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공방 등 곳곳에서 논란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서울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문제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 측이 공방을 벌이면서, ‘지하철 9호선을 서울시가 매입해서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4일 메트로9호선측이 요금 인상계획을 일방적으로 공고한 것이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그렇습니다. 서울지하철9호선을 운영하는 민간회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오는 6월 16일부터 기본요금을 현재의 1050원에서 1550원으로 한꺼번에 50% 가까이 올리겠다고 공고했습니다. 지하철9호선은 서울 지하철 중 유일하게 수익형민자사업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현대로템과 매쿼리한국투융자인프라 등 14개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적자가 1820억원이나 쌓여 자본잠식이 됐기 때문에, 더 이상 현재 요금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수익형민자사업은 민간기업이 시설건설에 참여하고 일정기간 운영을 맡는 것인데요, 메트로9호선은 지하철 9호선 건설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30년 운영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협의 없이 요금인상을 공고한 건 법위반’이라며 과태료 1000만원을 물리고 사장 해임을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요금인상을 백지화하고, 이번 기회에 민자사업자에 대한 특혜의혹을 규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메트로9호선 측이 적자가 많이 쌓였다는 이유로 요금을 50% 가까이 한꺼번에 올리겠다고 했다는 얘긴데요, 이렇게 적자가 쌓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 무엇보다 과도한 금융비용이 주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메트로9호선이 2011년 한 해 동안 지하철을 운행해서 나온 영업손실은 26억원에 불과했지만, 금융비용이 461억원이나 되는 바람에 총 4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금융비용이 많이 나가는 것은 건설비용의 상당부분을 자본금출자가 아닌 대출로 조달했기 때문인데요, 특이한 것은 주주인 매쿼리인프라와 신한은행 등 6개 금융회사가 동시에 주요 채권자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회사에 대출을 해준 것인데요, 선순위대출의 경우 연 7.2%, 후순위대출은 연 15%라는 높은 이자수입을 챙기고 있다고 합니다. 결국 주주들이 가져가는 높은 이자 때문에 지하철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가 된 것이죠. 시민단체들은 서울시가 당초 메트로9호선측에 통상적인 수익률인 5%보다 높은 연 8.9%의 세후수익률을 보장하면서 이에 수익이 못 미칠 경우 90%까지 보전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까지 적용한 것도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2009년 7월 개통이후 지난해까지 718억원이 보조금으로 나갔습니다. 메트로9호선 투자자들은 이런 보조금도 챙기고, 높은 이자수입도 챙기고, 이제는 요금도 크게 올려 수익을 더 높이겠다는 심산이라는 것이지요.  

매쿼리, 지하철9호선 대주주인 동시에 고금리 대출로 이익 챙겨

김: 메트로9호선의 2대 주주인 매쿼리인프라는 국내 다른 민자사업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사업 수주와 관련한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죠?

 제: 맞습니다. 호주계 회사인 매쿼리인프라는 인천대교와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신항만 2~3단계 등 전국 17개 유료도로와 터널 항만 지하철 등에 약 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상당수 사업에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적용되고 있고, 주주이자 동시에 채권자로서 자기 회사에 대출을 해주고 높은 이자를 챙기는 독특한 수익모델로 손쉽게 이익을 챙긴다는 분석입니다. 매쿼리인프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2005년에 서울지하철9호선 계약을 맺는 등 각종 민자사업에 참여했는데요,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의 아들, 즉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가 매쿼리계열사의 경영자로 일했기 때문에 특혜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또 메트로9호선의 다른 대주주인 현대로템과 현대건설도 이 대통령이 일했던 현대계열사여서 정경유착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서울시가 9호선을 환수해서 공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서울시도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합니까? 일부에서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제: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오건호 연구위원은 한 토론회에서 6000억원 정도를 들이면 서울시가 되사는 것이 가능한데, 절반은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하고 절반은 시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하철9호선을 공공화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에서도 ‘시민펀드’라는 이름으로 자금을 모집해서 되사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일부에선 그럴 경우 매쿼리의 지분을 가진 미국투자자가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제소제(ISD)를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측은 매쿼리의 미국투자자가 지분을 정리했고, 지방자치단체사업은 ISD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더군요. 

