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런던] 박태환 200m, 남현희 단체전에서 다시 금 도전

4년보다 길었던 4시간이었다. 자유형 400m 예선에 출전해 조 1위(3:46.68)로 터치패드를 찍었으나 박태환의 이름은 전광판 가장 아래에 있었다. 박태환 이름 옆에는 기록 대신 DSQ(Disqualified)가 적혀 있었다. 부정 출발에 따른 실격이었다. 하지만 다음 조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진은 명확한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예선 경기 모두가 끝나고 리플레이 화면을 돌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4시간이 흘렀다.

마이크 볼 코치는 "스타트 장면을 50번도 넘게 돌려봤지만 박태환은 실격이 아니다"며 국제수영연맹(FINA)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국민들은 '박태환의 실격처리는 잘못된 판정'이라는 BBC•CNN 등 외신들을 퍼날랐고 올림픽에서 판정이 번복된 사례를 찾아서 공유하기도 했다.

▲ 자유형 400m 결승에서 은메달을 딴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딴 쑨양과 함께 시상대에 올랐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결승 5시간 전에야 국제수영연맹이 실격 처리를 번복했다. 예선 전체 기록 4위였던 박태환은 결승에서 6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격에서 은메달까지, 롤러코스터 같았던 박태환의 하루

29일 새벽 3시50분(한국 시각), 결승 경기를 위해 박태환이 경기장에 입장했다. 총성과 함께 경기가 시작됐고 박태환은 시작부터 스퍼트를 했다. 초반부터 1위로 치고나간 박태환은 300m까지 선두 자리를 지켰다. 300m를 턴한 뒤 쑨양이 치고 올라왔다. 350m 지점은 쑨양이 0.90초 앞서 턴했다. 마지막 50m, 박태환이 전력 질주 했지만 기록은 3:42.06, 쑨양에 1.52초 뒤진 기록으로 골인했다.

세계 신기록을 목표로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런던에 입성하고 첫 훈련 때도 느낌이 좋았다. 페이스 조절 성공으로 예선도 조 1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실격 처리에 박태환의 몸이 반응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억울한 상황. 박태환의 근육은 수축됐고 결승에서 제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차지한 세계 2위, 그래서 박태환의 은메달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역전 찌르기 앞에 다시 무릎 꿇은 남현희

박태환의 결승 경기가 펼쳐지기 40분 전, 펜싱 경기장에 남현희가 등장했다. 남현희는 4년 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종료 4초를 남겨놓고 발렌티나 베잘리(이탈리아)에게 역전 찌르기를 허용해 통한의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펜싱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그는 런던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전보다 더 열심히 훈련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4년 뒤, 런던에서 베잘리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결승전이 아닌 3-4위 전이었다.

남현희는 이번에도 고군분투했다. 열세에 놓였다. 1라운드 2-2, 2라운드를 2-4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시작되자 남현희가 달라졌다. 쉴 새 없이 발을 움직였고 베잘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도한 공격마다 득점으로 연결했다. 3라운드에서만 8점을 뽑아냈다. 승리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경기가 끝날 줄 알았다.

▲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는 남현희 선수와 발렌티나 베잘리 선수.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그러나 베잘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12-8로 남현희가 앞서고 있던 경기 종료 12초 전, 베잘리가 1점을 뽑아냈다. 다시 경기가 재개됐고 9초를 남기고 베잘리가 1점을 추가했다. 5초 전, 물러서는 남현희를 향해 공격을 퍼부은 베잘리가 다시 한 점을 획득했다. 12-11, 5초만 버티면 됐다. 하지만 또 다시 공격을 시도한 베잘리, 1초를 남겨 놓고 12-12 동점 상황.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1분 안에 남현희가 공격을 성공 시켜야 하는 상황, 하지만 득점 인정 센서는 베잘리 쪽에 들어왔다. 또 다시 역전패 당한 남현희는 결국 베잘리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노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종료 1분 전, 부상으로 실려나간 김온아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행복한 결말을 꿈꾸며 런던에 입성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 첫째 날,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 경기를 펼쳤다. 스페인의 랭킹(16위)은 한국(8위)보다 낮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은 강호를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았고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무난하게 끝날 것 같았던 경기였다.

1분 16초를 남기고 26-31로 앞서던 상황에서 강재원 감독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표팀 에이스 김온아가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갔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20년 만에 찾아온 올림픽 금메달의 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히든카드 김온아의 활약은 필수적이었다. 무릎 인대 파열로 남은 경기 출장이 불확실해진 김온아. 핸드볼팀은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고도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 김온아 선수(등번호 3)가 스페인 선수를 방어하고 있다. ⓒ 2012 런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박태환, 남현희의 금메달로 기분 좋은 첫 날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변이 속출했던 하루였다. 이변이 통하지 않은 종목은 오히려 고도의 정신통일을 필요로 하는 사격이었다. 런던올림픽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남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한 진종오였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1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50m 권총이 주종목인 진종오는 5일 밤 8시 30분, 올림픽 2연패, 2관왕에 도전한다.

일요일 저녁 5시 7분, 배드민턴 혼합 복식 예선에 이용대-하정은이 출전하고, 6시 35분 박태환이 자유형 200m 예선전에 나선다. 오후 8시 15분, 김장미•박민진이 여자 10m 공기권총에 출전하고, 밤 10시에는 조준호가 유도 남자 66kg, 김경옥이 여자 52kg급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새벽 1시 15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이 스위스와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펼친다. 구본길 선수가 출전하는 남자 개인 사브르 결승은 2시에 열리고, 새벽 3시 36분 자유형 200m 준결승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변이 속출하는 런던올림픽. 그래서 더욱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 밤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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