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우려 속 ‘내년 4% 성장’ 전제, 0~2세 무상보육은 뒤집기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정부가 2013년 예산안을 어제 발표했습니다. 내년 나라살림의 계획서를 마련한 것인데요,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쓸 생각인지 대략의 구성을 한 번 살펴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내년도 우리 정부의 총지출은 정부예산과 기금을 합해 342조5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5.3%가 늘어난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보건, 복지, 노동을 합한 복지예산인데요, 총 97조 1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4.8% 늘었습니다. 그런데 복지예산의 규모가 이렇게 커진 것은 복지제도 자체가 의미 있게 확충 됐다기보다는 노인인구와 연금수령자가 늘어나는 등 자연증가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참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교육예산은 총 49조1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7.9% 늘어났고요, 국방예산은 34조6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5.1% 늘었는데, 이 가운데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 방위력 개선을 위한 예산은 10조5172억 원으로 총지출 증가율 보다 높은 6.1%의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도로와 교량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은 23조9000억 원으로 올해보다 3.6% 늘었습니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은 갈수록 고용 및 생산유발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몇 년간 감소세였는데 이번에는 부동산경기부양 목적으로 증액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농림수산식품, 연구개발, 문화체육관광, 외교통일 등은 올해 대비 소폭 증가에 그쳤습니다. 

김: 내년 예산안이 전년도, 즉 올해 예산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로 어떤 부분인가요.

제: 경제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일자리 부족이라는 사회적 고민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됐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 복지 분야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강조해 온 ‘생애주기별 복지’ 구상이 반영됐습니다. 3~4세 누리과정을 포함해서 전반적인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것, 초중고생들을 위한 공교육 강화와 방과후 학습시설의 확충, 대학생들을 위한 등록금과 기숙사 지원, 청장년을 위한 주택구입자금 지원 확대, 노인들을 위한 연금과 의료지원 확충 등 생애주기별로 다양한 제도가 보완됐습니다. 또 일자리창출에 역점을 두었는데요, 고용창출 예산이 올해보다 8.6% 늘어난 10조7661억 원으로 상당히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대폭 늘리는 등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배려도 눈에 뜨입니다. 

대학생, 노인, 성범죄 관련 예산 확대…지나치게 낙관적인 성장률에 의문

김: 이번에 발표된 내용 중 세부적으로 특히 눈길이 가는 예산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제: 대학생들의 높은 학자금 부담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번 예산안에서 ‘반값 등록금’ 요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나름대로 신경을 썼습니다. 국가장학금 규모를 5000억 원 더 늘리고 적용대상을 소득하위 3분위에서 7분위로 확대해서,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부담 경감률이 평균 37%에서 50%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또 국공유지에 여러 대학의 학생들이 싼 값에 입주할 수 있는 연합기숙사를 지어 내년에 3천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답니다. 사립대학의 기숙사 건립예산에도 올해의 두 배 규모인 1372억 원을 지원하고요. 일반인의 주거 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싼값으로 보급하는 보금자리 주택 중 임대주택을 올해 8만호에서 내년에 9만5천호로 늘립니다. 노인복지대책 가운데는 일시적으로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을 위해 청소와 세탁서비스를 해주는 제도가 도입됩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사회복지시설에 액화석유가스(LPG)저장탱크를 설치해 연료비 절감을 돕는 방안, 다문화가정의 가정폭력문제 등 해결을 위해 결혼이민자 코디네이터를 50명 운영하기로 한 것도 이채롭습니다. 이와 함께 사병들의 월급을 15%, 급식비를 4.5% 인상하는 등 병영 내 복지도 개선됩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성폭력 사건을 감안, 성폭력 근절예산이 올해보다 54% 늘어난 4055억 원 책정된 것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고요. 

김: 그런데 이번 예산안을 두고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꽤 있더군요. 우선 내년 성장률 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던데요.

제: 그렇습니다. 올해 우리 경제의 성적이 당초 전망보다 부진하고 내년에도 국내외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번 예산안에 반영된 정부의 경제성장 전망은 낙관적인 게 사실입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3%, 내년에는 4%를 전제로 해서 예산안을 짰는데요,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2%대, 내년은 3%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또 2014년에도 4.3%, 2015년과 2016년은 4.5%로 성장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재정수지나 국가채무비율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도 위기에 처한 회원국에 대해 무제한 국채매입을 결정한 것 등을 낙관의 근거로 제시했고요. 그러나 현재 유럽의 위기상황이나 미국, 중국의 경제가 최근의 양적완화 조치 등으로 개선되기 어렵고 내년에는 다시 심각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경제상황이 나빠져서 세금이 예상대로 걷히지 않을 경우  나라 살림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예산 심의과정에서 여야 격렬한 공방 예상

김: 예산은 좀 보수적으로 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와 함께 여야 정치권과 여성단체들은 정부가 0~2세 영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방침을 폐기하고 선별적 보육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올해의 경우 0~2세 영유아를 기르는 가정 전체에 대해 소득제한 없이 보육료가 지원되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상위 30% 가정의 경우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예산안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소득하위 70%에 대해서는 보육수당과 양육수당이 모두 지급되지만 상위 30%의 경우 양육수당이 없고 보육수당도 일부만 지원된다고 합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대책 없이 올해 이 제도가 급하게 도입되면서 재원이 바닥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가구 중 실수요자인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아 상당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야정치권도 총선공약으로 내세웠던 ‘전면 무상보육’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예산안 국회심의과정에서 원래대로 전면 무상보육의 취지를 살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김: 이번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이명박 정부지만, 내년에 실행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 12월 선거에서 선출될 새 정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의 예산 심의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각자의 대선공약을 토대로 내년 예산을 조정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제: 그럴 가능성이 꽤 있어 보입니다. 방금 말씀 드린 것처럼 여야의 총선공약을 무시한 0~2세 전면 무상보육 폐기 시도와 관련해 심의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 사이의 공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부는 경제활성화와 함께 균형재정을 목표로 예산안을 짰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 모두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질 만한 복지 대책 등을 이번 예산안부터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할 것입니다. 또 정부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인천공항 매각 계획도 이번 예산안의 세입계획에 넣었는데요, 인천공항 등 공기업 민영화에 대해서는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들도 예산 심의과정에서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9월 26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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