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영화 속 언론② 굿나잇 앤 굿럭
에드워드 머로의 믿음, ‘진실 보도가 역사를 만든다’
* 이 코너에서는 영화전문잡지 <씨네21>의 이주현 기자와 <단비뉴스>의 이수경 기자가 인터넷 메신저에서 대화를 하며, 또는 영화를 함께 본 뒤 수다를 떨며 영화를 소개한다. 그 가운데 ‘영화 속 언론’은 언론을 소재로 다룬 영화만 집중적으로 조명해보는 시리즈이다. (주의 : 스포일러 있음) |
[수경] 님의 말 : 언니! 일본 출장은 잘 다녀오셨나요? 제 선물은???
[주현] 님의 말 : 잘 다녀왔지~ 음..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 볼까? ‘굿나잇 앤 굿럭’은 어떻게 봤어?
[수경] 님의 말 : 앗, 이렇게 화제를 돌리다니..-_-;; 담엔 꼭~ㅋㅋ. 영화는 흑백에다 재즈 선율이 흘러서 분위기가 꽤 멋졌어요. 진실을 위해 싸우는 기자들도 인상 깊었고요. 아쉬웠던 건, 경영진이나 외부와 마찰하는 게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는 거.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있었다면 더 극적이었을 텐데. 그리고 다소 허무한 끝...
[주현] 님의 말 : 근데 이 영화가 90분 정도의 짧은 러닝 타임에 에드워드 머로와 매카시의 대결에만 집중하잖아. 실화를 바탕으로 한 거니 굳이 그 이후 이야기들을 길게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줄거리가 심심하진 않았거든. 물론 친절한 끝맺음은 아니었지만.
실제 기자 닮은 배우들의 올곧은 표정과 멘트에 반하다
[수경] 님의 말 : 영화 속에서 에드워드 머로, 정말!! 올곧은 표정과 멘트하며, 완전 반했어. 아! 그런 기자 되고 싶어. 무엇보다 배우가 실제 기자를 닮았다는 거.
[주현] 님의 말 : 미국 CBS 기자잖아. 방송저널리즘의 창시자라고도 하던데,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런던으로 특파돼 라디오 방송하면서 유명해졌다고.
[수경] 님의 말 : 아, 사회주의자였던 해럴드 래스키 교수가 머로에게 책을 헌정하게 되는 계기가 된 전시방송이 바로 그거?
[주현] 님의 말 : 그렇지. CBS에서 <씨 잇 나우(See it now)> 진행하기 전에 이미 종군기자로 명성을 얻었대. 그러다 아무도 건드리지 못했던 매카시와 한판 붙으며 세기의 스캔들을 만들었고, 결국 매카시를 조사받게까지 했으니.
[수경] 님의 말 : <씨 잇 나우>가 지금 CBS의 간판 심층보도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의 모태였다고 해요. TV 상업주의에 밀려나 결국 종영했다고 하니, 안타깝다~흑흑. 연설장면에서 그렇게 말했었죠. ‘방송은 역사를 만들지만, 지금은 퇴폐주의와 현실 도피로 일관한다’고.
[주현] 님의 말 : ㅋ 그 연설이 꽤 도발적이지. 라디오 텔레비전 뉴스국장 연차총회에서 한 연설인데, 어떤 장애에도 진실이 공정하고 정확하게 보도돼야 한다는 얘기를 하잖아.
[수경] 님의 말 : TV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지식을 전할 수도, 바보상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기억난다는... <씨 잇 나우> 종영 후에 머로가 이민노동자들의 고난을 담은 다큐멘터리 <창피한 수확> 제작에 참여했다던데, 그게 지금까지 TV 역사상 최고의 다큐로 인정받는다는 거~
[주현] 님의 말 : 인터넷으로 실제 머로의 사진을 봤는데, 주인공 데이빗 스트래던과 느낌이 비슷하더라. 특히 담배 물고 있는 장면들이 너무 좋더라고.
[수경] 님의 말 : 실제로도 애연가였대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57세에 폐암으로 사, 사망하셨다는..;; 그런데 왜 항상 클로징 멘트로 ‘굿나잇 앤 굿럭’이라고 했을까요?
[주현] 님의 말 : 1940년 말에 당시 엘리자베스 공주가 라디오 생중계 연설을 끝맺으면서 그렇게 말했었대. 그 때가 독일군이 런던을 공습했던 ‘런던 블리츠’ 때였거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잘 자고 행운을 빈다는 말이 영국인들한테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겠어. 머로가 그걸 잘 활용했지.
기록 영상이 빚어낸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같은 ‘극’
[수경] 님의 말 : 이 영화는 독특한 카메라 시선도 인상 깊었어요. 정면 샷은 거의 없었고, 또 멀리서 머로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했고 말이죠. 마치 방송, 다큐, 영화를 섞어놓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이 영화를 다큐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찰리(카메라 기자)가 찍어온 화면들을 보면 다큐 같기도 하고.. 그 화면들은 진짜겠죠?