김: 그런데 애초에 지하철 같은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민자사업 전반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가재정이 부족해지니까,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고 경기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민자유치를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민자참여를 촉진하려고 최저운영수입보상제 등의 특혜성 조건을 도입하다 보니 국고손실이 점점 커졌죠. 예를 들어 9개 민자고속도로 운영사에 2011년 한해에만 2819억원의 운영손실보전금을 지원했습니다. 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요금을 올리다보니 소비자 부담도 커졌죠. 이런 문제는 사업계획단계에서 수요 예측을 부풀린 탓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원래 민자사업은 경쟁을 촉진해서 가격인하와 서비스 개선을 도모한다는 취지인데, 이건 결과적으로 허구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죠. 오히려 민간독점에 따른 가격상승과 세금손실, 안전에 대한 투자 부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 해외에서도 민자사업 도입, 혹은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각종 사고와 요금폭등 사례가 나타나면서 논란을 빚은 경우가 있었죠? 

제: 영국은 1980년대 철도민영화 과정에서 민간회사들이 경비절감을 위해 안전투자를 줄이면서 1999년의 패딩턴역 사고 등 대형사고가 속출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철도를 다시 국영화했죠. 미국은 전력사업을 민영화했다가 캘리포니아에서 대형정전사고가 일어나기도 했고,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를 민영화했다가 예산과 인력이 줄어드는 바람에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대응을 제대로 못해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죠.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상수도 사업을 민영화했다가 요금 폭등으로 민중시위가 발생한 일이 있고요. 민영화나 민자사업유치는 이론적으로 경영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철도 전력 공항 수도 등 공공재성격이 강한 사업을 민영화할 경우 요금인상이나 국고손실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지하철9호선 사례가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 하겠습니다. 

KTX마저... 무분별한 민영화 논란, 공공성 훼손될 가능성 높아

김: 정부는 최근 고속철도(KTX)를 일부 민영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철도노조 등이 반발하고 있는데요, KTX민영화의 쟁점은 무엇입니까. 

제: 국토해양부가 수서발KTX운송사업자를 민간회사 가운데 선정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죠. 민영화를 하면 가격도 낮아지고 서비스도 개선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입니다. 그러나 민주당 김진애 의원 등 반대자들은 “KTX가 민영화할 경우 여기서 난 수익을 새마을호 등의 적자를 메우는 데 쓰는 교차보조를 더 이상 못하게 된다”며 “그러면 결국 요금도 올라가고 철도의 공공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도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민영화’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 한때는 민자사업이 사회간접자본(SOC)확충의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떠올랐지만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얘긴데요, 그러면 앞으로 SOC확충은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할까요. 

제: 우선은 SOC 사업자체를 신중하게 추진해야할 것입니다. 연구결과를 보면 건설투자의 생산유발효과가 복지, 교육 등 다른 분야 투자에 비해 낮은데요, 수요예측을 부풀려서 무리하게 도로, 공항, 철도 등을 늘리는 것은 사회적 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하철처럼 꼭 필요한 공공사업이라면 가급적 민자보다는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맡아서 금융 등 비용을 최소화하고, 요금책정 등에서 공공성을 유지해야할 것입니다. 또 개발을 할 때는 주위 땅값 상승 등의 개발이익을 적절히 환수해서 필요자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SOC를 운영하는 공기업의 관료적 경직성, 비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한데요, 경영자에 대한 합리적 평가기준을 마련해서 경영효율성을 높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비전문가를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관행을 철폐하고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적재적소에 기용하는 방향으로 공기업 경영자 인사가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5월 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