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임기 개시와 함께 비정규직 차별금지법안 등 제출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오늘(30일)은 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어느 때보다 민생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은 국회인데요, 새누리당은 오늘 비정규직 관련법 등 주요 민생관련 법안들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비정규직 관련법에는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되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진 않았지만 지난 번 총선 공약을 참고해서 정리해보면 우선 성과급과 사내복지, 후생면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없앤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공공부문의 상시, 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오는 2015년까지 모든 비정규직 고용을 폐지하는 방안이 들어갈 전망입니다.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대기업은 2013년부터, 중소기업은 2015년부터 시행하고, 특히 대기업들에 대해서는 고용형태 공시제도를 도입해서 비정규직을 자율적으로 줄이도록 유도한다는 방안도 포함됩니다. 전반적으로 비정규직규모를 완만하게 줄이면서 처우를 개선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해고 불안,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 조건이 경제양극화 심화로 이어져

; 새누리당이 이런 내용의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 현재 정부통계를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셋 중 하나는 비정규직이고, 노동계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둘 중 하나가 비정규직입니다. 일반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고용보장이 되지 않고 임금과 수당 등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늘 해고 불안에 시달리고, 소득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고, 산재보험 등 사회보장에서도 제외되고, 노조가입 등 노동기본권도 보장받지 못해 근로의욕과 사기가 낮습니다. 정부통계를 기준으로 약 600만명, 노동계통계를 기준으로 약 865만명이 이런 비정규직 근로자 신세입니다. 이렇게 다수의 근로자가 열악한 조건에서 저임금에 시달리는 현실은 곧 경제양극화와 사회불안 심화로 이어지고 있죠. 그래서 비정규직 문제가 몇 해 전부터 우리 사회의 중대 현안으로 부상했고, 지난번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가 앞 다투어 공약을 내걸고 개선을 약속했던 것입니다.

: 아까 정부통계와 노동계통계에서 각각 비정규직의 숫자와 비율이 다르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 정부통계는 비정규직의 기준을 까다롭게 정해서 가급적 숫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고, 노동계통계는 ‘실질적인 비정규직’을 포함해 대상을 넓게 잡았기 때문입니다. 정부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에는 일정한 계약기간을 정해놓고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 파트타임으로 불리는 시간제 근로자, 파견 도급 용역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근로자, 형식상 개인사업자지만 사실상 피고용자인 특수고용직 등이 포함됩니다. 그래서 정부통계로는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1751만명 중 34.2%인 599만5천명이 비정규직입니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일부 일용직과 임시직 등 ‘취약노동자층’을 포함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숫자가 훨씬 많습니다. 노동계는  비정규직의 취지를 볼 때 건설일용직 등 취약노동자층을 포함해야 현실에 부합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노동계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숫자는 임금근로자의 49.4%인 865만명 가량이 되는 것입니다.  

: 정부와 노동계,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비정규직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 게 사실인데요, 우리 사회에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주주자본주의의 속성 때문인가요.

: 그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97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임금노동자의 대다수는 정규직이었습니다. 그런데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등의 구제금융 조건에 따라 급속히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98년 2월에 정리해고법과 함께 근로자파견법이 도입되고 이후 비정규직 고용이 본격화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사실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해고도 쉽고 임금을 적게 주어도 되고, 사회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비정규직 채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죠. 특히 비정규직은 신분이 불안정해서 회사의 눈치를 보느라 노조활동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러모로 편리한 것이죠.

한국 비정규직 비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수준

: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실태를 국제적으로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다른 나라들은 이런 고민이 심각하지 않나요. 

: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비율은 정부통계를 기준으로 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스페인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최고수준이고, 노동계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OECD평균의 2배 수준에 이릅니다. 특히 선진국에는 가사를 병행하기 위해 스스로 시간제를 선택한 경우 등 자발적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는 정규직을 원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선택한 비자발적 비정규직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게 큰 차이입니다. 또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이 낮은 대신 시간당 임금은 정규직보다 높게 책정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보호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고용보험 등에서도 차별이 없고요. 그래서 유럽 등 선진국에선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처럼 경제양극화로 연결되는 정도가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등은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두고 있다고 합니다. 선진국 중에서 일본은 우리와 비슷하게 비정규직이 2000년 이후 급속히 늘어 큰 사회 문제가 됐는데, 최근 들어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고 있습니다.   

;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비정규직 관련법에 대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등 야당은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까.

: 두 야당은 새누리당의 정책보다 더 강력하고 확실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노동계 통계를 기준으로 50% 수준인 비정규직 비율을 오는 2018년까지 25%로 낮추자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을 쓸 수 있는 조건, 즉 사용사유를 출산 질병 계절사업 등 불가피한 경우로만 한정하도록 하자고 요구합니다. 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적용해 임금차별을 없앰으로써 오는 2017년까지 비정규직의 평균적인 임금수준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불법 사내하청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할 수 없도록 파견법을 개정해 파견과 도급의 구별조항을 신설할 방침입니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포함할 계획도 있고요. 통합진보당은 기본적으로 민주당 안에 동조하면서, 중간에서 근로자임금을 착취하는 파견제를 아예 불허하도록 파견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의 수위를 놓고 여야간 상당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인데, 어쨌든 지금보다는 비정규직 관련 제도가 개선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 이렇게 비정규직의 수를 줄이고 처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아무래도 사용자측, 즉 기업들은 반갑지 않을 텐데요, 재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말씀하신 것처럼 전국경제인연합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들은 비정규직 관련 입법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임금 수준을 높이도록 강요한다면 인건비가 비싸지는 등 생산비용이 올라 기업의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란 주장입니다. 그러면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등 노동자들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재계를 대변하는 전문가들은 또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규직의 해고가 쉽도록 요건을 완화하고 임금 수준을 낮추는 등 정규직의 양보를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노동계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 이번에는 꼭 말 뿐이 아닌 법과 제도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추진 중인 안보다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입법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건비 절약을 위해 비정규직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실제로는 생산성이 떨어져 이윤 증가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비정규직은 애사심이 떨어지고 이직률도 높아 숙련도가 잘 향상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생산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데, 노동계는 이런 연구결과 등을 들어 ‘비정규직 증가가 기업에도 결코 이롭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사용사유 제한 등을 통해 비정규직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임금과 대우상의 차별을 완화할 것, 국가가 주도하는 복지제도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확충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사회임금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비정규직도 노조활동을 통해 스스로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산별노조중심의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치권이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이번에는 현실적인 대안을 꼭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5월 30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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