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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소송 1호’ 칼 겨눈 론스타
한•벨기에 투자협정 근거, 금융정책과 조세주권에 도전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6월 14일 (목) 12:42:42 김동현 기자 pacesetter85@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얼마 전 외환은행을 팔고 거액을 챙겨 나간 론스타 펀드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지난달 22일인데요, 론스타가 자회사인 엘에스에프-케이이비(LSF-KEB)홀딩스의 국적지인 벨기에의 한국대사관에 투자자국가소송(ISD)관련 협의요청을 보냈습니다. 이것은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국제중재기구에 제소하기 전 밟아야 할 절차의 하나입니다. 이후 6개월 동안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기구(ISCID) 등에 제소하게 되는 것이죠. 다시 말해 론스타와 우리 정부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1월에 우리 정부를 국제투자분쟁조정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얘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매각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정책적으로 매각을 지연시켜서 손해를 보고 팔았다는 점, 자기네는 벨기에 법인이기 때문에 한국에 세금을 낼 의무가 없는데, 우리 정부가 매각대금에 대해 3915억원의 양도세를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 정부 정책 때문에 외환은행을 팔면서 손해를 봤다, 안 내도 될 세금을 냈다는 두 가지 이유군요. 좀 더 상세한 내용을 살펴볼까요?

   
제: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했다가 올해 1월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고 나갔죠. 그 사이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국민은행, 에이치에스비씨(HSBC)은행에 더 좋은 조건으로 팔 기회가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인수 승인을 지연시키는  등 정책적으로 이를 가로막는 바람에 주가하락으로 매각가격을 손해 봤다는 것이 론스타의 주장입니다. 또 하나금융지주로부터 외환은행 매각대금으로 받은 3조9천여억 원 중10%를 국세청이 양도세로 원천징수했는데, 론스타 측은 한국과 벨기에의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자기네는 벨기에 정부에 대해서만 납세의무를 지므로 한국정부에 낸 세금은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벨기에는 법인세가 거의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론스타는 어느 쪽에서도 세금을 물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하겠습니다.  

한-벨 투자협정 ISD, 유령기업에도 적용

김: 이번에 론스타가 들고 나온 투자자국가소송제, 즉 ISD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조항’이라고 크게 논란이 됐던 제도인데요, 론스타는 한미 FTA의 ISD가 아니라 한국-벨기에 투자협정에 있는 ISD조항을 활용하는 것이라면서요?

제: 그렇습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한 자회사 LSF-KEB가 벨기에 법인이라는 이유로 한국-벨기에 간의 투자보장협정에 있는 ISD조항을 활용해서 제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은 1974년에 처음 체결된 뒤 지난 2006년 개정을 거쳐 2011년부터 개정된 내용으로 시행되고 있는데요, 론스타 자회사처럼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 즉 일종의 유령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ISD제소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미 FTA는 페이퍼컴퍼니에 대해서는 ISD를 허용하지 않고, 발효시점이 올해 3월15일이라 소급적용이 안 됩니다. 이 때문에 론스타 자회사에는 미국인주주도 있지만 한미 FTA 대신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김:
이번에 우리나라가 ISD 제소 대상이 된다면 사상 처음인가요? 만일 패소한다면 어떤 부담을 지게 됩니까? 

제: 우리나라가 여러 국가와의 투자보장협정을 통해 ISD조항을 채택한 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소송을 당하게 되는 셈입니다. ISD는 일반적 사법절차와 달리 국제투자분쟁조정기구에서 지정한 변호사 3명이 논의해서 내린 단 한번의 결정에 결과가 좌우됩니다. 특히 중재인으로 참여하는 국제변호사들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이고 공익적인 고려사항 보다는 기업의 투자손익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고, 평소 거래가 많은 다국적기업들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래서 ‘우리가 패소할 가능성이 없다’는 정부의 장담과 달리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입니다. 만일 패소하면 론스타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수조 원의 매각 차익과 수천억 원의 세금을 정부가 물어줘야 합니다. 만일 이긴다고 해도 보통 몇 년씩 걸리는 소송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을 물어야 하죠. 더 중요한 것은 이렇게 투자자들이 제소할 수 있다는 위협이 정부의 정책 결정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해서 중소기업보호 등 공익적 목적의 정책추진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캐나다도  ISD소송 패소, 사법주권 침해

김: 최근 캐나다도 미국 기업이 제기한 ISD소송에 패소했다고 하던데, 어떤 내용입니까?

제: 캐나다의 뉴펀들랜드 주정부가 미국 정유업체인 엑손모빌과 머피오일이 제소한 투자자국가소송에서 패소한 사건입니다. 뉴펀들랜드 주 내에서 유정개발사업으로 이익을 보는 기업들은 이익의 일부를 해당 지역사회를 위한 연구개발비로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는데, 미국계 정유업체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상의 이행요건 부과금지 조항 위반이라며 제소했다고 합니다. 뉴펀들랜드 주정부가 결국 패소했고요. 특히 중요한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캐나다 법원이 ‘주정부의 결정이 합법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는데도 국제중재법정에서 뒤집혔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ISD 제도가 한 나라가 공익을 목적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물론 사법주권까지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생생히 보여줬습니다. 한미 FTA의 경우 일반적인 투자협정과 달리 ISD결정사항 위반에 대해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제재 조항이 있고, 세계적으로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ISD를 공격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욱 위협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론스타의 제소 추진을 계기로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ISD의 위협이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측과 한미 FTA 상의 ISD문제를 재협상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도 영향이 있겠군요? 

   
제:
그동안 야당은 이런 위험성을 우려해서 한미 FTA의 ISD 조항을 폐기하도록 요구해 왔고, 정부는 미국 측과의 협의를 통해 일부 우려되는 사항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번 론스타 사건을 통해 ISD의 위협이 뚜렷해지면서 야당은 ISD폐기 공세를 더욱 높이고 있는데, 정부는 중재인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고, 재심 절차를 도입하는 등의 부분적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 그리고 ISD소송이 거론되는 전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실책이 크다는 비판이 거센데요, 어떤 반성과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정은 당초 국내법상 은행을 인수할 수 없는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대로 심사하지 않아 허가를 잘못 내줬다는 논란부터, 법원에서 불법이 인정된 주가조작사건까지 많은 스캔들로 얼룩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금융당국은 직무유기 등의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처신했습니다. 또 외교통상부의 경우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2006년 개정하면서 페이퍼컴퍼니에 대해 ISD제소 자격을 박탈하는 등의 보완을 하지 않았고, 위협적인 ISD조항을 한미 FTA에 포함시키는 등의 실책을 범했습니다. 이번에 론스타가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ISD 협의요청을 보낸 후에도 우리 외교부는 관련 내용을 공개하라는 시민단체 등의 요구에 응하지 않아 ‘불투명성’ ‘비밀주의’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론스타 ISD 제소를 계기로 외교통상 및 금융당국의 실책과 직무유기 부분에 대해 국회에서 철저히 따지고 책임을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6월 13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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