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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킹 메이커'여서는 안 됩니다"
[저널리즘특강] 황호택 <동아> 논설실장, 사설과 칼럼 쓰기
2012년 05월 04일 (금) 22:35:46 정혜아 박정헌 기자 witness4us@gmail.com

"신문을 영어로 'Newspaper'라고 합니다.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매체라는 뜻이죠.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신문을 지난날의 정의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요즘에는 어떤 사건을 전달하는가보다 어떻게 사건을 해석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신문의 정의가 'Newspaper'에서 'Viewspaper'로 전환된 셈입니다."

   
▲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 ⓒ 안형준

Viewspaper, 생존을 위한 신문의 변신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은 신문의 생명력에 대한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정보 전달이라는 기능적인 면에서 다양한 매체의 도전을 받았지만 신문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1845년 모르스가 무선전신을 발명하자 사람들은 '더 이상 신문이 존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빨리 확산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선전신의 발명 앞에 신문의 정보 전달 기능은 유효기간이 만료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문은 살아남았다. 라디오 시대에 이어 텔레비전 시대에도 신문은 살아남았다. 신문은 텔레비전에 비해 접근성과 심층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에 신문은 또 한번 위기를 맞았습니다. 속보와 상보의 개념에서 인터넷이 신문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위기에도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선 변신이 불가피합니다. 그 대안이 바로 오피니언 저널리즘이죠. 요즘 고급 독자들은 신문을 뒤에서부터 읽습니다. SNS나 스마트폰의 상용화로 신문에서 정보를 얻기보다 그 정보에 함축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죠."

황 실장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이 4페이지로 늘어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신문이 속보성에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당해낼 수 없어 생존을 위해 오피니언 지면을 늘렸다는 것이다. 신문을 보는 사람이 주로 여론을 주도하는 지식인이라는 점도 작용했다. 결국 신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설과 칼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심하게 말하면 논설위원은 고스트 라이터"

오피니언 면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사는 사설이다. 해당 언론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사설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회사의 의견을 대변한다. <동아일보>도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어떤 사설을 쓸 것인가’를 결정한다.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와 잉크가 필요합니다. 돈이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신문 발행을 위해 자기 돈을 투자한 사람의 의견이 사설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설에는 퍼블리셔(발행인)의 의견도 들어가고, 글을 읽는 대중의 의견도 담기고, 논설위원이나 에디터의 의견도 들어갑니다. 논설위원이 사설을 쓰지만 심하게 말하면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 또는 '필경사'라 할 수도 있죠. 사설이 따로 바이라인(byline, 필자명)을 달지 않는 이유입니다."

   
▲ 황 실장은 "인터넷시대에 위기를 맞은 신문은,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피니언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있다"고 설명했다. ⓒ 안형준

신문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기사와 사설이 구별되지 않았다고 한다. 신문을 발행한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맘대로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만 신문을 구독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오랜 갈등을 겪으며 서로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 투쟁이 미국 신문의 시작인 셈이죠. 하지만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신문은 그 당을 지지하는 사람만 사서 보니 한계가 있었습니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았던 것이죠. 결국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을 모두 독자로 흡수하기 위해 기사는 객관적으로 쓰자는 의견이 나오게 됩니다. 신문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는 따로 분리해 사설로 쓰게 됩니다."

특히 1970년 9월 21일 시작된 <뉴욕타임스>의 기명논평(Op-Ed) 페이지는 획기적인 변화를 가지고 왔다. 회사의 논조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는 사외기고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오피니언 면은 이념의 스펙트럼을 더 넓게 반영하는 포괄적 공론의 장이 되었다. 이와 같은 미국 신문의 시도는 일본 신문에 영향을 주고, 지금의 한국 신문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대방 존중하면서도 반대의견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사설이나 칼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황 실장은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독립성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설은 언론사의 견해이기 때문에 논설위원들 간에 협의를 거쳐 사설의 방향을 결정하는 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2007년 7월 <월스트리트저널>의 모기업 다우존스&컴퍼니가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인수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비판적인 사설을 실었다. 퓰리처상을 수도 없이 받고 정확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머독에게 넘어갈 경우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유에스에이(USA)투데이> 사주도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미국 신문들은 관례적으로 선거가 있으면, 특정 인물을 지지합니다. 하지만 이 신문은 그와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죠. 사주가 쓴 칼럼을 통해 신문이 특정 인물을 지지하게 되면, 기사의 공정성에 대해 의심받게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문이 '킹메이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사실의 정확성도 황 실장이 강조한 가치다. 사설이나 칼럼이 100% 객관적일 수 없다면 사실만이라도 왜곡하거나 변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적 정의감, 지적 양심도 요구했다. '당신이 진실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쓰는가'란 질문을 항상 던지라는 말이다. '사실은 신성하고 의견은 자유롭다'는 금언이 있는데,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가능하면 반대의견을 생각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황 실장은 조언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생들이 강의에 집중하는 모습.  ⓒ 안형준

"뉴스 보도가 저널리즘의 심장이라면, 사설은 영혼이고, 칼럼은 개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잘 쓴 칼럼은 백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읽을 수도 있으니 주목해야 할 글쓰기입니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큽니다. <뉴욕타임스>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폴 크루그먼 교수를 보세요. 대학교수가 아무리 빼어난 논문을 쓴다고 해도, 읽은 사람이 적기 때문에 영향력은 제한적입니다. 현 사회는 빠르게 움직인다는 면에서도 칼럼의 중요성은 큽니다. 막 상황이 요동칠 때 바로 칼럼을 쓴다면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죠."

