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황 관심”

“안철수 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난 비정상적인 정치과정이 아닙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주류 정치에 대한 혐오가 있습니다.”

▲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종신교수. ⓒ 경향신문 자료사진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종신교수는 19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예로 들면 미네소타 주지사를 지낸 프로레슬러 출신 제시 벤추라, 1992년 대선에 나온 로스 페로도 정치혐오에서 비롯됐다”며 “다만 문제는 안 원장이 자신의 이런 역할에 대해 얼마나 강력한 목표의식이 있고,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현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를 맞음에 따라 대중은 경제문제 해결을 촉구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데서 전 세계적으로 정치 혐오가 발생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자본주의와 그 대안 사이에서 더 민주적 체제를 찾아나가는 것이 향후 20~30년간의 정치투쟁 과정이 될 것”이라며 “여기서 개인들의 도덕적 결단과 실천이 중요한데, 구조가 붕괴하는 시기에는 나비효과처럼 우리의 작은 행동도 큰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부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누구도 비정치적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월러스틴 교수는 “박근혜 후보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산을 지키려 하고, 대항 세력은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복원하려고 하는데 그 중간에 안 원장이 출현했다”며 “안 원장은 문재인 후보와 정책상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한국 정치의 부정적 유산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희대가 개최한 ‘2012 피스바 페스티벌’ 참석차 방한한 월러스틴 교수는 20일 출국한다.

그는 “한국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의 정치적 상황들이 세계체제의 관점에서 중요하기에 관심 있게 살핀다”며 “새 정부가 들어설 한국과, 이미 새 정부가 들어선 북한은 동북아 정세의 중요한 요인일 뿐만 아니라 세계체제가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황경상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