줬고요."

- 일각에선 영화 <26년>이 대선용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봉에 대한 문제는 여러 가지 복합적 요소가 고려되잖아요. 대선용이라는 건 그것과 관련한 목적이 있다는 차원이라면 <26년>은 그게 아닌 건 분명하지 않나요. 대선과 관련한 후보가 잘 되도록 뭔가 기획해서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 영화는 여러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야 만들게 된 거니까요.

대신 모든 영화 개봉하려 할 때 그 시기와 상황을 고려하게 되잖아요. 예를 들면 월드컵이나 추석 등 이런 날을 영화 개봉할 때 의식을 안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 영화 <26년> 촬영현장. 마지막 촬영일인 10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찍은 장면은 영화 속 첫 장면이었다. 두 번의 컷 이후 오케이 사인이 떨어진 직후 다음 장면을 위해 스태프들이 모여있다. ⓒ 이선필

- 아무래도 영화가 좀 무겁지 않을까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단 주제가 비장하잖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의 분위기 자체가 무겁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죠. 주제를 표현하는 여러 스펙트럼이 존재하잖아요. 비장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무겁게 갈 수도 없고. 우리 인생도 그렇잖아요. 모든 게 무겁고 진지할 순 없죠."

- 강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당신의 모든 순간들>을 차기작으로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1년을 강풀 작가와 함께 하게 생겼네요.

"(웃음) 종말에 대한 영화죠. 우리 사회 만연한 부조리? 기술발전으로 인해서 생태계나 우리 식생활들에 일종의 왜곡이 생겼잖아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등 이상한 바이러스도 생겼고요. 그런 것들에 모든 사람이 감염될 수 있다는 상상이었고, 세상에 종말이 온다면 그런 모습이지 않을까하는 차원입니다. 현재 시나리오를 만드는 단곕니다." 

영화 <26년>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을 받는 '제작두레' 프로젝트 참여로 최용배 대표는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느끼고 있었다. 최용배 대표는 "관객들의 성원과 기대에 잘 부응할 수 있을까. 영화가 잘 진행되고 있었고 잘 만들어내야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다시금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참고로 제작두레 프로젝트로 현재까지 4억 6000만 원 가량이 모였다. 아직 남은 기간 동안 시민들의 후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란다. 영화의 목표 제작비에서 아직 5억 원 가량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 모금 프로젝트는 오는 10월 20일 종료할 예정이다. 영화 <26년>의 개봉일은 오는 11월 29일이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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