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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FTA, 농업은 어쩌라고
한·콜롬비아 협정 타결, 자동차 웃고 축산·화훼농가 울고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6월 27일 (수) 21:12:07 정혜정 기자 smse7728@naver.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한국과 콜롬비아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됐습니다. 우리나라가 맺은 10번째 자유무역협정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나라와 콜롬비아는 지난 2009년 12월에 FTA 협상을 시작했는데, 약 2년 반 만에 타결됐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10번째로 타결된 협상이고, 남미국가 가운데는 칠레 페루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남미는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곳인데, 천연자원이 풍부한 남미지역과의 경제협력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콜롬비아는 인구 4600만 명의 중남미 3위 규모 시장인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매년 5~6%의 건실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나라입니다. 콜롬비아와의 FTA는 상품, 원산지, 통관, 위생 및 검역, 무역기술장벽, 무역구제, 투자, 서비스, 통신,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두 나라 경제통상의 주요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수출증가’ ‘일자리창출’ 등 기대했던 FTA효과, 실제로는 미미

김: 이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제:
우리나라가 콜롬비아에 주로 수출하는 상품은 승용차, 자동차부품, 합성수지 등 공산품이고 수입을 많이 하는 품목은 커피, 원유, 합금철 등입니다. 교역규모는 수출 16억1000만 달러, 수입 3억8000만 달러 등 약 20억 달러(약2조2천억 원)입니다. 우리나라 교역대상국 중 53위니까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닙니다. 이번 FTA로 콜롬비아에 수출하는 승용차 관세 35%가 10년 안에 모두 철폐되고 자동차부품의 5~15% 관세도 최장 5년 안에, 섬유류의 15~20% 관세는 7년 안에 모두 없어집니다. 수입품의 경우 커피류는 즉시 혹은 3년 안에 2~8%인 관세가 없어지고, 화훼는 3~7년 안에 25%의 관세철폐, 쇠고기는 19년 안에 40%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업계는 이번 FTA의 덕을 보고, 축산농가와 화훼농가 등 농업분야는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경우 콜롬비아산 커피가격이 하락하는 등 일부상품의 가격인하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한·콜롬비아 FTA는 양국 의회의 비준절차를 거쳐 빠르면 연말쯤 발효될 전망입니다. 

김: 한EU FTA와 한미 FTA 등 주요 FTA가 이미 발효, 시행되고 있는데요, 기존 FTA의 효과를 점검해보면 어떻습니까? 수출 증가 등 기대했던 성과가 나타나고 있나요?

제: 한EU FTA는 지난해 7월 발효 후 약 1년이 돼 가는데, 당초 수출이 크게 늘어나 무역흑자가 증가하고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리라던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오히려 수출이 12%가량 줄고, 기대했던 경제성장 기여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습니다. 유럽지역이 재정위기로 크게 홍역을 치르고 있는 탓이 크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망스러운 FTA효과라고 하겠습니다. 한미 FTA의 경우 지난 3월15일 발효됐는데, 100일이 지난 현재 자동차부품과 석유제품 중심으로 대미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4% 늘긴 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성장과 일자리 창출 기여효과는 뚜렷하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발효된 한·칠레 FTA의 경우도 칠레에서의 수입증가가 우리의 수출증가 보다 훨씬 커 무역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종합하면 당초 정부가 강조했던 ‘경제영토의 확장’에 따른 ‘수출증가’ ‘일자리창출’효과는 미미하거나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FTA가 발효되면 수입물가가 낮아져서 소비자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요, 실제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미국에서 들어오는 오렌지, 체리 등 일부 농산물의 가격이 떨어지는 등 부분적인 가격하락이 있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물가안정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산 와인과 명품소비재, 전자제품 중에는 오히려 가격이 상승한 제품도 있는데요, 이는 수입상 등 유통업체가 관세인하 부분을 판매이윤으로 흡수해 버리고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가격을 오히려 올린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FTA 관세인하 품목의 가격을 점검하는 소동까지 벌였는데, 전반적으로 볼 때 소비자들은 아직 FTA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김: 우리나라는 이번 한·콜롬비아 FTA 타결 이외에도 한중 FTA, 한중일 FTA를 포함해 여러 건의 FTA협상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제: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FTA를 추진하는 국가입니다. 이미 발효된 FTA가 8건, 45개국인데 이들 나라의 인구를 합하면 26억5천만 명, 국내총생산 규모는 37조2천억 달러에 이릅니다. 또 협상이 타결된 나라가 터키, 콜롬비아 등 2건으로 발효됐거나 타결된 FTA상대국은 총 47개국이죠. 정부는 여기에 추가적으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7건 12개 나라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중 FTA 타결시 연간 수조 원의 농업피해 불가피

   
김:
이렇게 여러 나라와 FTA를 맺으면 스파게티 그릇의 국수 가락이 얽히듯이 서로 다른 협정 내용이 복잡하게 얽혀 국가와 기업의 관리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스파게티 볼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어떻습니까.

제: 기업들이 FTA체제에서 수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원산지 증명 등 복잡한 서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FTA가 양자간 협상이다 보니 나라마다 조건이 다 다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각각 다른 원산지 규정과 서류발급방식 등에 맞추느라 힘들어하고, 특히 전문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FTA의 관세인하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 FTA로 기업과 행정부의 관리비용이 증가하는 ‘스파게티 볼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이와 함께 투자자국가소송 등 FTA에 들어간 독소조항으로 강대국과의 관계에서 국가경제정책이 휘둘릴 가능성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건과 관련해 우리 정부를 대상으로 투자자국가소송을 추진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외국인 투자자의 위협이 앞으로 복지를 확대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 충분해 보입니다.

김: 한미, 한EU FTA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 예상되는 분야가 농업인데요, 한중 FTA가 성사되면 이 보다 훨씬 큰 농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왜 그런가요.

   
제:
유럽과 미국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강국이면서 동시에 농업강국이죠. 이들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한EU FTA의 경우 연간 수천억 원 단위, 한미 FTA의 경우 거의 조 단위의 농업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중 FTA의 경우 중국의 농산물 구성이 우리와 비슷하고 가격이 워낙 싸기 때문에 한미 FTA의 몇 배에 이르는 연간 수조 원의 농업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민들은 ‘한중 FTA까지 하면 우리는 다 망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도 이런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한중 FTA에서 농산물시장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입장인데요, 우리가 투자와 서비스, 지적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면 농산물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안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농업피해는 불가피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해지는 시대에 곡물자급률이 27%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에서 FTA피해로 농업이 무너지면 식량안보가 흔들릴 위험이 크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텐데요.

김: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하는 가운데 농업 등 취약산업의 피해와 관리비용 증가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FTA 정책은 어떻게 보완돼야 할까요.

제: 우리는 이미 멕시코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FTA를 맺은 나라입니다. 기존 FTA의 성과가 크지 않고, 부작용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FTA를 늘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기존 FTA의 성과와 문제점을 냉정하고 꼼꼼하게 점검해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미 시작한 한중 FTA협상 등은 분야별 예상 이익과 피해를 철저히 따져서 취약분야인 농업 등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시간을 오래 두고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 사이에 농업 등 취약산업은 적극적인 경쟁력 강화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고요. 또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나 역진방지조항(래칫), 즉 한 번 개방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도록 한 규정 등 우리의 정책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은 폐기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방향으로 추가적인 협상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6월 27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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