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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위원장, ‘간디 마을’을 꿈꾸다
[단비인터뷰] 제천서 마을 운동 벌이는 김정헌 전 교수
2012년 07월 30일 (월) 22:43:31 이성제 기자 eudorcas@naver.com

한 지붕 두 위원장.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 강제로 밀려났다가 소송 끝에 해임효력정지 판결을 받았던 김정헌(66) 전 공주대 교수가 2010년 초 후임 위원장과 한동안 나란히 출근했던 사태를 언론은 이렇게 불렀다. 김 전 위원장은 두 달 반의 ‘출근투쟁’ 끝에 복직을 포기하고 공주대 교수직에서도 물러난 뒤 ‘마을 운동’에 뛰어들었다.

   
▲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현 예술과마을네트워크 대표). ⓒ 김태준

자치 자립 공동체는 소통에서 시작

“(인도의 국민 지도자) 간디가 꿈꿨던 것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며 자치하는 스와라지(자립) 마을을 만드는 거였어. 이런 마을 60만 개가 있으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더라도 마을을 중심으로 국가 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지. 60만 마을의 연합 국가. 하지만 그걸 해서는 서구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 개발주의자에게 암살당한 거지.”

그는 2년 전부터 충북 제천시 수산면 대전리의 작은 마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총 70가구에 인구 150명인 이 마을에는 밭과 논을 가로지른 아스팔트 도로 주변에 텅 빈 콘크리트 건물이 드문드문 들어 서 있고, 다닐 아이들이 없어 잡초만 무성해진 폐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뜻을 함께하는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이 학교를 빌려 2010년 6월 ‘마을이야기학교’를 열었다. 마을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는 학교다.

   
▲ 제천 수산면 대전리 ‘마을이야기학교’ 전경. ⓒ 김태준

 
   
▲ 주민들과 함께 준비한 마을 기획전(좌) 과 농한기에 열린 마을 학교(우). ⓒ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김 전 위원장이 이끄는 비영리단체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예마네)’의 젊은 예술가들은 주민들을 인터뷰한 뒤 마을 잡지 <뒤싯골 지나 방아다리 건너>를 함께 펴냈고, 농한기 때는 영어와 미술교실도 열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미술 교실에는 아주머니 7~8명이 참석해 ‘생전 처음 그림으로 나를 표현해 본다’며 감격스러워 했고 한글 교실에서는 평생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들이 열심히 글을 배웠다. 비교적 생활에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외국여행 갈 때를 대비해 영어를 배웠다.

김 전 위원장이 제천에 아주 정착한 게 아니고 서울에서 오가며 활동하는 형편이라 마을 사람들과 아직 마음을 툭 터놓을 만큼 친해지진 못했다고 한다. 더구나 마을 사람들끼리도 1년에 한 번 있는 마을총회 때 별 얘기 없이 밥만 먹고 헤어질 만큼 아직은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더욱 인내심을 갖고 ‘자치와 자립의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술을 통해 마을 살리기 꿈꾸다

줄곧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가 시골 마을에 관심 갖게 된 것은 1980년 즈음 공주대 미술교육과에 부임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서울과 공주를 오가는 길에서 밭과 논이 없어지고 빈 집이 늘어나는 농촌을 목격했다. 도시화로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마을을 지키는 김씨>, <행복한 럭키 모노륨> 등의 그림을 그렸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하는 예술 운동 모임 ‘현실과 발언’에 참여하면서 농촌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특히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틈틈이 ‘마을 살리기’ 운동을 벌이는 전북 진안군 백운면에도 가보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희망제작소 이사 시절 추진했던 마을 답사도 함께 다녔다. 예술이 마을을 살리는 매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마네를 만들고 30대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실천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모았다. 판화가 이철수, 시인 홍일선, 건축가 이승택 등 일찌감치 농촌에 정착해 마을 주민과 교류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가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한 상황도 있었지만 상당히 좋은 사례도 발견했지. 경기도 여주의 홍일선 시인은 원래 농고 출신인데 귀촌해서 농사 열심히 잘 짓고 주민들하고 아주 잘 어울리고, 경남 하동 악양면의 박남준 시인은 함께 귀촌한 친구들 하고 밴드 만들어서 동네 축제 같은 데 나가 노래도 하더라고. 제천의 이철수 같은 경우 부부가 직접 농사를 제대로 짓고 있고. ”

   
▲ 이철수 판화가가 사는 제천에 방문해 마을 답사 다니고 주민들과 이야기 나눴다. ⓒ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김 교수는 이런 ‘마을 공부’의 성과를 올해 2월 <김정헌, 예술가가 사는 마을을 가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그는 자신과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기를 희망하면서도 방치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히 주민 스스로의 노력과 공무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자신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파악해서 적극적으로 구해야 하고, 공무원들은 탁상공론에 머물지 말고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마네가 마을 이야기에 주목하면서 주민들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여 잡지도 만드는 일이 다 이런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떠나는 마을’, ‘기울어 가는 마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우리 농어촌을 변모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예술을 통한 소통’을 강조했다.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가 있어야 하는데, 예술이 그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봐. 상상력에 자극을 주고, 감성적인 변화도 만들어내면서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보여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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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220.XXX.XXX.23)
2012-07-31 14:46:57
첫번째 사진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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