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저작권특강 <3>

       ▲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저작권법은 근본적으로 저작자인 개인이나 단체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지만, 무조건 ‘보호’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정 취지에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의 향상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공성’도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저작물의 성질로 보아 국민에게 널리 알려 이용하게 함으로써 훨씬 더 유익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합니다. 저작권법 제7조에서는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모두 다섯 가지를 예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의 기사작성에도 적용될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헌법·법률·조약·명령·조례 및 규칙

먼저, 각종 법령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법령이란, 헌법(憲法)을 포함하여 형법(刑法), 민법(民法), 상법(商法) 등의 각종 법률과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령(令), 각 행정 부처의 령(令), 그리고 법률과 동등한 효력의 조약이나 협약은 물론 그 밖의 국제법규까지를 망라하는 개념입니다. 법령을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 규정하고 있는 까닭은 그것이 모든 국민의 실생활과 관련해서 수시로 이용 가능한 상태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것을 작성한 누군가의 허락에 의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면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겠지요. 다만 각종 법령을 체계적으로 배열하였거나 법령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 저작물은 별도의 저작물로서 보호됩니다. 수많은 법령 중에서 특정 분야에 관련된 법규만을 모아 창작성이 있게 배열하였다면 편집저작물이 될 수 있고, 어떤 법령에 대해 알기 쉽도록 해설을 가해서 저작물을 작성하였다면 그것은 하나의 독립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것입니다.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의 고시․공고․훈령 그밖에 유사한 것

국가 기관이나 각 지방의 공공단체가 일반 국민 또는 지방 거주민에게 널리 알릴 목적으로 작성한 문서들 역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입니다. 여기서 예시한 고시, 공고, 훈령 등은 전문용어로 파악하기보다는 넓은 의미에서의 공문서(公文書)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국가나 지방공공단체가 널리 알릴 목적으로 작성한 모든 저작물은 사실상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이 된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국가 내지 지방공공단체가 작성한 공문서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공중(公衆)에게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계획서’이거나 학술적 가치가 있는 연감이나 교육백서 또는 국정교과서라든가, 문화․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림엽서 등이라면 보호받는 저작물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한 판단을 필요로 합니다.

법원의 판결․명령 및 심판이나 행정 심판 절차 및 의결․결정
 
법원에서 법률에 근거하여 행하는 판결이나 명령, 행정심판 및 이와 유사한 절차에 의한 의결이나 결정 등도 사법부 혹은 거기에 준하는 행정청이 일반국민에게 널리 알릴 것을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면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로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누군가가 유사한 분야의 판결만을 모아 적절히 평석(評釋)을 가한 판례집을 만들었다면 그것은 편집저작물로서의 저작물성이 인정되어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즉,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을 토대로 하는 또 다른 저작물이 작성될 수도 있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작성한 편집물 또는 번역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들을 편집한 것이거나 번역한 것으로서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작성한 것 역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입니다. 즉, 편집저작물 또는 번역에 의한 2차적 저작물이더라도 보호대상이 아닌 원저작물을 근거로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공익적 목적으로 편집, 번역한 것이라면 역시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편집물 또는 번역물을 작성한 주체가 국가 또는 지방공공단체가 아닌 개인이나 단체라면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時事報道)

어떤 저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창작성’에 있습니다. 아울러 저작물 작성자의 권리 못지않게 공공적인 이익도 무시할 수 없기에 저작권법은 공익적 차원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저작물의 유형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특별한 창작성보다는 광범위하면서도 신속하게 일반 국민들에게 알릴 목적으로 신문이나 방송 등의 대중매체에 싣는 단순한 시사보도에 대해서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실들의 단순한 전달에 불과한 것까지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므로 창작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볼 수 있지요. 반면 대중매체에 실린 저작물이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 아닌 칼럼이나 사설, 또는 분석기사나 해설기사, 그리고 각종 문예물이나 그림, 만화, 도표 또는 투고 등과 같이 기자 또는 개인의 견해가 창작적으로 표현된 저작물이라면 당연히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언론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따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음 시간에 예문과 주요 판례를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지요.

김기태 /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한국저작권위 표절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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