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사고기록장치로 세상 엿보는 SBS <출발모닝와이드>
[TV를 보니: 9. 3~9.10]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의 택시 승차와 관련해 블랙박스(Black Box)를 확인할 예정입니다.”

‘안철수 대선 불출마 협박’ 폭로에 대해 ‘친구 사이의 대화’라고 우겼던 정준길 전 위원은 택시 안에서 전화하는 모습을 목격한 기사가 블랙박스가 있다는 것을 밝히자 곧바로 자신의 승용차에서 전화했다는 기존 주장을 번복했다. ‘고압적으로 협박하는 분위기였다’는 택시기사의 주장에 믿음이 쏠리고 정 전 위원의 신뢰성은 결정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의 사고기록장치, 즉 블랙박스가 보편화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이렇게 간단히 정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찔한 ‘실제 상황’이 주는 긴장감

▲ SBS <출발 모닝와이드> '안지환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 진행 장면. ⓒ SBS화면 갈무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이 블랙박스로 재미를 톡톡히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에스비에스(SBS)의 아침 정보 프로그램 <출발 모닝와이드>에서 매주 월요일에 방송되는 ‘안지환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이다. 문화방송(MBC)의 <러브하우스>, SBS의 <동물농장> 등에서 내레이터로 활약한 성우 안지환의 진행으로 매회 블랙박스 영상 15개 가량을 보여준다. 자동차 충돌과 뺑소니, 음주운전, 차량 전복, 빗길 추돌 사고, 버스 폭행 사건 등 아찔한 ‘실제 상황’에 절로 눈길이 쏠린다. 블랙박스가 담아낸 충격적인 영상에 안지환의 탁월한 내레이션이 더해져 한껏 긴장감을 높인다. 방송을 탄 블랙박스 영상들은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통해 퍼져나가기도 하고, 포털의 검색 상위 순위에 오르기도 한다.

▲ 9월 10일 방영된 빗길 추돌사고와 오토바이 충돌 장면. 아찔한 교통사고 상황이 경각심을 일깨운다. ⓒ SBS화면 갈무리

자동차 전면에 설치된 블랙박스는 운전자보다 약간 낮은 눈높이에서 차량 앞의 각종 사고를  목격하고 기록한다. 빗길에 미끄러지거나 뒤집히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하는 장면, 사람이 다치는 장면 등은 심장이 뛰고 손에 땀이 나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이런 영상들을 가끔 뉴스에서 접하지만 전후 장면을 제대로 길게 보여주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좀처럼 눈을 떼기 어렵다. ‘어쩌다 저렇게 됐나’가 자연히 설명되기 때문에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이 코너가 시작된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PD는 기술변화와 사회흐름을 읽어야

자동차의 블랙박스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새로운 기술이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독창적인 TV 프로그램으로 이어진 셈이다. 기술변화와 사회흐름을 포착해서 흥미롭고 공익적인 영상으로 연결한 제작진의 안목이 돋보인다. 늘 ‘신선한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하는 피디(PD)들이 참고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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