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다큐제]내친구의 결혼식

 “쉬운 알바 같이 안 할래?” 

 
백수로 빈둥대던 나에게 걸려온 반가운 전화, 시간당 2만원에 근사한 뷔페까지 제공한단다. 무슨 알바냐는 내 질문에 TV에서만 보던 ‘그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듣자마자 가슴이 쿵쾅댔다. 거짓말을 해야 했다.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지만 2만원과 뷔페에 혹해 ‘그것’을 다녀왔다. 그것도 두 번이나. 
 
그것의 정체는 바로 하객 알바. 결혼의 계절, 가을을 앞두고 수많은 신부들은 하객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들의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늦은 결혼에 친구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타지에서 외롭게 결혼하는 경우, 더 많은 하객을 동원해 시댁에 기죽지 않으려는 경우까지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하루 일당에 불려온 알바들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지키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는다. 평생 간직할 결혼 사진을.
 
하객 알바를 부르는 신부들을 탓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하는 신부의 외로움을 채워줄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 날만큼은 ‘텅빈 자리’를 보고 싶지 않은 건 모두가 같다. 대신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 문화에 의문을 던진다.
 
5분 남짓의 짧은 다큐를 본 당신에게 묻는다. “우리의 결혼식은 행복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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