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 폐지ㆍ재산세 통합에 ‘반대’ 57%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으며 경기 부양에 나선 이후 국가 부채, 즉 나라 빚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여서, 구멍 난 재정을 메우기 위해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담세 능력이 있는 부유층을 대상으로 세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난 2년 여 간의 ‘부자 감세’ 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양도세, 상속세 등의 추가 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유쾌한 리서치는 이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물었습니다.    

차미연(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하셨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982명입니다.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406명, 남성은 1576명입니다. 

차: 정부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먼저 여쭤봤죠?

제: 네. ‘다주택 보유자 등 부자들만을 위한 감세 정책이므로 적극 반대한다’가 34.7%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서울과 경기 등 일부 지역만 세금 수입이 늘고 지역간 격차가 심화되므로 반대하는 편이다’가 22.2%로, 전체의 56.9%가 반대 의견을 보였습니다. 반면 ‘복잡한 보유세를 단순화하는 것이므로 찬성하는 편이다’가 21.4%, ‘주택 보유자의 과도한 세금 부담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적극 찬성한다’가 14.5%로, 전체의 35.9%는 찬성 의견이었습니다. ‘잘 모르겠다’도 7.2%로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종부세 유지 혹은 강화’ 66.2% 

차: 정부가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과표 구간 축소, 최고세율 인하 등 종부세 제도를 완화한 바 있는데요, 이런 종부세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문했죠?

제: ‘부동산 부자들만 혜택을 보게 되는 종부세 완화보다는 부동산 보유세금을 더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31.2%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종부세 체계를 유지하되 주택경기 침체 등을 감안해 세금 부담은 계속 낮춰가야 한다’가 23.5%, ‘불합리한 세금으로 인한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당초 계획대로 종부세를 빨리 폐지해야 한다’가 15.2%, ‘세제를 단순화한다는 의미에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되, 세율은 지금보다 더 높여야한다’가 11.6%, ‘정부 재정 확충과 지역 격차 완화를 위해 다시 점진적으로 종부세 부담을 높여가야 한다’가 11.5%의 순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종부세를 유지 혹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6.2%로 다수였습니다. 

 

‘상속세 폐지 반대’ 54% 

차: 마지막으로, 정부와 재계 일각에서 주장하는 ‘상속세 폐지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질문했는데요.

제: ‘상속세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복지 등 재분배를 실현하자는 취지인 만큼,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28.7%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상속세를 내는 사람이 1%도 안 될 정도로 부담 없이 부의 대물림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해 상속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가 25.7%로, 전체의 54.4%가 상속세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이었습니다. 반면 ‘소득세를 내고 형성한 부에 또다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이므로 상속세 부담을 어느 정도 낮춰야 한다’가 26.5%, ‘지나친 상속세는 재산 해외 도피를 유발하고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어렵게 하므로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가 14%로 상속세 폐지나 완화에 찬성하는 의견은 전체의 40.5%였습니다.

차: 이번 조사결과, 전반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에 대해 57대 35로 반대 의견이 훨씬 많고, 종합부동산세의 골격을 유지하거나 세 부담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6%로 다수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종부세는 부동산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누진적으로 세금을 더 물게 돼 있는 제도여서 대표적인 ‘부자세금’이라고 할 수 있죠. ‘부자감세’에 대한 반감이 뚜렷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상속세에 대해서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완화나 폐지’에 비해 54대 40으로 우세합니다. 정부가 앞으로 종부세나 상속세 완화를 추진할 경우 여론의 역풍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을 예측케 하는 부분입니다.

종부세를 재산세로 전환하면 지역 불균형 심화

차: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침이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하는데요, 만일 국세인 종부세를 없애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전환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제: ‘부자 감세’라는 측면과 ‘지방 재정 불균형 심화’가 핵심적인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부자 감세 측면을 보죠. 전국의 부동산을 통틀어서 개인별 합산 과세를 해온 종부세를 개별 주택, 토지별로 세금을 매기는 재산세로 전환하면 다주택자의 누진세율이 크게 낮아집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총 30억원인 3주택자의 세 부담이 종전보다 연간 약 1035만원, 종전대비 63.5%나 준다고 합니다. 그 만큼 세금 수입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거죠. 지방재정 불균형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같은 분석에서 서울과 경기지역 세수는 각각 6156억원과 1165억원씩 늘고, 전남(-1196억원)과 경북(-1207억원) 등 나머지 지역은 모두 감소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국세로 걷어서 고루 나눠주는 재분배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지는 것이죠.

차: 그러면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부담이 될 텐데요, 그런데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우선은 감세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철학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대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 경제가 활성화돼, 결과적으로 서민들도 혜택을 본다는 생각이죠. 그러나 지난 2~3년 해 본 결과 현실에선 그런 낙수효과, 혹은 적하효과가 안 나타났습니다. 보다 직접적 동기는 침체된 부동산을 살리겠다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 정부 때 만들었던 부동산 관련 규제는 지난 2년여 동안 거의 다 풀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철폐 등 세제를 통해 부동산투자심리를 되살리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나라 빚 느는데 ‘부자 감세’ 계속하단 그리스 꼴
 
차: 상속세 얘기는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제: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상속세인하를 추진했던 강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상속세 인하 필요성을 다시 강조하면서 논란이 재개됐죠. 강 위원장은 “상속세 부담이 너무 높아서 중소기업 가업 상속이 잘 안되고 재산의 해외도피가 일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각종 공제가 많아서, 재산 상속을 받은 사람의 1%만이 실제 세금을 내고 있고, 가업상속의 경우도 최대 100억원까지는 상속세를 안 내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  내에서도 곽승준 미래기획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상속세 실질세율이 그리 높지 않다”며 상속세 개편에 반대 입장이어서 추진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차: 그동안 우리 국가 재정이 상당히 악화됐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부자 감세 논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죠?

제: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부분이 ‘담세 능력이 있는 계층에게 제대로 세금을 못 걷고 국가 부채를 키우면, 결국 엄청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년 여의 경기부양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들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전 세계가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가면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되고 복지 지출에 쓸 돈이 부족해 고질적인 양극화가 더 심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하겠습니다. 

정리/ 이승환 기자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7월 14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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