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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밴드가 제천시장에 옷가게 냈네
[JIMFF] '중앙시장 프로젝트' 전통시장에 문화를 진열하다
2012년 08월 15일 (수) 00:21:54 박다영 기자 dureooi@naver.com

“어제는 일바지(몸뻬), 오늘은 레인백을 구입했어요. 점심으로 먹은 시장 손칼국수는 정말 맛있었구요.”

이틀째 중앙시장 프로젝트를 찾은 우수연(24ㆍ여ㆍ서울 강서구 화곡동)씨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방금 산 레인백을 내보인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JIMFF(제천국제음악영화제) ‘중앙시장 프로젝트’는 그에게 영화 보는 것만큼이나 만족스럽다.

폐업한 상가 점포에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

제천시 중앙로1가 중앙시장에서 열리는 ‘중앙시장 프로젝트’는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고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폐업한 점포가 많은 상가 3층을 젊은 예술가들이 채우자, 영화제 관객은 물론이고 상인들도 즐겨 찾는 공간이 됐다. ‘달빛 아래 꾸는 꿈’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의상실ㆍ사운드ㆍ프렌즈ㆍ공작소ㆍ다방 등으로 분류된 공간에서는 제각기 특색을 살린 제품을 만나거나 체험을 할 수 있다.

   
▲ 3층 올라가는 계단 벽면에 그려진 제천 출신 작가 '고등어'의 작품 '판타지아'. ⓒ 박다영

상가 자체는 낡은 건물이지만 계단을 올라가면서부터 제천 출신 젊은 화가 고등어가 그린 제천오마쥬 ‘판타지아’가 분위기를 바꿔놓는다. 3층에 올라가면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양옆으로 펼쳐진 CD와 LP의 천국이다. ‘음악은 인간이 안고 있는 최고의 것이자 천국’이라던 조지프 애더슨의 말이 얼핏 떠오른다.

26년 역사를 자랑하는 회현상가 음반매장 파스텔을 그대로 옮겨 온 부스에는 CD 2천여 장, LP 8백여 장이 진열돼 있다. 한 때 국내 음반시장을 주름잡았던 밀리언셀러 조성모에서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 제인 버킨의 LP까지 원하는 음악이 거의 다 있는 듯하다. 파스텔 추천 음반은 영화 <쉘부르의 우산> ost와 제인 버킨 앨범이다. 제인 버킨은 JIMFF [뮤직 인 사이트] 섹션에서 상영된 <세르쥬 갱스부르의 자화상>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이름을 딴 ‘버킨백’을 갖고 싶은 여자라면 LP로 대리만족을 할 수도 있겠다.

   
▲ 음반매장 '파스텔'에는 희귀음반을 구경하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 박다영

 ‘전통시장’ 하면 떠오르는 상품은 흔히 ‘몸뻬’로 불리는 알록달록한 일바지. 요즘은 디자인과 실용성 덕분에 젊은 층도 선호한다. 일바지를 재디자인하고 전시한 빈티지소품점 ‘포터블롤리팝’은 그래서 단연 인기다. 일바지의 촌스러움은 벗어 던지고 누구나 예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든 티셔츠와 치마가 대표 상품이다.

   
▲ '포터블롤리팝' 부스에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관객들. ⓒ 박다영

포터블롤리팝은 사실 2006년에 정규1집도 발매한 실력파 홍대 밴드다. 밴드 멤버 오상준(33ㆍ서울시 강남구 개포동)씨는 “2007년에 시작한 빈티지소품점이 한 군데 머물지 않고 춘천 마임축제, 홍대 프리마켓 등지를 돌며 행사를 해왔다”고 말했다.

포터블롤리팝은 개포동 아파트촌에 있는 ‘동네 가게’에도 시장 가는 아줌마, 교복 차림 학생 등 동네 단골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제천 중앙시장에서도 아줌마들이 소품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바로 옆 ‘토라’ 캐리커처 부스에서 잠시 모델이 된 윤미정(53ㆍ여ㆍ제천시 의림동) 씨는 그를 꼭 닮은 초상화를 받았다.

   
▲ 중앙시장 의류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만든 '포터블롤리팝'표 원피스. ⓒ 박다영

“이렇게 이벤트를 여니까 정말 좋네요. 세가 안 나가 텅 빈 공간이 많은데 젊은 사람들의 문화공간으로 개방해 활성화하면 좋지 않을까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자주 찾을 수 있구요.”

재활용 생활소품 등 아이디어가 튄다

정직하고, 착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들도 만날 수 있다. ‘Shin's’ 부스에서는 ‘되살림 운동’을 실천한 작품을 전시하고 관람객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연다. 길성신(28ㆍ여ㆍ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작가는 “버려지는 물건, 고장 난 물건을 다른 용도로 탈바꿈하는 의미의 디자인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에서 워크숍과 판매까지 모두 혼자 한다.

