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위기]최악 사료대란… 연말이 두렵다

미국 중서부와 흑해 연안의 가뭄 여파로 연말쯤 국내 사료 가격이 사상 최고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축산농가는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사료 가격이 폭등했던 2008년 상황이 재현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사용하는 배합사료 가격은 2011년 초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닭·돼지·소 사료의 가중평균가격은 25㎏ 기준 1만37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1년 2월 1만1475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올해 7월 현재 1만3375원으로 최고가에 근접했다.

 

▲ 미국 농무부가 발표한 세계 밀, 콩, 옥수수 수급 전망. ⓒ 경향신문

사료업계 관계자들은 연말쯤 사료 가격이 지금보다 10% 안팎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연말 배합사료 가격이 8.8%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고, 사료업계의 전망치는 이보다 높다. 한국사료협회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사료업체들의 생산량, 원료 가격 상승분을 감안했을 때 연말쯤 배합사료 가격이 10% 정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료 가격이 8.8~10% 뛸 경우 가중평균가격은 25㎏ 기준 1만4552~1만4713원으로 2008년의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게 된다.

축산농가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충남 아산에서 돼지 2500마리를 키우는 장명진씨(49)는 “돼지 농장이 대부분 자동 사료 라인에 따라 곡물만 주도록 돼 있고 요즘 돼지는 곡물만 먹고 살을 찌우도록 개량돼 재래식 농법으로 하면 살이 안 오른다”며 “지금도 적자 상황인데 사료값이 더 오르면 15억원 빚을 갚기는커녕 도산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북 군산에서 한우 150마리를 키우는 장성수씨(56)는 “소 등급이 잘 나오게 하려면 곡물사료를 많이 먹여야 하는데 비싼 곡물사료를 써도 소 출하 가격은 떨어지는 추세니 농가는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건비라도 건지려고 사료 회사에서 보릿겨, 쌀겨, 옥수수를 받아다가 직접 자가 사료를 만드는데 연말에 곡물 가격이 올라가면 이마저도 소용없게 된다”고 말했다.

성명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곡물실장은 “중장기적으로 사료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현재 농지 부족과 예산문제, 농가 고령화 등으로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국내 기반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곡물이 많이 소요되는 육식 문화를 바꾸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 이재덕 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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