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에는 '날 선 비판'

재벌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를 형사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행위가 본질적으로 총수 일가 이외의 주주들의 재산에 손해를 끼치는 특별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분석이다.

국책 경제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중소기업 관계에 대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KDI는 이 보고서에서 연기금 등 공공부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민·형사상 문제 제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일감 몰아주기의 본질은 지배주주 일가가 편법을 통해 회사 재산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감 몰아주기'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문제이기 이전에 대기업 내 주주들의 재산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KDI는 이를 근거로 '일감 몰아주기'를 '특별배임'에 해당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민·형사적 문제로 접근하는 게 더 타당하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규제보다 훨씬 강도 높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선진국에서는 가족이 따로 계열사 차리는 일 없다"

KDI는 "선진국 대기업에서는 지배주주의 부인이나 아들·딸이 따로 계열회사를 차려 내부거래를 한다거나 가족이 지배하는 회사에 의존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들 나라에서는 이러한 행위들이 중대한 기업범죄에 해당하며, 위법성이 확인될 경우 당사자들은 강력한 처벌은 물론 기업경영에서도 영구히 추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당장 이런 풍토를 정착시키기는 어렵다는 평이다. 일반 소액주주가 혼자 나서서는 특별배임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미미하기 때문. 이와 관련해 KDI는 "(민간기업의 주식을 다량 가지고 있는) 연기금 등 공공부문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으며 필요한 경우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DI는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현재 정부가 중소기업,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을 상대로 쓰고 있는 '산발적인 규제 강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경제에서 거래 쌍방 간에 교섭력의 차이가 있으면 정부가 어떻게 개입해도 평등한 거래조건이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KDI는 이 같은 주장의 이유로 선진국들의 사례를 들었다. 여러 선진국들이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사업조정정책을 채택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는 것이다. KDI는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거래에 대해 거래조건에 개입하기 보다는 중소기업의 교섭력을 높이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생 김동환 기자가 오마이뉴스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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