"좋은 글 쓰기는 흉내내기에서 시작"

그렇다면 좋은 칼럼을 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황 실장은 '다독, 다작, 다상량'이라는 기본원칙을 강조했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좋은 칼럼이 나온다는 것이다.

"좋은 글 쓰기는 흉내내기, 즉 모방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감성지수(EQ)를 키우는 것에 집중하시길 권합니다. 지능지수를 뜻하는 IQ와 달리 EQ는 후천적 노력으로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좋은 책, 좋은 글 많이 보세요. 제발 쓰레기는 읽지 마세요. 편협한 독서에서 탈피해 다양한 책을 접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한겨레>만 보지도 말고, <조선일보>만 보지도 마세요. 나와 다른 견해에도 마음을 열어놓고 넓게 봅시다."

좋은 칼럼니스트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자질도 제시했다. 자신만의 일관된 삶의 철학, 개성 있는 글쓰기 양식, 다양한 관심사, 외부 압력에 대한 저항, 타인의 비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그것이다. 황 실장은 전직기자인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강의를 끝맺었다.   

"저널리즘 교육에는 교수도, 학생도 없습니다. 칼럼에는 객관적인 팩트와 함께 인간의 체취가 들어가죠. 신문의 객관성이라는 '사막'에서 지친 독자들에게 시원한 물을 주는 '오아시스' 같은 칼럼을 써야 합니다. 대중적 전달력을 위해 글을 너무 어렵게 쓰지 않아야 할 것은 물론이고요. 의견만이 아닌 새로운 지식도 칼럼에 녹여내세요. 새로운 관점, 상식적인 관점을 뛰어넘어 글쓴이의 개성까지 전달하는 칼럼을 쓰기 바랍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 <사회교양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보도와 칼럼, 방송제작, 매체창업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합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언론사의 핵심간부와 논객들이 한 특강을 <단비뉴스>가 중계합니다. 이 특강은 우리 저널리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흥미롭지만, 학생이 쓴 기사를, 함께 강의를 듣는 강좌책임교수가 데스크를 봄으로써 ‘강연ㆍ연설기사 쓰기’ 수련을 겸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히 언론인이 되려는 학생들의 관심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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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210.XXX.XXX.2)
2012-05-06 14:32:03
마지막 인용문흔 최정호 교수가 한 이야기인데 내가 한 것처럼 들어가있네요. 표절시비가 일까봐 걱정이네요.ㅋㅋ 그리고 논설위원이 사설 쓸때 완전한 자유를 줘야 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요. 오히려 사설은 논설위원의 의견이 아니라 회사의 의견이라고 했지요. 나머지는 대체로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사진은 100% 정확하구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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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220.XXX.XXX.23)
2012-05-06 19:04:58
완전한 자유라는 표현 때문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미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다루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또 잘못된 점이 있거나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날 좋은 강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고 또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차후에도 좋은 강의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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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헌 (220.XXX.XXX.23)
2012-05-06 18:38:11
안녕하세요.^^ 이번 기사를 함께 쓴 박정헌 학생입니다. 논설위원님께서 지적해주신 부분에 대해 해명을 하고자 합니다. 특강 당시 논설위원님께서 저널리즘의 독립성(Journalistic Independence)에 대해 언급하시며 사설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언급해 주셨습니다. 글을 쓸 때 기자와 논설위원에게 완전한 자유를 줘야 하는데 한국의 현실을 정반대라 안타깝다는 설명을 덧붙이시면서요. 그러면서 USA 투데이를 예로 드셨습니다. 이 말은 Factual Accuracy, Intellectual Justice의 개념을 설명하실 때 함께 언급해주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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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아 (220.XXX.XXX.250)
2012-05-06 18:38:00
강의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데스크의 허락을 얻어 기사의 내용을 약간 수정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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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118.XXX.XXX.23)
2012-05-05 05:30:46
편집이 왜 이런가? 종전에 어떻게 나갔는지 참고도 안 하나?
사진설명에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실장'이라는 말은 세번이나 반복되네.
앞으로 사진설명도 카페에 함께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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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am (125.XXX.XXX.216)
2012-05-05 08:30:58
네 슨생님. 새벽부터 새벽까지 폭풍첨삭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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