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람> 원작자 강풀, "영화화 고려? 만화는 만화로 승부해야"

 

▲ 만화가 강풀(38·본명 강도영)이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당시 모습. 10년간 10편의 작품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풀은 본인 스스로 대중 만화가를 지향한다. 22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은 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그의 작품 중 7편이 영화로 제작돼 충무로가 애정하는 만화가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그의 또 다른 만화 <26년>이 한창 촬영 중이다. ⓒ 이선필

웹툰 1세대로서 강풀(본명 강도영·38)은 가히 독보적인 존재다. 여기에 <영화야 놀자>라는 책을 출간할 만큼 영화광이기도 하다. 또한 공교롭게도 그의 10편의 작품 중 7편이 영화화 되거나 원안을 제공했다. 이 때문에 이러한 가정을 세워볼 수 있다. 혹시 강풀은 만화를 그릴 때 영화화를 미리 염두하고 그리는 건 아닐까.

그에게 대놓고 물었다. 많은 만화학도는 물론이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궁금한 내용이라면서 말이다. 옆으로 넘기는 만화가 위에서 아래로 스크롤 하는 웹툰으로 변하면서 만화 작법 또한 바뀌었고, 분명 영화적인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만화는 만화! 영화화 고려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없어요. 후배들에게 하는 얘기도 만화를 만화로 승부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고 다른 방법일 수 있는데, 온라인 만화를 그리는 친구들 중에 책 출판을 염두하고 그리는 친구가 있거든요.

하지만 우린 일단 웹을 통해 만나잖아요. 1차적으로 우선 온라인에서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생각을 하고 만화를 그린 적은 없어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때도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2차 저작물을 생각했으면 애초에 그런 작품을 안 그렸을 겁니다. 노인 만화를 왜 그리겠어요(웃음). 영화를 위한 소재의 만화를 따로 그리겠죠."

그럼에도 강풀의 만화가 확실히 영화로 많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건 강풀 작품의 특징이라기 보단 웹툰이라는 분야 자체의 특성이라는 게 강풀의 생각이었다.

"웹툰 연출법을 보면 영화적일 수밖에 없어요. 웹툰이 영화를 따라한다는 게 아니라 장편 영화와 웹툰 연출법이 비슷하다는 거죠. 일단 물리적으로 웹툰은 세로 스크롤이잖아요. 필름 역시 위에서 아래로 동선이 가고요. 같은 동선이니까 웹툰이 영화적으로 보이는 거라고 봐요.

예전만 해도 클릭해서 옆으로 넘어 가는 게 일반적이었어요. 이후에 독자들이 보기 좋은 쪽으로 바뀌어 온 거죠. 독자들이 보기 편하게 그리는 게 좋은 연출법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역시 관객이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도 영화 작법과 웹툰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 <이웃사람> 공식 포스터. ⓒ 영화사 무쇠팔

국문학도는 왜 만화가가 됐을까?

알려진 대로 강풀이 만화를 시작하게 된 건 만화가 박재동의 작품을 보면서부터였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받는 질문이라지만 국문학과에 입학해 문학을 공부하던 그가 어떻게 만화를 시작하게 됐는지 속사정은 들어야겠다 싶었다.

"국문과를 가니까 음운론을 배우고 방언학도 배우더라고요. 문창과를 갔어야 했어(웃음). 언젠가 학생회실에 갔는데 한겨레신문 그림판에 있는 박재동 선생님 만화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당시엔 신랄하고 사회 비판적인 만평들뿐이었는데 박 선생님 만화는 달랐어요.

제가 다녔던 대학이 당시 학원자주권 침해가 심했던 곳이라 항상 대자보가 붙어있었는데 학생들은 정작 잘 안보더라고요. 대자보가 너무 많으니까요. 그때 제가 학생회 홍보원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만화를 그려보자 해서 그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 만화가 강풀(38·본명 강도영)이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진 당시 모습. 10년간 10편의 작품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22일 개봉한 영화 <이웃사람>은 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그의 작품 중 7편이 영화로 제작돼 충무로가 애정하는 만화가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그의 또 다른 만화 <26년>이 한창 촬영 중이다. ⓒ 이선필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만화로 강풀은 몸소 그 위력을 실감하기도 했단다. 당시 교내 집회를 하면 많이 나와야 600명 안팎이었는데 대자보에 강풀의 민중 만화가 실리기 시작하면서 2000명가량으로 참여 학생이 급격하게 증가했던 것. 

"그 인원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내 만화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여 주는 구나' 느꼈어요. 대학 내내 민중 만화를 그렸죠. 식당엔 제 전용 게시판도 있어서 2주마다 작품을 바꾸곤 했어요. 필요에 의해 만화를 그렸을 때였죠.

만화 그리기를 했다는 게 지금까지 했던 일 중 가장 잘한 일 같아요. 가장 직접적인 것 같아요. 소설은 공간을 묘사하면서 흘러가는데 비해 만화는 한 컷에 그리면 되잖아요. 물론 몸은 더 힘들지만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이죠."

강풀에게 작품 구상에 대한 비법을 물었다. 이 질문 역시 많이 받는단다. 강풀은 "특별히 없는데 나도 비법이 있으면 좋겠다"면서 "결국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다"는 왠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답을 했다.

 

▲ 강풀이 <오마이스타> 창간 1주년을 맞아 전한 축하 메시지. ⓒ 이선필

"전 작품을 할 때 처음부터 끝 부분까지 대사와 지문을 다 써놓고 들어가요. 그래서 제 작품에선 결말이 바뀐 적 없어요. 그렇게 미리 써놔야 마음을 놓고 들어갈 수 있죠. 또, 일단 내가 재미있어야 해요. 내가 재미없는 걸 독자에게 보여주면 그건 사기라고 생각해요. 당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더라도 그 이야기를 계속 발전시켜서 스스로 재밌다 느끼면 그때 만화로 들어가는 거죠."

보통 구상에서 이야기 완료까지 1년이 걸린단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이야기를 적어놓고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인 강풀은 한 작품을 하면서도 항상 다른 작품에 대한 구상을 게을리 하지 않는 타입이란다.

강풀은 <이웃사람> 역시 1년의 시간에 걸쳐 완성을 했고, 해당 시간 동안 차기작에 대한 생각을 꾸준히 정리해왔단다. "이야기를 만들 때가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하는 강풀은 진정한 만화가이자 이야기꾼이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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