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타에서 배우가 된 전지현, 이제 2막이 시작됐다

우리 모두는 그녀에게 환상을 갖고 있다. 부정할 수는 없을 거다. 긴 생머리에 완벽한 신체 비율로 대중들 앞에 섰던 전지현은 몇 안 된다는 '스타'들이 그러하듯 잡힐 듯 잡힐 수 없는 존재였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전지현이 제대로 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돌아왔다. 영화 <도둑들>에서 타이즈를 입고 고층 건물을 종단해버리는 예니콜로 말이다. 대신 전지현은 '잡을 수 있는' 존재가 됐다. 스타에서 배우가 되어 보다 가볍고 밝은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 영화<도둑들>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1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착 붙은 거 같다' '붕 떠있던 모습이 이제 내려온 거 같다' 배우 전지현이 그간 여러 인터뷰 중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영화의 언론 시사가 끝난 뒤 이어졌던 호평 덕도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도 배우로서 어떤 지점을 돌파했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여기에 동의한다. 전지현은 훨씬 더 편한 모습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고, 특유의 발랄함도 보였다.

곤란한 질문 ① <도둑들>의 전지현, 스스로 평가하기
 
분명 영화 <도둑들>에서 가장 눈에 들어온 이는 전지현이었다. 이는 그만큼 변화의 폭이 컸고, 달라진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말이다. 영화의 연기에 대해서 전지현 역시 예니콜의 이야기에서 뭔가 그 이상의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임했다고 말했다.
 
"홍콩 마카오에서 초반 촬영을 했는데 될 것 같으면서도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갑갑하고 속상했어요. 그런데 한국 와서 국내 촬영하는데 캐릭터가 쫙 붙더라고요. 그걸 감독님도 알아주셨어요. 정말 고마웠죠. 믿음을 준다는 느낌이 촬영 내내 있어서 고무줄 늘리듯 쭉 늘리며 촬영했어요. 촬영 때 최선 다했으니 마지막은 관객이 채워준다고 생각해요."
 
거침없이 욕을 던지고 상대에 대해 화끈하게 열려있는 예니콜을 두고 전지현은 "연기 하면서 시원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발랑 까지진 않았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말이다. 여기엔 그동안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온 '스타 전지현'에 대한 나름의 보상심리도 있었단다. 주위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돈에 따라 움직이는 예니콜은 그만큼 또 다른 전지현의 해방구의 의미를 갖기도 한 셈.
 
캐릭터에 대한 매력이 컸지만 물론 쉽지는 않았단다. 특히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김해숙 등 주연배우만 10명인 상황에서 분명 연기의 부담이 컸던 것이다. 배우들 사이에선 3등은 절대 안 되고, 2등도 보일까 말까라며 장난스럽지만 나름 경쟁의식도 있었단다. 이 말엔 훌륭한 배우들 틈에서 그만큼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 영화 <도둑들>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1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정민

예니콜이라는 캐릭터는 최동훈 감독과 전지현의 합작품이었다. 특히 주특기인 욕을 얼마나 하는 지에 대해 많은 이야기와 수정 과정이 있었다고.
 
"예니콜은 과거에 뭔가 겪었을 거 같은 여자였어요. 원래 시나리오에선 말끝마다 욕도 심했죠. 저도 욕을 툭 던지고 싶었는데 감독님이 그러면 캐릭터가 미워진다며 지금의 감칠맛이 난 거죠. 저 나름 애드리브도 섞어봤는데 매력적이지 않더라고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어요."

곤란한 질문 ② 해외 진출 4년, 정말 잃어버린 시간이었나?
 
전지현은 분명 수많은 CF, 그리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떼려야 뗄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가 도전을 안 한건 아니었다. 특히 영화 <블러드>와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한국에서 쌓아왔던 커리어를 잠시 뒤로 하고 해외의 문을 두드린 도전이었다.
 
결과가 좋진 않았다. <설화와 비밀 부채>는 국내 개봉조차 하지 못해 관객들은 잘 알지 못하는 영화가 됐고, <블러드> 역시 배우 전지현을 해외에 각인시키기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이러한 시간을 겪은 전지현은 과연 해외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판타지 중심의 작품 활동과 광고 모델, 그리고 언론의 과장으로 신비스러운 이미지가 굳어진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지우고 싶은 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회만 된다면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싶어요. 뭐랄까 할리우드 배우들의 강점은 결국 전 세계를 마켓(시장)으로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오래 연기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엽기적인 그녀>가 당시 한류 열풍을 일으켰잖아요. 그 영화로 제가 관심을 받았고 이득을 얻었던 거죠. 배우로서 알아요. 나이가 들면 그런 경험이 줄어들겠죠. 저도 삼십 대를 넘어가는 시점이잖아요. 전작품들이 물론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시간을 그때로 돌린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 같아요. 그때의 시간이 없었다면 전 감독님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지금도 못 느꼈을 것이고, 현장의 즐거움도 못 느꼈을 거예요. 주연 여배우로서 권태로울 수도 있고요."

곤란한 질문 ③ '품절녀' 전지현, 배우로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 화<도둑들>에서 예니콜 역의 배우 전지현이 12일 오후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매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올해 품절녀 대열에 합류한 전지현은 결혼에 대해선 당당하고 분명한 입장이었다. 예상보다 빨리 기사가 나는 바람에 당황은 했다지만 오히려 그녀는 피하지 않고 보도 자료를 통해 결혼 날짜를 당당히 알렸다. 예정된 영화 촬영도 진행했고 결혼식 역시 무리 없이 치러냈다.
 
자연인으로서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지만 배우로서 전지현은 또 하나의 과제가 있어보였다. 결혼 이후 배우의 입지를 어떻게 가져갈 지에 대해서다. 지금 시점에서 비교하자면 배우 한가인과 문정희가 있을 것이다. 두 배우 모두 결혼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그전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질문을 던지니 전지현은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첫사랑의 아이콘이 된 한가인과, 힐링과 카리스마있는 모습의 문정희를 염두할 때 전지현이 낼 수 있는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연기를 통해 어떤 승부를 내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합니다.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해왔어요. 좋아하니까 잘 해야지 그리고 오랫동안 해야지 하는 생각이에요. 나이도 들고, 결혼도 했으니 작품 선정에서 예전과 같으면 안 되겠죠. 어렸을 때 할 수 있던 역할과 감정 표현이 있었다면 지금에서 할 수 있는 감정이 또 있거든요. 그걸 거스르지 않고 도전하는 게 좋은 연기라고 생각해요. 내 스스로도 보고 싶네요. 급하지 않게! 30대로 접어들면서 결혼한 전지현이 앞으로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 지 생각하고 싶어요."

* 이 글은 오마이스타 이정민 기자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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