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상근이 주인’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 소장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한 기세로 짖던 개가 일순간 순한 양으로 변한다.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단번에 복종시키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43) 소장. 에스비에스(SBS) <TV 동물농장>에서 ‘문제 강아지들’의 원인을 귀신같이 찾아내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그를 사람들은 ‘애견 훈련의 달인’으로 꼽는다. 한국방송(KBS)의 <1박 2일>에 출연한 스타견 ‘상근이’의 주인으로도 유명한 이 소장을 지난 5월 26일 경기도 하남의 (주)동물과 사람에서 만났다.

▲ 애견 훈련의 ‘달인’ 이웅종 소장. 강아지들에겐 카리스마 넘치지만 선한 인상을 지녔다. ⓒ 양승희

“어렸을 때 소, 돼지, 닭을 키우는 목장 주인이 꿈이었어요. 그러다 군대에서 군견을 훈련시키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갖게 됐죠.”

천안연암대학 교수, (주)동물과 사람 본부장, 한국애견연맹 진도견 심사위원 등 다양한 직함을 가진 이 소장이 22년 전 ‘애견훈련사’라는 직업을 처음 선택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견 훈련이라는 개념도 생소하고, 인터넷도 없던  1990년 초반, 군대 말년 휴가를 나왔던 이 소장은 우체국에서 두꺼운 전화번호 책을 받아 무조건 전국의 훈련소를 수소문했다. 전국에 8곳이 있던 훈련소 중 경기도 수원에 있는 이삭애견훈련소를 찾아가 견습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은 지금 훈련받는 개가 100마리를 넘고, 전문훈련사가 12명인 전국 최대규모의 훈련소로 성장했다.   

짖고 물고 똥오줌 못 가리는 강아지들, 훈련으로 해결    

이 소장은 지난 2003년 부터 SBS의 <TV 동물농장> 중 ‘개과천선’ 코너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우리 집 강아지 나쁜 버릇을 고쳐 달라’는 시청자의 요청을 받고 전국을 누비며 훈련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이다. 지나치게 짖거나 사람을 무는 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개들이 이 소장의 훈련을 받고 ‘개과천선’한다.

“강아지들의 문제는 사실 100% 주인에게서 비롯됩니다. 강아지가 예쁘다고 ‘오냐오냐’하며 키우다 보니 버릇이 잘못 든 것이죠. 반려동물이 사람 사이에서 잘 살려면 주인의 ‘맹목적 애정’보다 ‘적절한 사회화 교육’이 더 필요합니다.”

▲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이웅종 소장의 훈련이면 순한 개로 변한다. ⓒ SBS <동물농장> 화면 갈무리

대형견들만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는다는 일반의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사람이 어려서부터 예절 교육을 받듯 반려동물들도 생후 5개월부터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게 이 소장의 지론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유기견, 즉 버려지는 개들의 문제도 적절한 훈련이 보편화한다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이 소장은 지적했다. 주인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아지의 문제점이 심각해졌을 때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미리 훈련을 잘 시킨다면 그런 일이 아예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정부의 유기견 대책이 시설을 확충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을 걱정했다. 유기견 시설을 늘리는 것은 사람들이 개를 더 쉽게 버리도록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개를 버릴 동기가 없어지도록 훈련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사람들이 개를 버리지 않고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지방자치단체별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주민들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인과 애견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애견 운동장’을 만들어 주면 효과가 클 것입니다.” 

▲ 동물과 사람 건물 뒤편에는 애견 운동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주인과 반려동물은 이곳에 들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다. ⓒ 양승희

동물학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 고쳐야

전국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약 1000만에 이르고 그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더불어 동물학대 행위도 증가해 우려를 낳고 있다. 자동차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도로를 주행해 논란이 됐던 ‘악마 에쿠스’사건 등이 일어나면서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 소장은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며 “그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 등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학대로 분쟁이 생긴 경우에도 ‘웬만하면 합의보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회 전반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어지간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진 <1박 2일>의 커다랗고 하얀 개 ‘상근이’ 외에도 방송, 영화, CF, 뮤직비디오, 뮤지컬 등에 출연하는 연기견을 100마리나 기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연기견의 80%가 이 소장의 ‘가족’이다. 수많은 ‘스타견’을 길러낸 특별한 훈련 방법이 있을까.

▲ <1박2일> 시즌1에 출연해 유명해진 '상근이'. 실제 이름은 '허비'다. ⓒ 1박2일 화면 갈무리

“기본적으로 예절, 복종 교육을 철저히 시킵니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겁을 먹는다거나 조명이 비칠 때 예민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환경이나 사람에 대한 사회성 교육도 철저히 시키죠. 또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개가 해야 하는 특별한 임무가 있기 때문에 그 역할에 맞는 별도 교육도 합니다.”

기본 훈련 과정에 합격한 개는 사람처럼 카메라 테스트를 하는데 같은 견종이라도 카메라를 비췄을 때 유독 예쁘게 나오는 개를 찾아 내보낸다고 한다.

전문직으로 자리 잡은 애견훈련사, “좋아하는 일 해서 행복” 

애완동물 산업이 점차 커지면서 동물미용사, 동물훈련사, 동물매개치료사 등 관련 직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 소장은 2004년부터 천안연암대학 동물보호계열 교수로서 애견훈련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애견훈련사의 직업적 전망이 매우 밝다며 강한 자부심을 보였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애견문화가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애견훈련사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3~5년 정도 수습기간을 거쳐 기술을 잘 갖추면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소장은 직접 강아지들을 훈련시키는 일 외에도 방송 출연, 대학 강의, 전국 애견인들을 위한 워크숍 등으로 분주하다. 더불어 우리나라 고유의 명견인 진돗개의 혈통을 보존하고 세계화하기 위해 ‘모산 진도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2020년까지 진돗개를 세계 10대 명견으로 육성하는 것이 꿈이란다. 또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강원도 강촌에 7만평(약 23만m²) 규모의 애견 테마파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저에게 개는 한 마디로 인생 그 자체입니다. 충남 연기군 운주산 아래 깡촌에서 태어난 제 이름을 세상에 알려준 고마운 존재죠. 개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미래를 고민하는 많은 젊은이들도 저처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잘 연결하면 보람도 크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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