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이준석

▲ 이준석 기자
모내기는 끝나가지만 가뭄으로 논물이 말라버릴까 봐 농부들이 애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 농부들에게 남은 일은 하늘거리는 모를 돌아보며 논둑에 콩을 심는 것이었다. 논둑콩은 대개 한 구멍에 세 알을 심었는데 왜 그랬을까?

바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함께 심었던 것이다. 콩 세 알 중 하나는 논둑의 땅속 벌레, 또 하나는 하늘을 나는 새, 나머지 하나는 농부 몫이었다. 구멍마다 한 포기 정도는 싹이 나기 마련이어서 수확량도 늘었다.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다른 생명이나 자연과 나누는 것이 다시 이들의 선물로 되돌아 온다는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었다.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주인’이라는 삶의 지혜를 체득하고 서로 나누며 어울렸다.

동양의 사고방식이나 철학에서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는 것은 흥미롭다. 대동(大同)사회에서 ‘동(同)’자는 천막을 치고 그 아래 모두가 모여 한 식구처럼 밥을 먹는 모습에서 형성됐다고 한다. 함께 모여 나누는 것이 이상사회라는 뜻이다. 평화(平和)에도 유례를 확인할 수 있다. ‘화(和)’자는 벼(禾)와 입(口)을 합쳐 ‘쌀이 입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모두가 평등하게 나눠 먹어야 평화가 온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옛 모습과 사상은 오늘날 삶 속에서 희미해졌다. 최근 한국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6.6%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17.7%) 다음이다. 한국을 뺀 나라의 소득 상위 1%는 전체 소득의 평균 9.7%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부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제한된 먹을거리를 독과점하려는 대기업의 확장 본능 또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20대 그룹 신규 편입 계열사가 2009년 143개, 2010년 115개로 늘었다. 일부에서는 대기업이 투자를 활성화한 증거라고들 하지만 골목 상권과 중소기업을 죽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릇된 자화자찬이다.

지난해 9월 무렵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돼 한국에까지 번진 ‘99%의 점령시위’는 ‘우리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했다. 점령시위 이전에도 이미 ‘공생’과 ‘상생’ 등이 열쇠말로 떠올랐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정의’는 곧 ‘나누는 것’이라고 본다. 나눔이야말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근본이다. 나누지 않고 기득권층이 더 가지려고만 드니 갈등이 극심해지고 소유를 둘러싼 투쟁으로 온갖 비리와 폭력이 난무하는 게 아닐까? 콩 세 알을 심던 나눔의 정신이 절실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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