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 생애주기별 ‘약선’ 전시회

비만, 골다공증과 함께 중년 여성들을 위협하는 3대 질환이자, 성인남성 절반이 앓고 있다는 고혈압. 세계보건기구는 ‘최고혈압이 140을 넘거나 최저혈압이 90을 넘는 환자는 누구나 치료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고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다 보니 치료 안 받고 버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평생 약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조용한 살인자’ 고혈압을 방치하고 있다면, 하루 세끼 식단부터 바꿔보자. 열 내리는 데 효과가 있는 다시마로 쑨 죽이나, 콩나물 미나리를 넣은 국수, 오이와 참외를 함께 갈아 만든 음료, 성질이 찬 돼지고기에 어지러움과 두통 개선에 도움이 되는 천마와 국화를 곁들이면, 고혈압에 좋은 맞춤 요리가 된다.

세명대 한방식품영양학부가 맞춰본 '음식과 약재의 궁합' 

▲ 약선 전시회를 준비한 민성희 교수 ⓒ 임온유

▲ 한방엑스포공원 한방생명과학관 3층에는 한방약선음식이 전시된다. ⓒ 임온유

‘식약동원(食藥同源)’. 음식과 약은 그 유래가 같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궁합’ 맞는 식재와 한방약재를 활용한 음식은 웬만한 약보다 낫다. ‘2012제천국제한방바이오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한방엑스포공원 한방생명과학관 3층에는 생애주기별로 약이 되는 음식을 소개하는 곳이 마련돼 있다. 세명대학교 한방식품영양학부에서 준비한 이 전시회에서는 한의학에 근거해 식품과 식용 가능한 약재의 특성을 구분하고 조리한 ‘약선(藥膳)’, 곧 ‘약이 되는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음식은 약처럼 인체에 바로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식습관이란 게 평생 지속되는 거라 오히려 약보다 인체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민성희 한방식품영양학부 교수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음식을 통해 영양을 챙기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약선 전시회’는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로 인체의 생애주기를 나눠 각 단계별로 일어나는 생리적 변화에 적용할 수 있는 약선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습관병’ 음식부터 바꾸자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혈압을 낮추는 약선 천마국화돈육볶음, 당뇨에 좋은 구기두충차, 체중조절에 효과있는 곤약무침,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복령맑은국. ⓒ 진희정

관람객들은 인체 생애주기 가운데 가장 긴 시간에 해당하는 성인기에 유용한 약선들에 관심이 높았다. 만19세부터 64세까지 해당되는 성인기에는 성장을 위한 영양분이 따로 필요 없지만,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생활습관에서 비롯되는 성인병이 나타난다.

‘천마국화돈육볶음’ 외에 천마 하고초 미나리 결명자 치자 구기자 등을 응용한 요리들이 고혈압에 도움이 된다. 음식을 특히 신경 써서 먹어야 하는 당뇨에 도움이 되는 약선도 따로 있다. 검은콩 보리 메밀 마 맥문동 산수유 복분자 등의 식•약재를 활용한 음식들로, 호두죽이나 파프리카주스, 고기 대신 두부를 으깨 만든 두부 스테이크가 그것이다.

성인병을 ‘생활습관병’으로 부르게 하는 대표적 질환이기도 한 비만을 방지하는 약선으로 곤약무침과 천사채샐러드, 산사결명자죽이 있다. 율무 팥 연잎 다시마 무씨 가지를 이용한 음식과 함께,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류 약재인 ‘복령’을 넣은 복령두부찜이 체중감소에 효과가 있다.

복령은 신장 기능을 보호하는 효능도 있어 인삼복령쇠고기죽이나 복령맑은국 등 신기능 약선으로도 활용된다. 약해진 신장으로 인한 잦은 소변에는 연자 가시연밥 오미자 산수유 복분자 앵두 호두 마를 넣은 음식들이 도움이 된다.  

