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특강]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뉴스는 객관적 사실의 전달이 아닙니다. 기자가 사실을 재구성해서 자신이 전달하려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어떤 팩트를 선택하고 버리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전달자의 세계관이 반영되는 것이 뉴스입니다.”

정연우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은 기자의 올바른 세계관을 강조했다. 기자는 객관적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재구성하는 사람이기에 기자의 안목과 철학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4월부터 4년간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 왔다.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이기도 한 그는 “언론인이 되려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을 일찍부터 만나고 싶었다”며 ‘언론단체가 본 한국 언론’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시작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고 있는 정연우 회장. ⓒ 이지현

“G20 정상회의 경제효과 30조원” 앵무새 보도

정 회장은 먼저 국민들의 눈과 귀가 돼야 할 언론과 언론인들이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권력집단이 던져주는 정보와 보도자료를 단순히 받아쓰는 ‘발표 저널리즘’이 문제”라며 “누군가 정보를 제시하면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파헤치며 사실확인을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한국 언론이 “국민의 눈과 귀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단체에게 한국 언론은 권력자의 도구나 심부름꾼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부분 언론이 G20 정상회의 개최의 경제적 효과가 30조원 정도이고, 홍보효과는 월드컵의 4배 이상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일방적으로 보도한 것이 대표적 예다.

그는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자료 의존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끊임없이 합리적 의심을 하고 진실을 파헤쳐야 할 언론의 노력이나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9년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관련 보도로 제11회 민주시민언론상을 수상한 <민중의 소리> 장명구 기자를 예로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은 진압과정에서 헬기를 이용해 최루액을 뿌렸습니다. 경찰은 최루액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많은 언론이 경찰 발표내용을 그냥 보도했습니다. 당시 잠입취재를 하던 <민중의 소리> 기자가 이 최루액이 스티로폼을 녹일 정도로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해 경찰 주장이 거짓임을 폭로했습니다.”

▲ 정연우 회장이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 ⓒ 이지현

그는 ‘사이비’기자가 많은 것도 한국 언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 나름의 철학과 소신, 세계관 없이 조직의 부품이 되어 심부름만 하는 기자는 사이비입니다. 정치권이나 대기업에 진출하기 위해 기자직을 개인의 출세와 이익의 수단으로 삼는 기자도 사이비입니다. 또 진실을 수호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권력자로 착각하는 자들도 사이비 기자입니다. 과연 이런 이들이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사회를 보는 안목 없으면 권력의 도구로 전락

정 회장은 성실하고 취재를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기사가 갖는 사회적 맥락과 의미를 이해하고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는 소명의식이 있는 기자가 진짜 기자”라고 말했다. 사안의 본질과 그것의 사회적 맥락을 보는 안목이 없다면 자신이 속한 언론의 도구로 전락할 뿐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 회장은 시민들의 힘과 동력을 얻지 못하는 한국 언론시민단체의 한계도 털어놨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7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미국 20개 대도시에서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미국 언론 시민단체 ‘프리 프레스(Free Press)’가 신방 겸영 허용이 미국 내 언론 시장의 독과점을 강화한다고 반발했다. 결국 이 법안은 언론단체와 언론학자,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반대와 비판에 직면했고 2008년 5월 상원이 국민들과 언론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신방 겸영 허용 법안을 부결시켰다.

정 회장은 “우리 시민단체가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시민 기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민과 시민단체의 괴리를 좁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정연우 회장이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이지현
그는 민언련과 같은 시민단체와 언론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약자들의 주장을 반영하고 정책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진실과 국민의 알권리를 지키고 건강한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이다. 정 회장은 “언론과 시민단체는 자신의 이익과 이해관계를 떠나 진실을 추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그래야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신뢰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인의 자질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언론의 자유는 진실 추구를 위해 국민이 맡긴 것입니다. 진짜 언론인이라면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해 진실에 대한 열정과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르게 전달하려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취재와 기사쓰기, 방송제작 능력은 그 다음에 필요한 것입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보도와 칼럼, 방송제작, 매체창업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합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언론사의 핵심간부와 논객들이 한 특강을 <단비뉴스>가 중계합니다. 이 특강은 우리 저널리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흥미롭지만, 학생이 쓴 기사를, 함께 강의를 듣는 강좌책임교수가 데스크를 봄으로써 ‘강연ㆍ연설기사 쓰기’ 수련을 겸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히 언론인이 되려는 학생들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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