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보건위] 어린이집 매매 성행... 남윤인순 "보육의 질 저하 우려"

 

▲ 학원·독서실 매매전문누리집에 올라온 어린이집 매매 광고. 원아 수 등에 따른 권리금을 요구하고 있다. ⓒ 남윤인순 의원실

'원생 수 40명에 권리금 2억2000만 원'

학원·독서실 등 교육시설 거래전문누리집에 올라온 '단독어린이집' 매매 광고 글이다. 서울 강동구에 있는 이 어린이집은 지난 2일 매물로 등록됐다. 아동 1명당 550만 원씩의 권리금을 요구하는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윤인순 민주통합당 의원은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어린이집 매매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며 "권리금을 내고 어린이집을 인수한 대표자가 수익창출을 추구하다보면 보육의 질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조사 결과,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대표자가 바뀐 민간어린이집은 924개소, 가정어린이집은 1833개소였다. 이 가운데 대표자가 2회 이상 바뀐 어린이집도 51개소였다. 이곳들은 대개 대표자만 바뀌고 원아나 보육교사는 그대로다. 식당이나 상점 등을 거래할 때 부속시설에 권리금을 매기듯 교사와 아이를 어린이집값에 포함해 거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매매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어린이집 설치·인가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새로 설치된 민간어린이집의 41.4%는 신규인가시설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대표자만 바꾼 곳이었다. 신규인가시설의 비율은 2009년 31.6%. 2010년 30.2%로 점점 낮아졌다. 2010년 들어서는 대표자를 변경한 신규어린이집은 1335개로, 새로 인가받은 곳(578개)보다 2.3배 이상 많았다.

부동산처럼 사고파는 어린이집, 돈만 있으면 누구나 대표

 

▲ 학원·독서실 매매전문사이트에 올라온 어린이집 매물 리스트. ⓒ 남윤인순 의원실

문제는 높은 권리금을 주고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경우, 수익을 노리고 무리하게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투자한 권리금 충당을 위해 영·유아 수를 허위등록해 부정수급하거나 급식과 시설 운영을 부실하게 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 부정수급으로 적발된 시설은 1099개소였고, 그 금액은 68억 원에 달했다.

복지부도 "과도한 권리금을 주고받을 경우 보육 품질 저하 등 어린이집 운영이 부실해질 수 있다"며 지난 8월 7일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앞으로 어린이집을 양도받은 대표자는 시설 토지와 전세권 등의 부채비율이 50% 미만이어야 한다. 시·군·구가 변경인가를 내줄 때 어린이집의 정원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 남윤인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어린이집 대표자 변경인가 현황에 따르면 1992년생(올해 21세)인 대표자가 지난해 다른 사람으로 바뀐 어린이집도 있다. 남윤인순 의원은 10월 5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대표자 자격기준 신설을 주장했다. ⓒ 남윤인순 의원실

그러나 이 같은 제재에 상관없이 돈만 있으면 사실상 누구나 어린이집 대표가 될 수 있다. 어린이집 대표자는 원장·보육교사와 달리 자격 기준은 없다. 한정치산자나 마약중독자 등 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된다. 남 의원실이 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1년 서울 중랑구의 ㄱ어린이집과 경기 용인시의 ㄴ어린이집 대표자가 각각 1992년생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뀐 사례도 있었다.

남윤인순 의원은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 대표자에 대한 자격기준을 신설하고 어린이집 매매를 일정 횟수 이상 한 사람이 대표자가 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남 의원의 질의에 "저도 복지부 장관이 된 후에야 어린이집 권리금 문제가 있는 걸 알았다"며 "권리금 매매가 사라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박소희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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