[주현] 님의 말 : 일부는 그렇대. 기록영상을 적절히 잘 배치한 덕에 사실적이기도 하고. 인물들 사생활은 전혀 나오지 않는 것도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일부러 그런 거래. TV사건에 관한 얘기니까, TV에 나타난 순간만을 그리고자 한 거지.
[수경] 님의 말 : 와, 역시 2005년에 전미비평가협회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영화’로 뽑힌 이유가 있네요. 참, 검색해서 알아낸 건데 이 영화는 고증에 심혈을 기울여서 세트도, 영상도 거의 비슷하게 찍었대요. 심지어 소품 담당이 대본 날짜와 동일한 기사가 실린 1950년대 초 신문을 공수해서 찍었다는!! 대~박~!!
배우들의 열연은 좋았으나 다소 이상적인 모습
[수경] 님의 말 : 조지 클루니는 영화감독으로도 손색이 없네요. 프레드(프로듀서 역)로 연기까지 하면서, 얼굴도 잘생기고 말이야~
[주현] 님의 말 : ㅋㅋ 조지 클루니 아버지인 닉 클루니가 30년간 앵커로 활동했었대. 그래서 어릴 때부터 방송국 스튜디오에 자주 놀러가기도 했다고. 영향이 있었을 듯.
[수경] 님의 말 : 다들 너무 멋있게 나와서 신기했어요. 전 이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보면 아이언맨이 떠오르던데 ㅎㅎ
[주현] 님의 말 : 너무 번듯하게 양복 입고 나오니 적응이 안 되던데~ ㅋㅋ. 사실 영화 자체가 언론인에 대해 미화한 게 있지. 어느 기사들을 보니 영웅주의적으로 언론인을 그렸다고 하더만. 모든 기자가 다 정의와 진실을 위해 싸우는 것도 아니고, 페일리 회장처럼 그렇게 기자를 믿어주는 경영자도 찾기 어렵고...
[수경] 님의 말 : 어쩌면 외부 압박에 두려워하는 홀랜드(앵커 역)가 더 현실적인 모습일 수도. 페일리 회장도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하지만 결국 타협안으로 프로그램 5편을 밀어주게 된 것도 지금 보면 이상적이었던 거 같아요.
[주현] 님의 말 : 뭐, 머로에겐 굴욕이겠지만. 결국 페일리 회장이 시청률이 높은 쇼오락 프로그램을 선택하면서, <씨 잇 나우>가 늦은 밤으로 방송시간대가 밀려났대. 그래서 시청률도 줄고 광고도 끊겨서 막을 내렸다지.
‘머로’ 배출하는 것은 결국 사회, 한국언론도 희망 있나?
[주현] 님의 말 : 신문은 각 사마다 ‘논조’라는 게 있는데 방송은 더 엄격하게 ‘공정성’이란 잣대를 대잖아. 근데 나는 기자가 표현하고 기록하는 데만 그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동참하는 거야말로 중요하다고 보는데, 머로의 그 정교하고 깔끔한 방송 멘트들이 너무 멋지더라.
[수경] 님의 말 : 아- 맞아! 특히 머로가 자신의 언어로 멘트를 쓰는 것도 좋았어요. 그만큼 우리나라를 또 돌아보면 아쉽죠. 앵커의 역할이 그만큼 큰데 우리나라는 뉴스 전달자 자체에만 머물러 있고, 신경민 앵커는 자신의 언어를 쓰려고 했으나 퇴출;;
[주현] 님의 말 : 영화에서도 많은 사람이 해고당하지. 그러고 보니 최근에 MBC 노조간부들이 징계를 받은 것도 참 답답해. 한국에서도 기자든 피디든 머로의 <씨 잇 나우>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꿈 아닐까. <피디수첩>이 그런 의미에서 <씨 잇 나우>처럼 용감한 프로그램이라고 봐.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 때도 그랬고, 이번 스폰서 검찰도 그랬고.
[수경] 님의 말 : 하긴 결국 사회가 머로와 같은 언론인을 만들어낼 수 있게 노력해야 되는 건데, 현 상황은 그게 어렵네요.
[주현] 님의 말 : 그렇지. 기자에게는 성역이 있으면 안 되잖아. 하지만 개인의 역량이 있다고 해도 방송이 나가려면 회사, 사회의 분위기가 많이 작용하니까.
[수경] 님의 말 : 그래도 피디수첩 피디들, 그리고 2005년 X파일 사건 때 이상호 기자처럼 발로 뛰고 진실을 찾으려는 기자들이 계속 나오잖아요. 우리 언론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거 아닐까요?
[주현] 님의 말 : 희망은 늘 품어야지. ^^ 그럼 이번 대화의 클로징 멘트는 머로처럼. 굿나잇 앤 굿럭!
[수경] 님의 말 : 언니도 굿나잇 앤 굿럭! ㅎ
단비뉴스에서 '신문쟁이, 방송쟁이' 인터뷰 기사를 썼으며, '씨네토크' 연재를 맡고 있다.
문화와 사회, 사람과 맞닿아 있는 모든 것과 소통하는 기자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