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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 살릴 녹색 텃밭 밀어드려요
서울시 노들섬 모내기 등 지자체 도시농업 육성 본격화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6월 06일 (수) 20:37:17 박정헌 기자 foxmulder7@naver.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강 노들섬에서 시민들과 모내기를 하면서 “올해를 도시농업의 원년으로 선포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시농업이라는 게 어떤 개념인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2일 서울 이촌동 노들섬에 조성된 노들텃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고 ‘도시농업원년’을 선포했습니다. 앞으로 서울시의 한 가구당 3.3제곱미터 이상 농사지을 공간을 만들어서 서울을 세계 제 1의 도시농업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도시농업이라는 것은 도시의 유휴 공간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입니다. 전업이 아닌 취미, 여가, 학습, 체험 등을 목적으로 하는 농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죠. 동네 곳곳에 방치된 자투리땅이나 건물 옥상에 텃밭을 조성할 수도 있고 아파트 베란다 등에 상자, 화분을 놓고 채소 등을 길러 먹기도 하는 방식입니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동네 주민이나 단체들의 공동재배를 통해 자급자족하고, 소외된 이웃과 나누기 위해 농사를 짓는 게 대부분입니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각 지방자치단체가 의욕적으로 도시농업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푸드마일리지 단축부터 식량안보까지...도시농업 정책적 지원 확산 필요

김: 농사는 농촌에서 짓는 것이란 생각이 일반적인데요, 도시농업이 활성화하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제: 우선 도시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기농법 등으로 직접 재배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죠. 농작물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오는 거리를 의미하는 ‘푸드마일리지’가 줄어 그만큼 식품위생과 에너지효율 면에서 유리합니다. 또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가족이나 이웃과 교감하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정서적인 만족감도 큰 소득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도시환경 면에서는 식물재배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건물옥상에 식물이 자랄 경우 건물 표면 온도를 낮춰 냉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식물이 자라는 만큼 산소공급이 되기 때문에 도시의 대기정화에도 도움이 되고요. 나라 단위에서 보면 농촌과 더불어 도시에서도 일정량의 식량생산이 되기 때문에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고, 그만큼 식량안보가 튼튼해진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김: 그런데 언뜻 생각해보면 땅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과연 땅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제: 노들섬에 텃밭을 만드는 문제를 놓고도 ‘비싼 서울 땅에 어떻게 농사를 짓느냐’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진국일수록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녹지를 확보하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도 그 비싼 땅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녹지공원인 센터럴파크를 유지하고 있거든요. 도시농업도 선진국들이 앞장서고 있는데, 독일은 클라인가르텐, 영국은 얼랏트먼트라는 이름으로 공공기관이 도시에 텃밭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농사짓도록 분양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도시농업용 텃밭은 유휴지나 자투리 공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상업용 목적과 크게 충돌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 외곽 등에 어중간하게 남아있는 자투리땅에서 마을 주민이 공동으로 농사를 짓거나, 아파트나 사무용 건물의 옥상, 아파트 베란다 등을 활용해 농작물을 기르는 것이죠.  
 
김: 도시농업이 활성화하려면 공유지 이용 등 각종 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관련법과 제도는 갖추어져 있는지요.

제: 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올해 5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는 도시농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서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0%, 즉 약 500만 명을 도시농업에 참여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참고로 2011년 현재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인구는 약 7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네요. 특히 서울시와 강동구청, 대구시 등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열심히 앞장서고 있습니다. 공유지에 텃밭을 조성해서 시민들에게 분양해주고, 전담 부서를 만들어서 농사짓는 방법을 알려주고, 농기구나 비료 등의 조달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의 확산을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식량자급률 향상으로 FTA시대 대비해야

   
김:
도시농업에 많은 장점이 있어 보입니다만, 도시인들이 농사를 많이 지어 일부 농산물을 자급자족 할 수 있게 되면 상대적으로 농사에 전념하는 농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진 않을까요. 

제: 그런 점을 우려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도시농업을 장려하는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도시민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봄으로써 농업과 농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농촌과의 교류를 확대하자는 취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서울시 등의 도시농업정책에는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통해 농촌에서 생산된 작물의 직거래 등을 활성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도시농업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수입농산물 대신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요즘 직장생활 등을 청산하고 귀농하는 중년층이 늘어나고 있는데, 도시농업을 경험한 사람들이 장차 귀농해서 성공할 확률도 높을 것입니다. 당국은 또 원예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농촌과 도시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농업의 목적이 판매에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농업과 농촌에 피해를 끼치기보다 상생의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도시농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농산물소비운동이나 친환경급식 등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도록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굉장히 낮아서 국제곡물가격 변동에 민감하다고 하던데요, 어느 정도입니까. 도시농업이 활성화하면 자급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제: 우리나라는 2010년을 기준으로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이 2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직 시장개방이 되지 않은 쌀의 경우는 자급률이 거의 100%지만, 나머지 곡물은 수입의존도가 높습니다. 특히 밀과 옥수수 콩 등 식용과 사료로 쓰는 작물의 수입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런 곡물의 작황이 나빠지거나 투기세력 등에 의해 해당 작물의 국제시세가 오르면 국내 물가가 직격탄을 맞습니다. 예를 들어 밀의 국제시세가 오르면 국내 밀가루가격이 오르면서 라면, 빵, 피자, 자장면 등 관련 식품 값이 들썩이게 되는 것이죠.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은 대부분 식량 자급률이 100%를 훌쩍 넘고, 식량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이렇게 식량자급률이 낮기 때문에 외부변수에 취약하고 농산물이 주도하는 물가상승, 즉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만일 도시농업이 충분히 확산된다면 어느 정도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최근에는 ‘식량의 무기화’ ‘식량안보’라는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실제로 식량문제가 정치적 이슈로까지 비화하는 사례가 많습니까.

제: 식량 문제 때문에 정권이 무너지기도 했죠. 대표적인 경우가 ‘재스민 혁명’ ‘아랍의 봄’이라고 불렸던 2011년 초 중동과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치적 격변입니다. 2010년에 러시아가 작황 부진을 이유로 밀의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가 수출하는 밀에 크게 의존했던 이집트 등 중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주식인 밀과 관련 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고, 이것이 정치적 불만과 결합하면서 대규모 군중시위로 표출됐습니다.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일 위험성이 높습니다. 필리핀의 경우는 70년대까지만 해도 쌀을 수출하는 나라였는데, 쌀시장을 개방한 이후 농업이 무너지고, 지금은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돼 굉장히 어려운 처지입니다. 우리도 한미, 한이유(EU)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지금 농축산업이 큰 위기에 놓였는데, 농업을 지키고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비상한 각오로 대처해야 할 때입니다. 

김: 개인적으로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어디서 정보를 얻으면 좋을까요. 

제: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인터넷홈페이지를 찾아가면 일반인을 위한 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또 오는 14일부터 나흘 동안 농림수산식품부와 서울시, 농촌진흥청이 공동 주최하는 제 1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립니다. 6개의 전시관에서 도시농업의 현재부터 미래까지를 보여준다고 하니 거길 가보면 한 자리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상자텃밭 공모전 등을 통해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하네요. 또 지금부터 시작하고 싶은 분들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 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6월 6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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