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내포하는 작품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인간’과 ‘창작물’입니다. 만약 어떤 조련사가 침팬지를 길들여 매우 독창적이고도 난해한 그림을 그리게 했다면 그 그림은 저작물일까요, 아닐까요? 결론은 현행법상으로는 ‘아니다’입니다. 인간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번에는 다음의 예문을 통해 ‘창작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예문 1> 문화부, 저작권 이러닝 교육과정 실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위원장 이보경)는 저작권 이러닝 교육과정을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저작권 이러닝 교육과정은 무료로 진행되며, 인터넷과 음악·출판 산업분야 종사자, 대학생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각 교육과정은 내달 11일까지 3주간 진행되며, 올해 4개 과정을 각 4회, 총 16개 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내용을 입력하세요.

한호 한국저작권위원회 팀장은 “올해 안에 저작권 원격교육시스템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시스템의 고도화를 추진 중”이라며 “새로운 교육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국민들의 올바른 저작권 이용문화의 정착 및 저작권 보호 의식 고취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이러닝 교육과정의 서비스 지원을 통해, 학습자들의 편의성과 교육 만족도를 극대화함으로써 저작권 관련 평생교육학습센터로서의 위상을 정립한다는 방침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tnews>, 2010.06.24.)

<예문 2> 최종열 씨, 한반도 해양대탐험 성공

탐험가 최종열 씨가 ‘2010 제천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 성공을 기원하며 나선 한반도 해양대탐험에 성공했다. 충북 제천시는 최씨가 이끄는 탐험대가 4월 10일 인천을 출발해 74일간 항해한 끝에 지난 22일 종착지인 독도에 도착했다고 23일 밝혔다.

(<경향닷컴> 2010.06.23.)


<예문 1>과 <예문 2>는 모두 보도기사인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찾아보시지요. ‘단순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의 경계가 보이시나요? 저작물로서 최소한의 요건인 ‘창작성’은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곧 ‘남의 저작물을 베끼지 않았다’는 사실만 인정되면 창작성이 생긴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예문 1>은 보호대상 저작물이지만 <예문 2>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입니다. 왜냐하면 <예문 1>에서는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관련자의 인터뷰 내용을 선별해서 싣는 동시에 관련단체의 다양한 활동범위를 특정하여 전망하는 등 나름대로 독창적인 기사 작성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기 때문이지요. 반면에 <예문 2>는 기자 또는 해당 언론사의 창의적인 노력이 아닌 보도자료 혹은 관련사실 그 자체의 객관적 표현이 전부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할 만한 저작물로서의 기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분쟁 사례를 살펴봅시다. <연합뉴스>는 2005년 2월 <뉴시스>가 총 5백 여 건(2003년 10월~2004년 11월)의 연합뉴스 단독취재 기사를 도용한 사실이 있다며 <뉴시스> 법인 등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낸 적이 있습니다. <뉴시스>는 이에 대해 “<연합뉴스>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뉴시스>의 명예를 실추했다”며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면서 5년여에 걸쳐 법정공방이 진행되어 왔지요.

결국 대법원을 거쳐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된 이 사건은 <연합뉴스>의 저작권을 침해한 <뉴시스>가 일정금액을 배상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해명서를 양사 웹사이트에 24시간 게재하라는 강제결정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결정문에 따르면 법원에 증거로 제시된 <연합뉴스>기사 477건 중 380건의 저작권이 침해되었거나 도용된 것으로 인정되었지요.

당시 1심 재판부는 “저작권이 인정되는 기사들은 단순히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를 기초로 작성자의 비판, 예상, 전망 등을 표현하고 있으며 소재의 선택과 배열, 판단을 거치는 등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며 객관적 사실을 표현한 기사라도 저작권 보호 대상임을 확인하고 일정금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사에 대한 저작권 침해행위를 추가로 인정해서 배상액을 크게 상향조정했지요.

이후 대법원도 “일부 문장의 배열순서나 구체적인 표현을 다소 증감ㆍ수정했더라도 연합뉴스 기사의 핵심적인 표현을 그대로 전재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구성과 논조에서 원 기사의 창작성이 감지되므로 유사성이 있다”며 뉴시스의 저작권 침해행위를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배상액을 보다 면밀하게 산정하라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의 판례(대법원 2009.5.28. 선고 2007다354 판결)에 따르면, 저작권법에서 일정한 창작물을 보호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를 열거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원래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되는 것은 외부로 표현된 창작적인 표현형식일 뿐 그 표현의 내용이 된 사상이나 사실 자체가 아니고, 시사보도는 여러 가지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간결하고 정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창작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죠.
 

▲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과 교수
그래서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취지임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실을 전달하는 경우에도 독창적인 소재 선택과 배열, 판단 등이 들어간 글이라면 저작권법 보호대상이 된다는 얘기죠.

다음 시간에는 비슷한 판례를 중심으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의 범위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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