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영화 <피에타> 제작보고회 현장서 변화된 심경 밝혀

김기덕 감독이 보다 유해졌다. 1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영화 <피에타> 제작보고회 자리에 등장한 김기덕 감독은 부드러운 말투로 그간 두문불출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기덕 감독은 "작년에 프랑스 칸에서도 한국 기자들을 많이 피했는데 속으론 가슴이 아팠다"면서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분들인데 내 신념 때문에 발언을 삼가하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 19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성당에서 열린 영화 <피에타> 제작보고회에서 김기덕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는 "감독이라면 영화로 말해야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고, 두 번째는 감독은 때론 자기의 생각을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이렇게 나온 건 주변에서 영화를 위해 너무 애를 쓰시고 지원하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영화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작품으로 2008년 <비몽> 이후 그가 4년 만에 국내에 정식 개봉하는 작품이다. 지난해 <아리랑> <아멘>과 같은 영화를 발표했지만 단관에 제한된 기간 동안만 상영됐을 뿐이다. 김기덕 감독 본인 역시 언론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왔다. 영화 일을 하면서 큰 상처를 받을 만한 일들이 연속해서 생기기도 했던 때였다.
 
지난 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 김기덕 감독은 "그 동안 내 생각도 바뀌었다"면서 "내 속에 있는 생각을 100프로 객관화하려 말고, 100프로 동의를 받으려고도 하지 말자. 좀 부드럽게 살아가자고 생각했다"며 심경의 변화를 언급했다. 하지만 바로 이어서 그는 "또 이게 변덕을 부려 언제 숨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하지만 슬펐다"

국내에서의 미묘한 시선과 달리 김기덕 감독은 해외에서 크게 인정받는 영화인이다. 김기덕 감독 역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나 <빈집> 같은 내 작품들의 스코어가 해외에서 더 높다. 해외에선 내 작품을 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로 개봉한다"며 "프랑스에 나가면 하루에도 몇 명씩 사인을 받으러 온다"면서 "나를 보고 외국인들이 김기덕 감독을 아냐고 묻는다"고 은근한 자랑도 했다.
 
김기덕 감독은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는 행복하기 슬프다"면서 "이탈리아 영화 동아리 학생들이 선정하는 상을 받았었는데 이태리 고등학생들도 보고 이해하는 영화를 한국에선 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그간 마음 고생했던 부분을 언급했다.
 
이어진 김기덕 감독의 답변은 재치가 담긴 발언이었다. "한국 관객 분들이 내 영화를 극장에서 많이 보진 않지만 불법 다운로드나 비디오를 통해 몰래 본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관객이 50만 명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분들에 내게 애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내 영화가 상영되고 다르게 이해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19일 오후 서울 정동 성공회성당에서 열린 영화 <피에타> 제작보고회에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 역의 배우 이정진과 김기덕 감독, 잔인한 비밀을 가진 엄마라는 여자 역의 배우 조민수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이날 제작보고회 자리엔 김기덕 감독과 주연 배우인 조민수, 이정진이 함께 자리했다. 두 배우는 영화에서 각각 불법 추심원 '강도'와 한 여자 역을 맡았다.
 
영화 <피에타>는 잔인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으며 살아하는 남자 '강도'(이정진 분)와 어느 날 강도에게 엄마라며 다가오는 한 여자(조민수 분)와의 이야기를 다뤘다. 극악한 사내가 한 여자의 정체를 묻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다는 후문이다.
 
한편 영화 피에타는 오는 8월 말 열리는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이 유력한 상태기도 하다. 영화제 진출 여부는 7월 말 공개되며 국내 개봉은 8월 말 예정이다.

* 이 글은 오마이스타 이정민 기자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