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 돌파, <도둑들>에 담긴 최동훈의 영화 생각

 

▲ 영화 <도둑들>의 한 장면. ⓒ 케이퍼필름

스타 감독이라 불렀을 때 그는 멋쩍어했다. 아니 그보단 조심스러워 보였다. "아직 네 편의 영화를 찍었을 뿐"이라며 겸양의 모습을 보였던 최동훈 감독. 그래도 천 만 관객이다. 한국 영화사에서 <해운대> 이후 3년만이요, 6번째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그의 <도둑들>이었다.

인터뷰는 영화가 천 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시점에 진행됐다. 이미 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했던 터였고 할 얘기 안 할 얘기 다 나오기도 했겠지만 흥행 가도일 때의 영화이야기는 또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최동훈 감독에게서 '태양의 눈물'을 훔쳐보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는 걸 미리 밝힌다. 그래서 영화에 담겨있을 법한 비밀 아닌 비밀을 묻고자 했다.

 

▲ 영화 <도둑들>의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 천 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시점에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이선필

사실, <도둑들> 배우들 때문에 스태프들 편 갈렸다?

영화계에 흔히 어림잡아 도는 통계상 국내 극장 상황에서 모든 관객이 특정 영화를 1번씩 본다고 가정할 때 가능한 최대치 관객은 약 1300만에서 1500만 사이라고 한다. 그것도 상영 기간이 한 달 이상은 보장이 돼야 가능한 수치.

그렇게 따지면 개봉한지 약 20여 일을 지나고 있는 <도둑들>이 한국 영화 흥행 기록마저 갱신하며 흥행하고 있다는 건 복수 관람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가 된다. 이미 배우 이정재를 인터뷰할 때 다뤘지만 이 영화 분명 처음 볼 때와 다시 볼 때가 다르다. 볼 때마다 돋보이는 캐릭터도 달라진다는 게 큰 특징. 

"이게 되게 어려운 문젠데 보통 영화를 두 번 보면 스토리를 보는 게 아니잖아요. 영화라는 게 스토리는 휘발되지만 캐릭터는 남아요. 이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거 같아요. 저도 들은 얘기지만 관객들의 연령별로 성별로 꽂히는 배우가 다 다르더라고요.

영화를 찍을 때 스태프들도 그랬어요. 김혜수 파 아니면 전지현 파, 마카오 박 파 아니면 뽀빠이 파로 나뉘어서 서로 누가 좋네 마네 그러더라고요. 영화를 두 번째 보면 펩시나 뽀빠이가 보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배우들이 잘한 거죠."

 

▲ 영화 <도둑들>의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 천 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시점에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이선필

사실, <도둑들> 촬영 기간 동안 시나리오도 계속 고쳤다

영화라는 게 그렇게 딱 짜인 틀에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최동훈 감독 역시 알고 보니 현장에서 촬영 중임에도 대본을 고쳐가는 부분이 어느 정도 있었단다. 직감적으로 대사를 잘못 썼다는 느낌이 들면 바로 수정에 들어가는 게 최동훈 감독의 작업방식이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영감에 맡기는 건 아니란다. 최동훈 감독이 사전 기획을 철저히 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했기에 그 안에서 변주가 가능했던 것.

"감독이 숙제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준비를 많이 해야 촬영도 잘 돌아가지만  우연적으로 생기는 영감에 몸을 맡길 수도 있죠. 오손 웰스 감독은 우연을 창조한다고 했어요. 상황이란 게 갑자기 벌어지잖아요. 이 공간도 내가 생각했던 공간이 아닐 수 있고요. 시나리오도 그럴 때가 있어요. 영감이 떠오르면 바꾸는 거죠.

예를 들면, 마카오 박이랑 뽀빠이랑 엘리베이터 위에서 둘이 얘기하는 장면은 촬영하면서 조금씩 고쳤어요. 4분 분량, 다섯 줄밖에 안 되는데 촬영을 해나가면서 한 달 동안 고쳤죠. 그리고 촬영 당일 날 배우들에게 딱 주니까 두 배우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순간이 재미있어요. 직감적으로 어떤 장면을 잘못 썼다는 걸 느껴요. 

영화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조금씩 변하는 거 같아요. 씹던껌과 펩시는 또 여자 대사라 어렵거든요. 그런 대사는 오랫동안 고치죠. 그렇다고 매달리는 게 아니라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해나가는 거죠. 감독은 현장에서 벌어지는 우연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는 거 같아요."

최동훈 감독은 시나리오, 배우, 감독의 삼위일체설을 주장했다. 서로 다른 취향에 편견들도 있으니 작업을 하면서 그걸 비슷하게 만들어 가는 게 연출이라고 생각한단다. 그에게 다행인 건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이 최동훈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인다는 점. 비결이 뭘까. 인터뷰를 통해 전지현이고 이정재고 김해숙이고 하나 같이 최동훈 감독에게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그 신뢰감의 공통지점은 최동훈 감독이 배우들에게 주는 특별한 믿음이었다.
 
"보통은 제가 배우들에게 원하는 게 있죠. 하지만 그걸 강요하기 보단 테이크를 여러 번 가요. 싸이더스에서 처음 데뷔할 때 제 별명이 '테이크 최'였어요(웃음). 또 배우들에게 열심히 잘 했다는 걸 느끼도록 애를 써요. 현장에서 그날의 진을 다 빼고 가길 원하죠.

촬영 현장이 원래 되게 힘들거든요. 배우들도 힘든 줄 모르고 하고 난 그걸 즐겁게 찍어요. 카리스마? 감독이 되기 전에는 감독은 되게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는 현장에서 노는 듯한 느낌이 좋았어요. 촬영할 때도 놀고 끝나고도 놀죠(웃음)."

 

▲ 영화 <도둑들>의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 천 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시점에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 이선필

사실, <도둑들>에서 가장 힘든 건 음악이었다

노는 얘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도둑들> 촬영 현장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부지런히 찍고 이후엔 술을 마시며 긴장을 풀기를 반복한 걸로 유명하다. 특히 음악적 취향이 나름 특별한 배우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틀며 추천해주기도 했다고. 이 얘기 중 최동훈 감독은 사실 영화 작업에서 음악 작업이 가장 큰 고충이었음을 털어놓았다.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음악인 거 같아요. 배우 캐스팅이 영화의 향기를 결정한다면 어떤 음악을 쓰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좌우되죠. 장영규 음악감독이랑 달파란과 이전부터 작업을 해왔는데 제가 정말 고생 많이 시켰습니다(웃음). 씹던껌이 차 안에서 죽게될 때 음악이 가장 어려웠어요. 계속 음악을 바꿔가면서 영화를 보는데, 사람은 죽지만 영화는 처지지 않고 가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때 음악의 힘이 중요하죠.

언론 시사를 하기 전날까지 바꿨습니다. 영화를 백 번 이상 안 볼 수 없는 거죠. 경쾌한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해서 넣어보니 씹던껌이 더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좋은 경험을 했던 거 같습니다. 음악이라는 게 가장 어려운 단계의 창작인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장 감독과 달파란 두 분에게 정말 감사하죠. 새벽 세시까지 집에 안보내고 처음부터 반복하기 일쑤였으니까요."

할리우드의 한 유명 감독은 친한 음악 감독에게 우울함과 경쾌함의 비율을 숫자로 불러준단다. 물론 장난이고 친하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만큼 음악에 영화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결정짓는단 말일 것이다. 시나리오와 현장 분위기, 그리고 음악까지 섭렵하려던 최동훈 감독, 그의 <도둑들>은 충분히 천만 관객 자격이 있어보였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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