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평창 스페셜올림픽 홍보 나선 한일월드컵 영웅

박태환은 수영, 이용대는 배드민턴, 장미란은 역도 국가대표 선수다. 이들은 60억 세계인의 대축제인 올림픽에 출전해 실력으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해본 선수들이다. 이들이 시상대 정상에 선 광경을 지켜본 국민들은 그들의 위대한 성취를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환호했다. 그들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겪어보지 않았지만 미디어를 통해 숱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우정령(21•은평대영학교)도 국가대표 선수다. 2012 한국스페셜올림픽 전국하계대회에는 수영 선수로 출전했고, 내년 1월 29일 개막하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에는 스노우슈잉(snowshoeing•스노우슈즈를 신고 눈 위를 달리는 경기) 종목에 참가할 예정인 멀티 플레이어다. 현인아(15•창동중) 선수도 마찬가지다. 2011 아테네하계 스페셜올림픽에서는 롤러스케이트 선수로 활약했고,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에는 쇼트트랙 스케이팅 선수로 출전한다. 이들은 한 종목도 아닌 여러 분야에서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다.

‘특별한’ 올림픽을 위한 ‘특별한’ 사람의 방한

스페셜올림픽이 ‘특별한’(special) 이유는 지적 발달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축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을 알리고, 이들이 출전하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특별한’ 사람이 한국에 왔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66•안지 마하치칼라)이 바로 그다.

▲ 나경원 조직위원장과 히딩크 감독이 홍보대사 위촉식 뒤 배너를 높이 들고 있다. ⓒ 정혜정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히딩크 감독을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글로벌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이 회견에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나경원 위원장과 히딩크 감독, 그리고 우정령•현인아 선수가 참석했다.

지적 발달 장애 딸을 둔 나 위원장은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할 때 떨린 적이 없었는데 히딩크 감독님께서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게 됐다는 것을 알리는 오늘 이 자리는 떨린다”며 “스페셜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고 있는 시점에 히딩크 감독님이 홍보대사를 맡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레알마드리드(스페인), 첼시FC(잉글랜드) 등 명문팀과 네덜란드 한국 호주 러시아 터키의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온 히딩크 감독. 세계 프로축구 무대를 종횡무진했던 그가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수락한 것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히딩크가 현실로 만든 ‘장애인 전용 축구장’

그러나 히딩크의 경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장애인들을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고국 네덜란드에서 장애인올림픽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국가대표 감독이 된 뒤에는 국내 각종 장애인 시설들을 찾아 다니며 지원 활동을 했다.

▲ 평창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된 히딩크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정혜정

그는 오래 전부터 네덜란드에 히딩크 재단을 설립해 전세계 불우 청소년이나 장애아동을 위한 복지사업을 펼쳐온 사람이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보여준 우리 국민의 성원에 감동받은 그는 이에 보답하기 위해 2003년 한국에도 히딩크 사회복지재단은 설립했다. 이 재단은 2008년 충주성심맹아원을 시작으로 포항 수원 전주 울산 광주 부산 대구 대전 목포 순천 순으로 시각장애인축구장인 히딩크 드림필드(Hiddink Dream Field)를 건립하고 있다. 그가 장애인을 위한 축구장을 건립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외 받는 사람들(장애인)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일반인들보다 적은 편이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내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이 분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축구는 모든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완벽한 스포츠다. 한국 대도시에 드림필드를 설립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을 '제2의 조국' 이라 말하는 히딩크 감독. 한일월드컵이 끝난 지 10년이 흘렀지만 그의 한국 사랑은 멈추지 않는다.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한국인에게 당부할 말이 무언지 묻는 질문에 히딩크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한국인의 정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따로 격려 메시지를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인은 한 가지 목표가 정해졌을 때 100% 이상으로 달성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당시 선수들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정신력까지 겸하면 한국인에게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을 좋아하게 됐다."

“스포츠는 엘리트만 하는 게 아닙니다”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가 된 만큼 최선을 다해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홍보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히딩크 감독. 그는 스페셜올림픽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스포츠는 그 분야 엘리트들만 모여서 하는 게 아닙니다. 스페셜올림픽은 지적 장애인과 소외된 이들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후원할 예정입니다."

▲ 히딩크 감독이 현인아 선수(맨 오른쪽)가 달아준 배지와 우정령 선수(왼쪽 두 번째)가 걸어준 목도리를 하고 함께 포즈를 취했다. ⓒ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회

2013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에 함께하게 된 히딩크 감독에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수들도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제가 존경하는 히딩크 감독님과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축구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홍보대사인 히딩크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실 거라 믿습니다." (우정령 선수)

"저는 스페셜올림픽 쇼트트랙 선수 현인아입니다. 내년 대회 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히딩크 감독님! 우리 스페셜올림픽, 응원을, 선수들, 많이 응원하세요." (현인아 선수)

선수들의 서툰 인사말이 끝나자 기자회견장에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통역을 통해 인사말을 전해들은 히딩크 감독도 이들을 향해 웃어 보였다. 그리고 직접 사인한 축구공을 선수들에게 선물했다. 선수들도 화답했다. 히딩크 감독은 현 선수가 달아준 배지와 우 선수가 걸어준 목도리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평창동계 스페셜올림픽 슬로건을 외쳤다.

“Together We Can!(함께하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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