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토크콘서트에서 따져 본 ‘1초 오심’의 순간

2012 런던올림픽의 펜싱 여자 개인 에페 준결승전에서 ‘이해할 수 없이 길었던 1초’ 때문에 패한 신아람 선수. 경기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우는 모습이 전파를 타면서 ‘런던의 눈물’로 불렸던 그가 지난 24일 스포츠문화연구소(소장 이대택) 주최로 서울 노고산동 소통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 '1초 오심'을 딛고 여자 단체 에페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신아람 선수가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했다. ⓒ 정혜정

‘신아람, 런던의 눈물 그 이후’를 주제로 한 이날 콘서트에서 신아람(26ㆍ계룡시청)은 “귀국 후 끊이지 않는 방송과 인터뷰가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쉴 시간이 없어 이제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문을 열어 사회자인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를 잠깐 긴장시켰다. 그러나 자신의 팬 카페 회원 등 40여 명의 관객들에게 그는 “격려해 주신 분들 덕에 ‘1초 오심’때 받은 상처가 치유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반면 오심의 당사자인 차르 심판에 대한 응어리는 풀어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차르 심판, 앞으로 내 시합에 안 들어 왔으면”

“상대인 하이데만 선수에게는 ‘당신은 최선을 다했으니 나쁜 감정이 없고, 이전처럼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차르 심판에 대한 앙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아요. 먼저 아는 척 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제 시합에는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콘서트에 함께한 펜싱대표팀의 심재성 코치, 제갈성렬 전 SBS해설위원, 장달영 변호사도 각자의 입장에서 ‘1초 오심’에 대한 유감을 밝혔다.

장 변호사는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바로 잡지 못해 스포츠의 공정성에 부합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선수 출신인 제갈 위원은 “올림픽이 끝났다고 좋게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진상규명을 하고 문제점을 보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왼쪽부터) 장달영 변호사, 제갈성렬 전 SBS 해설위원, 심재성 코치, 신아람 선수, 최동호 스포츠평론가. ⓒ 정혜정

심 코치는 ‘코치의 항의 때문에 졌다’는 비판을 들었을 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등이 ‘펜서(펜싱 선수)만 할 수 있는 항의(어필)를 코치가 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장 변호사는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개정된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꼼꼼히 봤는데, 신 코치가 비난받아야 할 점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국제펜싱연맹 규칙을 보면 개인전 경기에서 선수가 항의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감독이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심 코치의 어필로 신 선수가 패널티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어필이 있었기 때문에 1시간에 가까운 조정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국제대회에만 나가면 피해자가 되는 한국?

이번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우리 선수들에 대한 오심 논란이 많았다.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로 컨디션 조절에 차질을 빚었던 수영의 박태환, 8강전에서 판정번복으로 준결승 진출이 좌절된 유도의 조준호, 주최국인 영국과의 8강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널티킥을 두 번이나 내 준 축구팀이 대표적인 예다.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왜 억울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을까. 그러나 제갈 위원은 “우리나라만 당한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피해를 준 적이 있습니다. 쇼트트랙의 경우 우리가 10번 피해를 받았다면 30번은 피해를 줬을 정도로요. 우리만 이러는 게 아니니까 피해의식에 빠져있지 말고 오심 이후 대처를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만족할 수 있는 대처법을 찾아야겠지요.”

심 코치도 “심판의 오심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오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람은 “나와 경기했던 유럽 선수가 심판이랑 웃으며 인사하는 걸 봤을 때 ‘아 나도 심판과 친하게 지내야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다”며 다소 무거워진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어갔다.

“이용대 선수와 말 놓기로 했어요”

콘서트에서 신아람은 관객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매력적인 선수를 묻는 질문에 신아람은 “반듯한 이미지가 좋다”며 배드민턴 이용대를 꼽았다. 식당에서 이 선수를 만났는데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었다는 신아람은 “서로 말을 놓기로 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펜싱대표팀 심재성 코치(왼쪽)와 신아람 선수가 관객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정혜정

중학교 1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신아람은 7년간 구슬땀을 흘린 끝에 국가대표가 됐다.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 밤 9시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도 큰 부상이나 사고 없이 무난하게 선수생활을 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오심 파문으로 큰 시련을 겪은 셈이다.

“앞으론 오심이 줄어서, 선수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시 올림픽 이전처럼 열심히 훈련해서 실력으로 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100분간의 토크콘서트는 신아람 선수와 관객들이 활짝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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