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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 재벌 ‘정찰제 판결’ 막는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형량 높이는 개정안 제출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7월 18일 (수) 23:17:36 경진주 기자 ujuin23@hot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새누리당이 기업인의 횡령과 배임에 대해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지난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제출했습니다. 횡령과 배임에 대한 형량을 대폭 강화해서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 내용을 보면 횡령배임 금액이 5억원에서 50억원인 경우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50억에서 300억원이면 10년 이상, 30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5억원 이상 횡령·배임한 경우 사법부가 정상을 참작해서 형량의 절반까지 감형해도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참고로 현재의 형량은 횡령·배임금액 5억에서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횡령·배임금액이 높아도 법관의 재량으로 3년 이하의 징역과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 많았습니다.

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렇게 기업인의 횡령과 배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재벌총수, 그리고 대기업 경영자들이 회사 재산을 빼돌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 등으로 처벌을 피하고, 또 금방 사면복권 되는 일이 많아서 경제정의를 무너뜨리고 국민의 사법불신을 심화시켜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제민주화의 핵심이 재벌개혁인데, 재벌총수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단죄하지 않고는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대표적 기업범죄인 횡령·배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얼마 전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이 비리 재벌총수에 대한 사면복권을 금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횡령·배임 저지르고도 특별사면, 높은 '오너 리스크'의 원인

김: 실제로 횡령과 배임을 저지르고도 실형을 받지 않았던 기업인의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제: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재벌총수들이 대부분 해당합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비자금사건 때 1100억원 대의 탈세와 배임이 인정됐는데도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받은 뒤 금방 특별사면됐죠. 또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은 약 700억원의 횡령과 10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에도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이어서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최태원 SK 그룹회장은 1조5천원억대의 분식회계와 부당내부거래에 대해 역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특별사면을 받았고,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약 300억원의 횡령과 2700억원 대의 분식회계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에 특별사면을 받았죠. 그래서 우리나라 재벌은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러도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판결’을 받고 금방 특별사면된다는 비아냥이 나왔죠.

   
김:
서구 선진국의 경우 기업인의 횡령이나 배임에 대해 상당히 엄격하게 처벌하지 않습니까?

제: 맞아요. 어떤 경우는 ‘병합선고’라고 해서 여러 개의 죄목을 적용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하죠. 우리나라 기업의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하는데, 그 배경으로는 한반도의 안보불안 등 지정학적 위험도 있지만,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하지 않고 횡령·배임 같은 기업인 범죄로 인한 ‘오너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 언론들이 특집기사 등으로 비판하기도 했고요.

김: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재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
재계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재벌 총수들을 겨냥했다면서 반발하고 있어요.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공회의소 등 재계단체들은 이 법안에 대해 ‘재벌 때리기를 위한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대상을 겨냥해서 법의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은 위헌적인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총수들이 현재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화와 에스케이(SK) 등 일부 기업들 크게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야당도 아닌 여당이 뒤통수를 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하고요. 기업들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경제여건도 나쁜데 경제성장의 동력인 대기업을 압박할 때냐며 여야의 원내대표 등을 찾아가 ‘기업 때리기’ 입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또 기업인만 실형을 살릴 게 아니라 범죄에 연루된 정치인도 집행유예선고가 불가능하게 정치자금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맞불을 놓기도 했고요.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 재벌총수의 윤리 경영·준법 정신 필요

김: 재계의 반발에 대해 개정안을 추진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제: 법안을 발의한 민현주 의원 등은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만 받아오던 재벌 기업인들의 투명경영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민 의원은 “지난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149명 중 약 84%인 125명이 1,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게 현실”이라며 “기업인들이 합리적 시장경제와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해 법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 법안은 재벌 총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횡령 배임을 저지르는 모든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반박했고요.

   
김:
기업인의 횡령과 배임에 대해 그동안 사법부가 너무 가볍게 처벌했다는 지적도 나왔는데요, 이번 개정안에 대한 법조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 형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반응도 있고, 무리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습니다. 부정적 반응은 형량이라는 게 사법체계 안에서 다른 범죄와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 놓은 것인데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이런 개정안이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법 개정보다는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해서 실질적으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고요. 반면 엄청난 규모의 금액을 횡령하는 재벌에 대해 실질적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찬성 의견도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보다 기업범죄의 형량이 낮은 게 사실인데, 이제는 형량을 대폭 올려서 무조건 실형을 살려야 경제와 사법정의가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입니다.  

김: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둘러싼 여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인데요, 이 개정안이 재벌개혁에 도움이 될까요?

   
제: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재벌개혁인데, 재벌개혁에 필수적인 숙제 중 하나가 재벌총수와 최고경영진이 법을 지키는 준법과 윤리 경영을 하는 것이죠. 이번에 추진하는 횡령·배임 처벌 강화안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재벌개혁안을 놓고 대선 국면에서 경쟁하는 모습인데요, 양당이 진정성과 지속성 있게,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갖고 겨룬다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일정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7월 18일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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