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거래자 재평가, 2금융권 대출도 낮은 금리 적용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 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진행자): 신용등급이 낮아서 은행 대출을 받지 못하고,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높은 이자를 물어야 했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신용등급평가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합니다. 먼저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오는 9월부터 ‘비우량 신용등급 평가시스템’이 도입된다는 것인데요. 지금까지 은행에서 거의 대출을 받을 수 없었던 7~8등급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신용등급을 10단계로 다시 세밀하게 평가해서, 이 중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 왔고 앞으로도 갚을 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에게는 은행 대출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또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더라도 지금보다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한답니다. 금융당국이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한자리수의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은행들은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거의 대출을 해주지 않고,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에서는 이들에게 20% 이상의 고금리를 물리고 있어서 서민들이 높은 원리금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신용자들 중에서도 성실하게 잘 갚을 대상을 세밀하게 가려내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입니다. 

김: 새로운 신용등급평가시스템의 적용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평가대상인 국민은 약 4천만 명 정도 인데요, 이 가운데 7,8등급은 약 553만 명 정도입니다. 이 중 7등급이 354만 명, 8등급이 199만 명입니다. 또 제도금융권을 거의 이용하기 어려운 위험등급인 9,10등급까지 포함하면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총 660만 명 정도고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은행권이 연 6.61%고 2금융권은 21.55%입니다. 그러니까 6등급이냐 7등급이냐 등급 하나 차이로 금리가 4배가량 차이가 날 수 있는 불합리한 구조죠. 앞으로 새로운 신용평가등급이 적용되면 현재의 7,8등급 중 상대적으로 신용이 우수하게 평가된 사람들은 은행에서 대략 10%대의 금리로 대출을 쓸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또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지금보다는 낮은 금리를 적용받게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으로 저신용자 대출조건 개선 기대, 은행도 적극 동참해야

김: 최근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2금융권 가계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는데,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고금리 대출이 늘다보니 연체하는 사람도 증가 추세라면서요.

제: 맞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소액여신시장에서 30일 미만 연체자가 30일 이상 연체자로 전이되는 비율이 58.6%로, 전 분기 대비 2.2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60일 이상 장기연체자로 전이되는 비율도 71.5%로, 전 분기 대비 2.8%포인트 늘었고, 30일 미만 신규연체자는 20.2%로 전 분기 대비 1.53% 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연합회에 집계된 채무불이행 신규등록자도 계속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하고요. 또 은행에 이어 2금융권에서도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 수가 더욱 늘었는데, 대부업 거래자수는 지난 2010년 6월말 189만 명에서 2011월 12월말 252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서민가계의 자금 사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숫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신용평가등급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산출하게 되나요. 

제: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나이스신용정보 등 개인신용평가회사들입니다. 이들이 금융당국과의 협의 하에 새로운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일부 금융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도 하고 있습니다. 개인신용평가회사들은 각 개인에 대해 대출 및 상환기록, 신용카드 거래실적, 연체여부, 세금 체납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1000점 만점의 점수를 매긴 뒤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에게 제공하게 됩니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신규대출을 할 때 이 정보를 활용할 전망입니다. 그동안 연체 등으로 신용등급이 한 번 떨어지면 쉽게 회복이 되지 않았고, 비우량등급인 7,8등급은 새희망홀씨대출 같은 특수서민상품 외에는 거의 은행대출을 쓰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재평가를 통해 상당수가 대출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 그런데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이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로 돈을 빌려 줄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을 확대해야 효과가 있을 텐데요.

제: 맞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저신용자 신용평가시스템 도입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대상으로 연 10%대 이자의 서민대상 신용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은행 문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고금리의 2금융권, 심지어는 대부업체와 불법 사금융에 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을 완화하자는 취지죠. 은행들이 새로운 상품을 내 놓으면 기존 7,8등급에서 새로운 신용평가를 통해 좋은 등급을 받은 사람들은 우선 300만원 이내의 소액신용대출을 연 10%대의 금리로 쓸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생활비나 의료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들의 소액 자금 수요를 은행들이 흡수하도록 하는데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고 하네요. 정부는 최근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끼치는 불법 사금융을 적극 단속하고 있는데, 대신 사금융 마저 쓸 수 없게 된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은행권이 흡수해줘야 한다는 취지에서도 서민금융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서민금융지원에 금융당국 적극 동참…가계부채 대책도 병행해야

김: 그런 맥락에서 금융당국이 은행을 대상으로 사회공헌평가지수를 도입해 서민금융지원을 독려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군요. 

제: 그렇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제외한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서민금융지원 평가지수’ 모델을 개발해서 곧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서민금융지수는 은행들이 서민대출에 어느 정도의 실적과 성과를 냈는지, 저신용자의 부도 예방을 위한 사전 채무조정 등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사회공헌 활동을 어느 정도 했는지 등을 종합 평가해서 1~5등급의 점수를 매기는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이후 도입된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이행 실적 등도 반영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결과를 앞으로 은행의 경영실적 평가에 반영할 방침인데요, 그러면 서민금융지원에 대한 평가가 은행들의 대외신뢰도와 평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신경을 안 쓸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은행들의 서민대출 확대를 위해서 한국은행도 나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죠?

제: 네, 정부는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한국은행과 함께 저신용·저소득층에 대한 은행권 금융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이 낮은 금리의 자금을 은행에 빌려주면 은행은 이를 저신용 저소득층에 싼 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해 한쪽에서는 ‘금융안정을 위한 선제적인 대응’이라며 환영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해 원리금 상환을 포기할 경우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져 시장 전체의 안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한은이 돈을 풀어 서민지원에 나서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으며 서민지원 기능은 정부 재정에서 해야 한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최근 가계부채와 관련해 다양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데요, 상당부분이 서민의 대출 애로를 해소해 주는 내용이어서 오히려 빚을 더 늘리는 결과를 낳지 않나 하는 우려도 있는데요.

제: 급박한 자금수요가 있는 서민가계에 대해 장기저리대출로 숨통을 터주고 고금리 수렁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배려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금리 대출을 갚아 나가느라 허리가 휘는 가계에 대해 저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출구도 필요하고요. 그러나 역시 근본대책은 소득이 늘어나 빚에 의존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겠죠. 미소금융 등 서민대출과 함께 창업지도, 직업훈련 등을 병행한다든지, 경제정책을 통해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 등의 급한 자금 때문에 빚을 지게 되는 가정이 많은데, 기초 민생분야의 복지를 확충에서 빚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병에 걸리거나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경제능력이 없고 상환이 불가능한 사람에 대해서는 대출을 늘려주기보다 복지안전망을 통한 보호가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7월 11일 다시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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