미각도 발달하는 성장기엔 고른 섭취가 약

▲ 소화를 돕는 타락죽과 기침에 효과가 있는 배숙이 유아들을 위한 약선이라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쇠고기당귀스튜와 무만두가 소화 잘 되는 성장발육음식이다. ⓒ 진희정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에 좋은 약선들. 생후 6개월까지는 모유 수유를 권장하지만, 성장발육이 왕성한 만1세부터 5세에 해당하는 유아기는 소화흡수대사가 미숙한 특징 때문에 식욕부진과 변비에 좋은 약선들을 권한다. 위를 보호하는 효능이 있는 감자 완두 멥쌀 우유 등을 활용한 타락죽이나 감자완두수프는 허약한 유아들의 식욕을 돋운다.

활동량이 적은 유아들의 소화에 도움이 되는 식•약재로 배추 시금치 당근 고구마 호두 흑임자 바나나 오디가 있으며, 각종 견과류를 갈아 넣어 만든 견과요거트가 유아 변비에 좋은 약선이다. 무엇보다 3세 전후부터는 자의식이 발달돼 식품에 대한 기호가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경험을 통해 편식을 예방하고 미각발달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 6세부터 12세를 포함하는 아동기는 신장의 증가가 두드러지는 시기로, 성장을 돕되 성장통을 예방할 수 있는 약선들이 준비됐다. 오가피와 당귀가 성장통에 특히 효과 있는 약재로, 이들과 잘 어울리는 닭고기를 응용한 오가피닭죽이나 오가피닭구이, 닭고기당귀스튜가 어린이들의 성장발육에 좋다. 또 아동기는 또래 친구의 식품기호와 식습관에 큰 영향을 받는 시기이자, 영양과잉에 따른 아동비만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소화촉진에 좋은 무를 활용한 무만두나 두부무찜도 도움이 된다.

한창 클 땐 뇌를 맑게, 노년엔 눈을 밝게

▲ 수험생의 뇌활동과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은 음식으로 계육변씨만두와 견과류강정이 있다. 노년기에는 보익감자탕과 돼지간하수오볶음이 쇠약한 기운과 시력을 보호해준다. ⓒ 진희정

신장과 체중이 급격히 늘어나고, 신체 구성 성분이 변화하는 등 성장을 완성하는 시기인 청소년기는 영양요구량이 절대적으로 높다. 복령 우린 물에 닭고기로 만든 만두를 넣은 계육변씨만두나 장을 촉촉하게 하는 흑임자와 인삼을 갈아 만든 수삼쉐이크, 대추를 주재료로 한 익비병은 기를 보하면서 소화를 돕는 약선이다.

더불어 학업에 매진하는 청소년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는 연근 연자 마 외에 호두 같은 각종 견과류가 효과적이다. 뇌기능에 좋은 호두연근조림과 연자주, 견과류강정 약선은 두뇌활동의 물질적 기초 역할을 하는 기혈을 충족시켜 집중력을 강화한다.

기력이 쇠하는 65세 이상 노년기에는 시력을 보호하는 식재료인 소나 닭의 간, 당근 구기자 결명자 냉이를 활용한 음식들이 유용하다. 간과 신장을 보하는 기능도 있는 구기자와 닭고기로 만든 구기자백숙, 생기를 돌게 하는 맑은 피 ‘정혈’에 좋은 하수오를 응용한 돼지간하수오볶음, 가시연밥과 구기자를 넣은 검실죽이 눈을 밝게 한다.

잘 먹은 음식이 보약

▲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나이별로 다른 약선들을 살펴보고 있다. ⓒ 임온유

남편과 함께 약선 전시장을 둘러본 이영선(31•제천시 하소동)씨는 “밥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며 “여기 나와 있는 음식들 말고도 연령대별로 좋은 재료들을 평소 먹는 음식에 적절하게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인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음식과 약을 구별해왔다. 오래 먹어도 부작용이 심하지 않은 것을 음식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약으로 분류해 약은 특정한 질병상황에서만 사용했다. 서양의학에서 약을 '우리 몸에 들어와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바꾸어 놓는 물질'로 봤다면, 한의학에서는 ‘질병을 진단, 예방, 치료하는 데 사용하는 천연물질’이기 때문에, 음식도 하나의 약으로 여겼다.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약물학 서적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수록된 365종의 약물 가운데 3분의 1일이 현재 우리가 자주 먹는 식재료들이다. 잘 먹은 음식은 보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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