   
▲ 'Shin's' 부스에서 판매하는 물병가방. ⓒ 박다영

주로 생활소품을 만드는 그는 무엇보다 환경을 중시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음료수 병뚜껑과 입지 않는 옷으로 꼬리가 우아한 물고기 브로치를 만들고, 재활용한 천으로 물병가방도 만들어 판다. 청바지 천, 꽃무늬 프린트 천 등을 활용한 물병가방은 텀블러를 자주 이용하는 젊은층에도 유용한 아이템이다. 그는 명동에서 일요일마다 열리는 예술시장인 ‘명랑시장’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명랑시장’의 활력소들을 제천 중앙시장이 좀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시장의 장점도 많습니다. 우선 토속 음식이 다양합니다. 수수부꾸미, 메밀전, 올갱이국은 명동보다 더 맛있게 먹었어요. 이번 프로젝트 이후에도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중앙시장이 대형마트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위해 조명을 밝게 바꾸고 깨끗하게 단장했으면 해요. 오래되고 낡은 것이 주는 불안감을 해소하면 중앙시장도 다시 활성화할 것 같아요.”

착한 시장은 착한 단체와도 만났다. ‘더 나누기 리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사회적기업인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제작한 리사이클 제품을 판매한다. 버려지는 자원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얻어지는 가치를 함께 나눔으로써 ‘디자인에 의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천한다.

문하영(27ㆍ여ㆍ대구 서구 평리동)씨는 “대구경북지역 섬유기업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남은 원단을 활용해 디자인업체와 디자이너들의 재능을 기부받아 핸드메이드 디자인 상품으로 재탄생시키고 판매수익금은 굿네이버스에 기부된다”고 말했다. 슬리퍼, 쇼퍼백, 레인백, 휴대폰 파우치 등을 판다. 단순한 판매뿐 아니라 봉재와 같은 생산적 일자리를 노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전통시장 활성화로 이어지려면 ‘변화’ 요구

중앙시장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놀이터다. 제천시 두학동의 주민 맞춤형 문화공간인 ‘자작문화학교’도 부스를 냈는데, 아이들이 스텐실로 티셔츠를 만들고 있었다. 이순희(38ㆍ여ㆍ제천시 장락동)씨는 평소 중앙시장을 잘 찾지 않지만 오늘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세 자녀는 처음으로 중앙시장에 왔다.

부스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앙에는 간이의자들이 놓여있는 공연장이 마련돼 있어 누구나 노래나 연주 실력을 뽐낼 수 있다. 조용하던 공간에 ‘로맨틱 모멘트’라는 이름의 밴드가 등장해 악기를 조율하자 꼬마들이 쪼르르 몰려든다.

   
▲ 나만의 티셔츠를 만드는 데 열중하는 아이들. ⓒ 박다영

“오늘 첫 곡은 권태기를 맞이한 연인들을 위한 노래입니다. 그런데 여기 꼬마들은 권태기가 뭔지 알아요?”

밴드 보컬의 농담에 좌중은 폭소하고 아이들은 어리둥절하다. 노래가 시작되자 아이들 어깨는 절로 들썩인다. 가사의 의미를 몰라도 감미로운 음악은 남녀노소를 즐겁게 한다.
   
중앙시장 프로젝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배낭을 짊어진 20대도 많았지만, 이웃이나 친구들과 함께 찾아온 사오십대도 많았다. 친구들과 함께 온 이영인(69ㆍ여ㆍ제천시 고암동)씨는 “침체됐던 공간이 되살아나서 좋다”며 “앞으로도 중앙시장이 젊은이들뿐 아니라 나이든 사람들도 함께 즐기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시장 프로젝트는 갈 길이 멀다. 영화제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운영돼 애초 목표인 지역 전통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보람(25ㆍ여ㆍ경기도 의정부시)씨는 “시설이 낙후돼 젊은 층은 잘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프로젝트에 참가자들은 ‘변화’를 요구했다. 여기서 변화란 현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통시장의 오래된 멋과 지역 명물들을 살리되 소비자의 취향과 욕구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우선 조명을 환하게 하고 보기 싫은 전선과 칸막이들을 정리하는 일부터 착수한다면 시작이 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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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59.XXX.XXX.191)
2012-08-22 10:23:02
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라는 말이 저에겐 어색합니다.전제가 되어야 하는 상가 상인들의 참여확보나 구성원들의 조직운동이 결여가 된 상태에서 한시적으로 타이틀과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전국에서 성공했다 평을 받는 재래시장 활성화나 농촌마을 만들기 사례를 보면 비록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기했지만 주민들이 참여하고 때론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오랫동안 주민들과 커뮤니티가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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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59.XXX.XXX.191)
2012-08-22 10:27:26
몇몇 성공사례에 따라 최근 정부나 전국 지자체에 이런 류의 사업이 의미없이 따라하고 있는 것이 좀 걱정이기도 합니다.선의가 꼭 선인가 그런 의문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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